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인터넷뉴스】아버지는 산을 무척 좋아하셨다. 모처럼 휴일에 쉬는 나를, 새벽부터 깨워 산에 가자고 하셨었다. 나는 그때마다 못 들은 척, 잠을 더 청했다.
그러면 ‘끼익’하고 대문 여는 소리가 들리고, 아버지의 걸음 소리가 귀에서 멀어져 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이를 먹으니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책임져야할 식구와 동료가 생겼다. 바쁘다는 핑계로 아버지를 찾아뵙기가 더 힘들어졌다.
언젠가 한번은 아버지가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하셨는데 바쁜 연말과 겹쳐 안부 전화도 하지 못했었다. 그 이후로도 겨우 명절과 생신에 함께, 그것도 식사를 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 못난 자식을 아버지는 아주 자랑스러워하셨다.
요즘 같이 일자리가 없는 때, 좋은 회사에 근무한다는 사실을 주위에 자랑하시며 “네가 더 바빠야 회사가 잘 된다” 말씀하시고 “좋은 회사에 다니는 만큼 품격 있게 행동하라” 주문하셨다.
그때만 해도 내가 어렸을 적, 크게만 보였던 아버지 그대로 영원하실 줄 알았다.
하지만 몇 해 전, 아버지에게 파킨슨병이 찾아왔다. 눈에 보이게 기력이 쇠약해지셨다. 이대로라면 아버지와 등산 한번 못할 것 같아, 함께 산에 가자고 말씀드렸다.
“아버지, 저랑 아침에 산에 올라가시죠.”
아버지는 무척 피곤한 듯한 목소리로 대답하셨다.
“나는 못 갈 것 같으니 너나 다녀와라, 꼭대기는 길 미끄러우니까 조심하고...”
집을 나서며 난 눈물이 났다. 그렇게 나와 산에 가자고 하셨는데, 그게 뭐 그리 큰일이라고 한번을 못 가드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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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와 후회해봤자 소용은 없지만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을 소중히 보냈으면 한다.
여태껏 입 밖으로 꺼내보지 못한 말이 있는데, 이번 어버이날에는 용기 내어 해 볼 생각이다.
“아버지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