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hong 기자 2013-01-21 10:53:42
【오산인터넷뉴스】 이영주 기자 = 7만 개의 새로운 세계가 눈 앞에 펼쳐진다.
그 곳은 이미 가본 세계일 수도 있고 미지의 세계일 수도 있다.
▲ 이영열 대표. 그는 고객 맞춤형 책을 선사할 줄 아는 통찰력을 지녔다. 믿기 힘들다면 한 번 방문해보시길. 금방 의구심이 풀릴 것이다.
곳곳을 여행하면서 우리는 세상을 보는 눈을 기르고 보았던 세상의 또다른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
독서는 마음의 양식을 쌓는 과정이라고 한다.
▲ 가만히 귀를 대고 있으면 책의 숨결이 들리는 듯하다.
또 더없이 좋은 간접 경험의 장이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찬란한 상상력의 날개를 편다.
이렇게 유익한 독서이지만 끝없이 경쟁해야 하는 바쁜 현대인의 일상 속에서 시간 내 서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또 막상 가더라도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 지 쉽게 결정하는 것도 역시 만만치 않다.
▲ 책의 세계로 통하는 관문.
이럴 때 찾아가면 좋은 곳이 있다.
먼 옛날 단군이 정한 도읍지 ‘아사달’의 이름을 가진 곳 ‘아사달 헌 책방’이다.
‘아사달 헌 책방’의 이영열 대표는 해박하다.
▲ 1896년 창간된 우리나라 최초의 민영 일간지 독립신문이 보인다.
“직업이 책방 대표이기에 자연스레 책을 많이 읽게 됐다”는 그의 겸손한 대답에 걸맞게 그에게서는 ‘깊이’가 느껴진다.
7년 전 우연한 계기로 책방을 열게 됐다는 그는 오산 시민들께 매우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거듭 밝혔다.
헌 책방의 특성상 책을 여기저기서 구매해야 하는데 그것을 익명으로 제공하는 시민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 방대한 책의 나라. 마음껏 유영해도 좋다.
그게 정말 고마워서 인터뷰도 마다 않고 책 소개도 흔쾌히 응했다.
‘아사달 헌 책방’에는 7만여 권의 책이 있다.
“자세히 세어 보진 않았지만 한 7만 권 될 거예요”라고 이영열 대표는 말했다.
‘헌 책방에 읽을 만한 책이 뭐 있겠어?’라고 생각하신다면 당장 그 생각을 바꿔야 할 것이다.
▲ '아사달 헌 책방'은 7만여 권의 다양한 책을 보유하고 있다.
‘아사달 헌 책방’은 책방이라기보다는 ‘책의 세계’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릴 만큼 방대한 도서를 보유하고 있다.
세월이 짙게 묻어 있는 조선시대 고서에서부터 예전 대학 교재라고 하는 전문 서적, 국어 대사전, 오산시사, 학생들 참고서, 소설, 자기개발서 등 그야말로 없는 게 없다.
게다가 구미를 당기는 저렴한 가격까지 마음이 넉넉해지는 곳이다.
▲ 책 찾기는 보물 찾기. 책 찾을 일이 걱정이라면 접어두시라. 이영열 대표는 책 찾기의 고수다.
이영열 대표는 책의 숨결을 달고 사는 사람이다.
그 수많은 책들을 손수 이 곳에 진열하면서 책과 대화하는 사람이다.
그에게 “오산 시민에게 어떤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까?”라고 물으니 단연 ‘어린 왕자’라고 한다.
이어 요즘 극장에서 관객 몰이를 하고 있는 ‘레미제라블’이라고 했다.
“‘어린 왕자’는 순수를 볼 수 있는 눈을 길러주죠. 어른도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장미와 여우와의 대화에서 ‘서로 길들여진다’라는 부분은 가족사회의 유대관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봅니다. 또 길들여진 사람들끼리 정 주고 받을 수밖에 없는 사회라는 것도 잘 보여주고 있죠. ”
이영열 대표는 ‘어린 왕자’를 이렇게 소개했다.
‘레미제라블’은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가 1862년 출간한 소설로 ‘비참한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이영열 대표는 ‘아아, 무정’이라는 제목의 해석판을 읽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어떤 책이 좋은 책이며 읽을 만한 책인가?’라는 질문에는 “책을 가리지 말고 무조건 많이 읽어야 한다”고 답한다.
