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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인터넷뉴스하주성 기자 = 강원도 속초시에 가면 실향민 문화촌이 있다. 지척에 고향땅과 가족을 두고도 가지 못하는 아픔을 삭이는 실향민들일 것이다. 그러나 정작 실향민들은 그런데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실향민 마을이라는 속초 청호동에 들어가 몇 분에게 물었지만 반응이 시큰둥하시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수없이 기대를 하고 살았지만 60년이 넘게 가슴에 멍만 더 퍼렇게 들었다고 하신다.

 

 

실향민. 그야말로 고향을 잃은 분들을 이야기한다. 그 고향이 먼 곳도 아니다. 이제는 한나절 길도 안된다는 고향땅을 떠나온 뒤 벌써 60여년 이라는 세월이 지나버렸다. 그리고 실향의 아픔은 벌써 3대를 거치고 있다.

 

설악의 울산바위가 한눈에 바라다 보이는 속초시 노학동에는 속초시립박물관 앞쪽에 <실향민문화촌>이 자리하고 있다. 처음부터 속초시립박물관이야 들어가 볼 마음조차 없었던 곳이고, 실향민문화촌이라는 명칭 때문에 몇 번인가 근처를 지날 때마다 날을 잡아 들려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곳이다.

 

 

 

름만으로도 먹먹해지는 가슴

 

실향민문화촌. 그 이름 때문에 왠지 서먹했던 곳이다. 실향민이란 아픔을 가슴에 묻고 삶을 살아온 사람들인데 그들의 아픈 모습을 보여주면서 <문화촌>이라는 조금은 배도 부르고, 조금은 남의 아픔을 즐기는 듯한 명칭을 붙인 것에 대해 내심 속도 상하지만 시대가 그랬고, 아픔도 문화라고 생각한다면 그럴 수도 있으려니 하고 둘러보았다.

 

우선은 첫 인상이 중요하다고 했던가. 깨끗이 단장이 되어있는 이북 5도의 가옥과 원자재 수탈을 위해 이용한 속초역사, 그리고 청호동 실향민들의 삶의 고통과 아픔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속칭 하꼬방이라 부르던 청호동의 방안 모습들. 간단하면서도 알려줄 것은 다 알려주는 테마문화촌이라는 점에서는 점수를 주고 싶다.

 

 

 

 

이북 5도의 풍물도 알 수 있어

 

실향민문화촌은 실향민들의 생활상과 향수를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체험의 장이라는 뜻으로 마련하였다. 제일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로 이복 5도의 가옥이다. 모두 다섯 채의 집이 있는데 똬리집인 개성집과 꺾음집인 평양집, 그리고 쌍채집이라는 평안도 가옥이 기와집으로 마련되어 있고, 정주간이 없는 양통집이라는 황해도 가옥과, 정주간이 있는 양통집인 함경도 가옥은 초가로 만들어져 있다.

 

한 바퀴 돌아본 이북5도 가옥은 깨끗하게 단장이 되어있고 여기저기 이북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느낄 수 있도록 생활도구들을 나열해 놓은 것이 볼만하다. 더구나 이곳은 사람들에게 체험을 하기 위해 대여를 한

다고도 하는데 1박에 5만원~7만원 정도라고 한다.

 

 

 

실향민들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 청호동의 실향민들이 살아 온 하꼬방은 뒤편 속초역사 옆에 마련되어 있다. 겨우 한편 남짓한 방들은 그 당시 실향민들이 살고 있던 크기 그대로를 재현시켰다고 하는데 키가 큰 사람은 발로 뻗을 수 없는 그런 넓이다. 그 안에서 실향민들은 오직 고향으로 돌아갈 꿈을 꾸면서 살아왔다고 생각을 하니 울컥 목이 멘다.

 

보면 볼수록 마음만 아파

 

더구나 그 당시의 상황을 연출하느라 오래된 신문지며 잡지로 막 발라놓은 벽지를 보니 가슴이 저려온다. 저 작은 방에서 그 오랜 시간을 전깃불도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살아온 세월. 그 암울했던 시간들을 지금 우리는 문화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체험이라는 조금은 건방진 형태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들려주는 택시 기사의 말 한마디가 그것을 대신한다. ‘속초 사람들은 거기 잘 안가요아마 그럴 것이다. 자신들의 아픔을 되돌아보는 곳에 구태여 다시 가서 아픔을 되새길 필요는 없을 테니까.

 

한 바퀴 돌아본 실향민문화촌. 난 지금까지 그들의 아픔을 한 번도 눈여겨 본적이 없다. 다만 청호동이라는 아바이마을에 들어가 그 곳이 드라마의 촬영지고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는 생각에 기사 하나를 쓰기위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휘돌았을 뿐이다. 그러나 이곳 실향민문화촌을 와서 보고 그들이 그 좁은 방안에서 고향과 가족들을 그리며 하루하루를 피눈

물을 흘리며 살아왔을 것을 생각하니 정말 가슴이 아프다.

 

 

 

우리는 무슨 위로의 말을 한다고 해도 그분들의 속내를 모른다. 그 뼈 속 깊은 아픔도 모른다. 다만 드라마에서, 그리고 많은 글에서 조금씩 그들의 생활의 작은 일부분만을 보고 그것이 다인 것처럼 그렇게 느끼고만 있었을 뿐이다.

 

아픈 마음을 달래려고 밖으로 나와 자판기를 찾는다. 마침 곁에 있는 집에서 풍장소리가 울리더니 속초시립풍물단 단원들이 밖으로 나온다. 하루에 두 차례 공연을 한다고 하는데 3일간이나 기온은 뚝 떨어지고, 바람은 세차게 부는데도 공연을 한단다. 사람들도 별로 없는데 무슨 공연을 하느냐고 하였더니 정해진 공연이라는 것이다. 책임이기 때문에 해야 하는 프로들의 모습에서 찬바람과 실향민들의 아픔이 조금은 가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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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11-02 09: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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