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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답이 있는 이유 (2) 봉사하는 이들을 보며-최인혜 오산시의회 의원 oshong 기자 2013-12-02 10:00:27

【오산인터넷뉴스】<기고> 현장에 답이 있는 이유 (2)

 

▲ 최인혜 오산시의회 의원·국제관계학 박사

 

지방의원이 되고 나서 보니 그간 무심히 넘겨보았던 ‘새마을’자가 붙은 단체들이나 주민자치위원회, 그 외 다양한 이름의 봉사단체들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의정활동의 일환으로 여러 단체의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하는데 그 때마다 느끼는 사실은 그들이 아름다운 공동체의 근간을 이룬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새마을 부녀회의 김치담그기에 참여해보면 그 정겨운 분위기는 어디서도 찾아보기가 힘들다. 오산은 시골이라서 그런지 재료들은 거의 모두 그들이 가꾼 농산품들이다. 농사를 함께 지으며 오고갔을 아름다운 정들을 생각해보면 흐뭇하다. 배추를 뽑고 그 재료들을 다듬고 버무리는 동안 듣는 ‘언니, 동생’이라는 사랑스런 호칭과 농담들은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삶의 한 조각을 재생하는 것이니 그 정신적 가치는 무엇으로도 살 수가 없다. 그들이 버무린 김치는 라면 한 상자와 함께 소외계층으로 배달된다. ‘새마을’ 자 붙은 단체를 비롯하여 크고 작은 모든 단체가 모이는 겨울철 김장은 남자들도 함께 하는 ‘대과업’이다. 장화를 신고 그 많은 배추 속양념을 ‘밟아대는’ 힘센 남자들과 배추를 절이고 나르는 부녀들을 보면 세상은 아직도 살 만하다는 생각을 한다. 김장이 끝나고 나누어 먹는 뜨거운 쇠고기 무국, 배추국, 수육 등은 가슴까지 뜨겁게 한다.

 

이 추운 겨울, 주민자치센터 앞마당에서 찬물을 만지며 김장을 하는 그들에게 따뜻한 융이 든 앞치마와 털이 든 장화는 반드시 지급해 주어야 할 품목이다. 김장을 같이 해 보면 왜 무채 써는 기계를 사달라고 했는지 바로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그동안 무채 써는 기계도 없이 그 많은 무채를 써는데 여인들이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6개동 김장과 그 외 봉사단체의 김장행사에 참여해 보니 어느 동이 김장 인프라(?)가 좋은가 부족한가를 알게 되는 재미도 있었다. 따뜻한 물과 찬물이 콸콸 나오는 대원동이 좋은 편이고 넓은 앞마당이 다 내 집인 중앙동은 매우 좋다. 김치를 많이 먹는 궐동 파출소의 김장 인프라는 꽝(?)이다. 물도 시원찮은 데다 아무 도구도 없이 해마다 어렵게 김장을 했을 것 같다. 행사마다 봤던 사람을 또 볼 때도 많다. 결국 봉사는 하는 사람만 한다는 뜻이다. 그들은 자기들도 꾸준히 봉사에 참여하면서 나에게 왜 힘든 일에 자꾸 오냐고 묻기도 한다. 그러나 현장에 한 번 참여할 때마다 배우는 게 새록새록 생기니 그것은 남을 위한 일이 아니고 나를 위한 일이다. 나를 위한 일을 즐기며 하다 보니 피곤함도 모르고 열 번의 김장에 참여한 것이다.

 

세교 10단지 거리를 청소하다 보면 그 곳은 담배꽁초와 개똥이 가장 문제임을 알게 된다. 아무데나 담배꽁초를 버리는 사람들, 강아지를 예뻐할 줄만 알지 공중도덕에는 눈을 감은 사람들, 모두 계도의 대상임을 알게 된다.

 

이름도 없이 봉사를 하는 사람들도 무척 많다. 독거노인의 미용을 담당해 주겠다는 분들, 다문화 주부의 언니가 되어 우리문화를 알려주겠다는 분들, 집수리 봉사단에 참여해 겹겹이 낀 때를 벗겨내고 도배지를 바르고 문짝을 고쳐주는 분들! 그들은 시에 보조금을 원하지도 않는다. 생업이 있는 바쁜 이들이 스스로 먹을 것을 준비해 오며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사회봉사라는 대의를 위해 손발 맞춰 일할 때 ‘나는 과연 무얼 하고 있었는가’ 너무나 부끄러웠다.

 

명품사회의 척도는 시민들의 의식수준이다. 현장에서 확인한 위대한 오산시민들! 나는 봉사와 희생정신으로 힘든 일을 즐겁게 하는 오산시민들에게서 명품도시의 미래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