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hong 기자
【오산인터넷뉴스】이영주 기자 = 연극과 음악을 사랑하고 예인(藝人)의 피가 흐르는 사람이 그 혼을 다 바쳐 도우(dough)를 빚는다.
▲ 반죽된 도우들이 숙성을 기다린다.
‘터억~ 턱!’ 무심한 듯 던져지는 재료들은 신기하게도 제 자리를 찾아가 색감에 맞게 배열되고 환상의 맛을 낸다.
핸드 페이팅과 무대미술, 그림 등을 거쳤던 그의 손이 재료와 혼연일체가 돼 만들어내는 작품이다.
▲ 타공기를 거친 도우.
오산시 원동 ‘노란모자 피자’ 최봉성 대표를 만나봤다.
최 대표는 왕년에 연극판에서 ‘좀 놀았던’ 사람이다.
20여년 연극을 해오며 생계를 위해 다른 직업도 여럿 가졌지만 종국에 닿을 곳은 어김없이 ‘연극’이란다.
▲ 최봉성 대표가 관람했던 연극·영화 표들.
아닌 게 아니라 그의 목청에서 나오는 소리는 예사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 미술을 배우는 등 그림에 일가견이 있는 그가 예전 그렸던 만화.
깊은 울림대를 거쳐 나오는 굵은 파장 같은 느낌이랄까.
최봉성 대표는 손진책(국악인 김성녀 남편) 씨가 운영하는 극단 ‘미추’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 극단 '미추' 아카데미 수료증.
또 그는 ‘노고지리 사물 봉사회’에서 북재비로 7년 동안 활동하고 있다. 힘찬 기상과 남자다움에 그는 네 개의 악기 중 북을 택했다고 한다.
▲ 노고지리 사물놀이패 북재비로 7년 동안 활동하고 있는 최봉성 대표.
더러는 사물을 자연에 빗대어 징을 바람, 장고를 비, 북을 구름, 꽹과리를 번개에 비유하기도 한다.
▲ 경기민요 대가 조정순 씨.
봉사회에는 경기민요의 대가로 알려진 조정순 국악인 등 소문난 소리꾼들도 많다.
▲ 노고지리 사물놀이패가 신명나는 놀이 한마당을 펼치고 있다.
최 대표도 춘향가 중 쑥대머리 한 곡조 정도는 능히 뽑을 정도의 실력이 된단다. 이래저래 다방면으로 못하는 게 없는 예인이다.
▲ 도우에 공기를 불어넣어주는 타공기.
기자와 만나기로 한 날 최 대표는 “아, 오늘 만나기로 약속했었지”하며 별 긴장하는 기색도 없이 피자집을 보여줬다.
전날 지인과의 약속으로 가게에는 최 대표 외에도 몇 명의 참여객이 더 있었다. 놀라운 광경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 토핑 치즈.
최 대표는 친구들의 요청에 밥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40대 중반의 그가 두툼한 손으로 내놓은 반찬들은 정겹고 친숙했다.
▲ 밸리 댄스를 하는 애리수 씨(왼쪽)와 최봉성 대표.
특히 그가 직접 부쳤다는 각종 전들은 눈을 사로잡았다. 새송이버섯, 호박, 배추 등이 부침옷을 입고 접시에 얌전히 놓여 있었다.
▲ 최봉성 씨가 '순식간'에 차려낸 밥상. 뒤이어 동태찌개가 한 자리를 차지했다.
180cm는 족히 될 장신의 그가 프라이팬 앞에서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하는 전을 붙였다는 사실이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사람들이 모두 밥 숟가락을 들고 나서야 그는 상에 앉았다.
▲ 치즈 바이트 피자 제작 과정. 가장 자리 모양을 만들고 있다.
먹는 내내 물 떠다 나르랴, 부족한 반찬 덜어주랴, 지인이 맛있다는 김 ‘턱!’ 내놓으며 가져가라고 하지 않나. 참 속이 따뜻한 사람이다.
“음식은 손맛과 정성이야.”
▲ 오픈에 들어가기 전 치즈 바이트 피자.
짧은 순간 그가 한 마디 내뱉었지만 말하는 그의 눈은 그것이 진심임을 느낄 수 있게 했다.
그는 그런 사람이란다. 길게 말하지 않지만 그 안에 많은 생각과 철학이 담겨 있단다.
▲ 쨘~! 오븐에서 막 나온 치즈 바이트 피자. 따끈한 치즈와 고구마 무스맛이 일품이다.
그는 30여 회원과 ‘나눔과 기쁨 일일찻집’을 열어 소외된 이웃 없는 세상 만들기에도 일조하고 있다.
그의 선함은 이렇게 행동으로 표출된다.
▲ 피자를 자르고 있는 최봉성 대표.
노란 모자 피자의 장점은 저염도 치즈다. 보통 이름난 피자전문점의 치즈 염도는 17도 정도인에 노란 모자는 그보다 낮은 14도의 치즈를 사용한다.
이 집에서 제일 맛있는 피자는 치즈 바이트 피자라고 한다. 치즈바이트 피자는 기존 치즈크러스트 피자와 흡사한데 그보다 발전된 피자라고 볼 수 있다.
▲ 콤비네이션 피자.
얇게 반죽한 도우 가장자리에 치즈를 얹고 토핑을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자리 위에 다시 고구마 무스를 올린다.
고구마 무스는 얇은 반죽에 쌓여 조그마하게 나눠져 있다. 이것은 오븐에서 나왔을 때 멋진 디자인을 선사한다.
여기에 도우 반죽 시 묻혔던 노란 옥수수 가루는 훌륭한 식감을 더해준다.
최봉성 대표는 노란모자 피자 가게 한 켠에 오산 예술인들의 공간을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 벌써부터 그곳에 놓을 소품이며 활용 방법 등을 준비하고 있다.
▲ 핸드 페인팅 포탈샵 '쟁이수아트'에서. 왼쪽부터 애리수 씨, 김수정 쟁이수아트 대표, 최봉성 대표.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한다. 최 대표의 피자 역사는 11년 됐다.
늠름한 해병대의 기운과 예술인의 열망, 시간이 빚어낸 베테랑의 피자 맛.
노란모자 피자다.
▲ 오산시 원동 784-31호 노란모자 피자. 오전 11부터 새벽 1시까지 문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