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hong 기자 2013-11-05 10:07:48
【오산인터넷뉴스】이영주 기자 = 중국 청나라 궁중요리에서 유래했다고 전하는 만한전석(萬漢全席)을 한 번쯤 들어 봤을 것이다.
만한은 만주족과 한족을 의미하고 전석은 말 그대로 만찬을 의미한다.
북쪽지방 요리 54가지와 남쪽지방 요리 54가지를 합쳐 총 108가지 요리로 구성됐다고 한다.
▲ 심미회 스페셜 메뉴 한상. 광어, 우럭, 도미, 랍스터, 전복, 소라, 자연산 멍게, 굴, 초밥 등 정말 상다리가 휠 정도의 메뉴다. 여기에 매운탕과 후식, 마끼까지 나온다.
이를 세분하면 12가지 북경요리와 12가지 만족요리, 30가지 산동요리가 북쪽 요리에 해당된다.
또 12가지 복건요리와 12가지 광동요리, 30가지 강소저장 요리는 남쪽요리에 속한다.
이들 요리를 3일에 걸쳐 맛을 봐야 제대로 맛봤다고 할 수 있단다.
‘만한전석’은 아니어도 정말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차려진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이른바 오산의 회 ‘만한전석’을 음미해 볼 수 있는 곳.
오산시 청호동에 위치한 일식·코스요리 전문점 ‘심미회’ 횟집이다.
이 곳 김영수 대표는 20대 초반 일식업계에 입문했다.
▲ 김영수 심미회 대표. 성실함과 인내로 베테랑의 길에 들어섰다.
처음에 설거지부터 잔심부름을 거쳐 회를 써는 ‘집도’에 이르기까지 3~5년가량이 소요됐다.
물론 손도 많이 베이고 다치기도 수차례였다.
그렇게 회칼을 잡기 시작했고 지금의 장인의 냄새가 물씬 나는 일식계 대부로 활동하고 있다.
지금 그가 사용하고 있는 칼은 일본 어느 장인이 제작했다고 하는데 수십만 원대를 호가한다.
▲ 김영수 대표의 시원시원한 성격이 반영돼 큼직하게 썰려 나온 회. 자연물로 장식한 점도 눈에 띈다.
칼이 고가인 만큼 썰림에 미세한 차이가 있어 식감이 다르다고 한다.
‘약간의 뭉개짐과 단번에 잘림의 차이’라고 김영수 대표는 설명했다.
심미회 메뉴는 아이들이 선호하는 돈가스를 제외하고는 해산물로 일관되는데 대게, 랍스터(Lobster 바닷가재), 갖가지 생선회 등으로 구성됐다.
▲ 사진 왼쪽 생선은 삼식이라고 하는데 그 쫄깃함이 입맛을 사로잡는다.
광어, 도미, 우럭, 삼식이, 고등어 회, 상어, 방어, 아귀회, 줄돔, 노래미 등 다양한 횟감들이 즐비하다.
이들 횟감은 계절과 철에 맞게 준비된다.
재밌는 것은 성격 급하기로 뒤지지 않는 고등어의 회요리다.
▲ 우측 위 자연산 멍게, 소라, 굴. 멍게는 살이 두툼하고 쌉쓰름한 맛이 일품이다.
보통 1일 이상 산 채로 보관이 힘든 고등어는 김영수 대표의 말에 의하면 “운 좋으면 이틀을 산다”고 한다.
산지에서나 맛볼 수 있는 고등어를 오산 심미회 횟집에서도 알현(?)할 수 있으니 그 얼마나 영광이랴.
11월 제철 생선은 도미, 굴, 고등어, 광어, 삼치 등으로 대부분 심미회에 구비돼 있다.
▲ 김영수 대표와 직원이 메뉴를 준비하는 모습. 김 대표는 회를 썰 때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칼을 사용해 미세한 식감까지 잡아낸다고 한다.
김영수 대표는 자연을 사랑하는 심미주의적 사람이다.
보통 회는 무채나 우뭇가사리 등에 얹혀 나오는데 김영수 대표는 이 틀을 과감히 깨고 자연물인 대나무나 돌 위에 회를 얹는다.
특히나 그의 심미주의적 단면을 엿볼 수 있는 것은 그가 이 돌을 주우러 강원도 춘천까지 다녀왔다는 점이다.
▲ 바삭하고 담백한 튀김.
어느날 오산천에 돌을 주우러 나갔더니 쓸만한 돌을 찾지못하겠더란다.
그래 지인도 볼 겸 춘천으로 달려가 돌을 주워왔고 그 돌은 깨끗이 세척해 손님상에 낸다.
대나무도 비슷한 방식으로 구했다고 한다.
▲ 심미회의 넓은 실내 모습.
회요리에 자주 등장하는 것이 당근이나 무로 깎아낸 꽃 등의 장식물인데 김영수 대표는 그런 인위적 장식물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꽃은 만들 줄 알지만 그냥 이대로가 더 예쁜 데 굳이 만들 필요가 없더라고요.”
하며 그는 상에 내온 나뭇가지를 한 번 쓱 훑는다.
▲ 객실 내 바닥은 따끈따끈하다.
“남에게 피해 안 주는 한에서 자신에게 최선을 다 하는 것”이 좌우명이라는 그의 말은 그가 얼마나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아왔는지 보여주는 단면이 아닐까 한다.
심미회 메뉴 중 스페셜 A코스는 1인 5만원으로 전복, 삼식이, 자연산 멍게, 방어, 랍스터, 우럭, 광어, 도미, 굴, 소라 등의 회에 튀김 등 다양한 메뉴가 곁들여 나온다.
▲ 세련된 심미회 입구 모습. 쾌적하고 깔끔한 실내가 인상적이다.
랍스터는 회를 먹고 나머지 부분을 쪄 다시 나오는 것이 이색적이라 하겠다.
자연산 멍게는 쌉쓰름한 맛이 일품이며 일반 빨간 멍게와는 사뭇 다른 모습에 눈이 간다.
한 가지 팁을 드리지만, 회를 먹을 때 보통 레몬을 회에 뿌려 먹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회를 레몬의 산 성분에 녹이는 효과를 준다고 한다.
▲ 운치 있는 실내 조명이 은은하다.
그러니 레몬을 통째로 간장에 넣어 거기에 회를 살짝 찍어 먹는 것이 풍미를 즐기는 방법이라고 하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심미회는 깊을 심(深), 맛 미(味), 돌아올 회(回)를 사용해 ‘한 번 맛보고는 깊은 맛에 다시 찾는다’는 의미이다.
심미회는 번잡한 시내를 벗어난 시외에 위치한 시원한 경관을 벗하고 있으니 잠시라도 가까운 교외로 나가고 싶은 이라면 찾아도 좋을 듯싶다.
아울러 단정한 유티폼을 입은 직원들의 친절한 서비스와 한겨울 차가운 바람과 상반되는 따뜻한 바닥은 찾은이의 기분을 포근하게 해줄 것이다.
▲ 오산시 청호동 42-3. 심미회 횟집.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문을 열며 전 메뉴 포장 가능하다.
심미회는 전체 45석 규모이며 예약은 하루 전에 하는 것이 좋다.
일본 원전 사고 이후 국산 위주의 해산물을 사용하고 있으며 캐나다, 러시아산을 주로 다룬다고 하니 회를 좋아하지만 우려에 섭취하지 못했다면 찾아도 무방할 듯싶다.
김영수 대표의 큼직한 인덕만큼이나 큼직하게 썰려 나온 회가 당신의 식감을 맘껏 자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