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국세청은 세금 신고가 점점 쉬워지고 있다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홈택스와 손택스를 통해 세무서를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신고할 수 있고, 모두채움과 간편신고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납세자의 신고 절차도 과거보다 간단해졌다. 여기에 인공지능(AI)까지 가세했다.
오산인터넷뉴스 홍충선 대표
국세행정의 디지털 전환은 분명 납세자의 편의를 높였다. 그런데 세무 현장에서는 묘한 장면이 반복된다. “신고는 쉬워졌다는데 세무사는 왜 더 바빠졌을까.”이 질문에 대한 답은 ‘신고’와 ‘검증’이 다르기 때문이다.
홈택스가 신고서를 자동으로 채워주고 각종 자료를 제공한다고 해서 그 자료가 모두 정확한 것은 아니다. 매출과 매입이 제대로 반영됐는지, 누락된 거래는 없는지, 비용으로 처리한 항목이 세법상 인정되는지, 각종 공제와 감면 요건을 충족하는지 다시 확인해야 한다.
결국 자동화된 신고 시스템 뒤에는 여전히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이 세무사다.
특히 사업자의 세무업무는 단순히 숫자를 입력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같은 비용이라도 사업과 직접 관련된 비용인지에 따라 세무처리가 달라지고, 같은 거래라도 계약 내용과 실제 거래관계에 따라 과세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세법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세액공제와 감면제도는 많아지고, 신고해야 할 자료도 늘어나고 있다. 전자세금계산서와 각종 지급명세서, 금융자료 등 국세청이 확보하는 데이터 역시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국세청 입장에서는 과거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하지만 정보가 많아졌다고 해서 세무업무가 쉬워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료가 많아질수록 검증해야 할 것도 많아진다. 국세청이 AI를 활용해 신고 편의를 높이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AI가 납세자의 질문에 답하고 신고 방법을 안내하는 것은 분명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AI가 제시한 답변을 납세자가 그대로 믿고 신고했다가 문제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자동으로 입력된 자료에 오류가 있다면 누가 책임질까.
결국 신고의 최종 책임은 납세자에게 돌아간다. 그래서 세무사들은 자동화된 시스템을 다시 들여다본다.
“이 숫자가 맞는가.” “이 비용을 인정받을 수 있는가.” “이 공제를 적용해도 되는가.” “나중에 문제가 되지는 않을까.”
이것이 바로 디지털 세정 시대의 역설이다.
신고 과정은 자동화되는데 검증 과정은 오히려 중요해지고 있다. 세무사의 역할도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자료를 받아 장부를 작성하고 신고서를 만드는 일이 업무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면, 이제는 자동으로 수집된 자료를 분석하고 오류를 찾아내며 세법상 위험을 판단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다시 말해 세무사는 ‘입력하는 사람’에서 ‘검증하고 판단하는 사람’으로 변하고 있다.
그런데 국세행정의 성과를 평가할 때는 이런 현장의 변화가 충분히 반영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납세자가 신고 화면에서 몇 번 클릭했는지가 신고 편의성의 전부는 아니다. 진정한 신고 편의성은 신고서를 쉽게 작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잘못 신고할 가능성을 줄이고, 납세자가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려주는 것까지 포함해야 한다.
국세청의 디지털 혁신이 성공하려면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AI가 자료를 찾아주고 신고서를 채워주는 것만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왜 그 자료가 신고서에 반영됐는지, 어떤 항목을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지, 잘못 신고했을 경우 어떤 위험이 있는지까지 설명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래야 납세자도 안심할 수 있다. 세무사도 불필요한 반복 검증 업무에서 벗어나 보다 전문적인 세무 판단에 집중할 수 있다.
국세청은 ‘납세자 편의’를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세금 신고가 얼마나 쉬워졌는가?”
이 질문보다 중요한 것은 “세금 신고 과정에서 납세자와 세무사가 느끼는 불확실성과 부담이 얼마나 줄었는가”라는 질문이다. 디지털 행정의 목적은 단순히 사람의 일을 기계로 옮기는 데 있지 않다. 사람이 더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있다.
국세청의 AI와 홈택스 혁신 역시 마찬가지다. 화면이 편리해졌다고 해서 세무행정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납세자가 안심하고 신고하고, 세무사가 전문적인 판단에 집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쉬운 세금 신고’라고 말할 수 있다.
세금 신고는 정말 쉬워지고 있는가.
아니면 단지 신고 버튼만 쉬워지고, 그 뒤의 책임과 검증은 세무사와 납세자에게 더 많이 넘어가고 있는 것인가?
이제 국세청이 답해야 할 질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