▲ 왼쪽 중간 즈음 위치한 조선시대 고서. 낡은 종이에서 세월이 물씬 풍겨 보는이를 고취시킨다.
“요즘은 출판 수준이 높아져서 저질서는 아예 출판을 하지 않아요. 그러면 팔리지 않으니까요. 그렇지만 악서를 읽는 것도 공부라고 봅니다. 그래야 양서를 구분하는 눈이 생기니까요.”
그러니까 어머니는 아이에게 반 강제적으로 책을 권하지 말고 아이가 읽고 싶은 책을 읽게 두라고 조언했다.
세상은 다방면을 두루 아는 인재를 원하고 아이들의 호기심이 책 선택을 다양하게 할 테니까 말이다.
그만큼 이영열 대표는 책에 관대했다.
▲ 예전 대학교재들. 경제학, 법철학, 애국자 등 이 책들을 보며 공부했던 학도들이 눈에 그려지는 풍경이다.
세월에도 그러했다. 책을 읽고 짧은 시간 안에 지식이 드러나진 않지만 다독을 한 사람에게서는 깊이와 울림이 느껴진다고 이영열 대표는 말한다.
세상은 놀랄 만큼 다면화 됐고 모든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자신의 분야에서 일류가 되면 된다는 것이 이 대표의 생각이다.
‘아사달 헌 책방’은 보유한 도서만큼이나 풍부한 단골을 가졌다.
▲ 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가격대들. 이런 저렴한 가격 덕에 고객들은 본 책을 가지고 오고 다른 새로운 책을 가져가는 '순환 소비' 패턴을 보이기도 했다.
아이의 참고서를 구매하러 오는 학부모에서부터 교수, 머리가 희끗한 어르신들, 헌 책방의 풍경을 즐기러 오는 사람들까지 다양하다.
그 중 기억에 남는 손님이라면 이 대표가 얼마 전 잠깐 병원에 입원했을 때 빠른 쾌유를 빌던 8살 소녀라고 한다.
소녀는 이 대표에게 손편지를 써 겉봉에 달콤한 사탕 3개를 붙였다.
▲ 8살 소녀가 이영열 대표에게 쓴 편지. 빠른 쾌유를 기원하고 있는 마음이 사랑스럽다.
그리고는 이를 이 대표가 없는 문에 붙여뒀다.
그 외에도 이 대표가 자리를 비운 사이 10여개의 편지가 문에 붙여져 있었다고 한다.
병문안을 가지 못하는 단골들의 따스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을 것이다.
이영열 대표에 의하면 일본에는 100년이 훌쩍 넘은 헌 책방이 있어 마을 사람들에게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또 영국 어느 곳에는 마을 전체가 헌 책방인 곳도 있다고 한다.
▲ 오산 시사가 보인다. 왼편으로 최신대옥편도 있다. '아사달 헌 책방'은 값어치 있는 전문서적이 많다.
한국에서 헌 책방의 유래는 근대 해방 후 지식인층의 생계수단이라는 설이 있다고 했다.
이른바 좌우 이념 대립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강호(江湖)였던 것이다.
고도의 산업화가 이뤄지면서 이제 헌 책방의 명맥을 잇는 것도 어려울 만큼 헌 책방 산업은 영세해졌다.
▲ 정돈된 책들 사이를 걷는 것은 잘 깎인 잔디길을 걷는 것처럼 평온하다.
그렇기에 앞서 언급했던 익명의 책 제공자가 반갑고 더욱 고마운 것이다.
이영열 대표는 이런 고마움을 본지 오산인터넷뉴스 지면으로 표현하고 싶다고 했다.
매월 발간되는 지면판에 책 소개를 선뜻 응해준 것이다.
이 대표는 ‘사장님’이라는 호칭보다 ‘선생님’이라는 부름이 부지불식간에 나올 만큼 깊이 있는 사람이다.
7만 개의 세상과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 그에게 책 한 권 소개받는 것은 맑은 샘물 한 방울을 마시는 것과 같은 기쁨일 것이다.
영혼이 평온해지는 곳, ‘아사달 헌 책방’이다.
▲ 아사달 헌 책방은 오산시 오산동 540-6번지에 위치하며 오전 10시 30분경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문을 연다. 쉬운 위치설명을 덧붙이자면 오산시청에서 남촌동 넘어가는 지하도 왼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