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인터넷뉴스】김지헌 기자 = 기적이 일어났다. 영화<귀향>은 흥행은커녕 개봉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개봉 5일 만에 100만을 넘었다. 순 제작비의 50%인 12억을 크라우드 펀딩(대중 자금조달)으로 투자 받았다는 사실 또한 가슴이 뜨거워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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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워지는 처녀들, 강일출 作 |
<귀향>은 2002년 조정래 감독이 ‘나눔의 집’ 봉사를 갔다가 강일출 할머니의 ‘태워지는 처녀들’이라는 작품을 보고 기획하게 된다. 어렵사리 모은 제작비가 촬영 시작 일주일 만에 떨어지기도 하고, 당시 영화에 출연하겠다는 배우도 구할 수 없었다. 또 조 감독은 정치인으로부터 영화를 그만두라는 협박을 두 차례 받기도 했다.
조 감독이 그런 상황에서도 영화촬영을 끝까지 마칠 수 있었던 것은 <귀향>의 출연배우이자 제작을 겸한 임성철씨 덕분이다. 그는 극 중 악랄하고 변태적인 일본군인 ‘류스케’를 연기했다. 일본의 패망 직전, 분노와 폭력으로 소녀들을 겁간하는 그의 눈빛은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다.
▲ 故 김 구 선생의 외 증손자, 임성철씨 극 중 일본군인 '류스케'역
하지만 극 중의 그런 모습과는 다르게 그는 김 구 선생의 외 증손자로서 누구보다 이 영화에 열과 성을 다했다. 제작비를 기부하기도 했고 그것도 모자라 장모의 집까지 담보로 잡히며 영화를 만들었다.
또한 그는 영화 촬영 당시 쿠싱병(뇌하수체에 종양이 생기는 희귀병)에 걸렸지만 연기에 몸을 사리지 않았다. 이런 숨은 노력이 우리를 스크린으로 불러들이고 있는 것이다.
▲ 재일교포 4세 강하나씨, 극중 14세 소녀 '정민'역
한편, <귀향>에 주연으로 출연한 강하나씨는 사실 재일교포 4세로 한국어 발음이 어려웠다고 한다. 그녀는 영화촬영 당시 14세로, 실제 위안부로 끌려간 소녀들의 나이와 같았다.
겁간씬이 너무 무서웠고 심리적 스트레스도 상당했다고 한다. 이에 조 감독은 영화에 나오는 소녀들이 상처를 받지 않도록 심리치료를 병행하며 영화를 촬영했다.
사실 이 영화를 처음 관람했을 때는 영화적 완성도가 조금 미흡하게 보였다. 과거 씬과 현재 씬의 교차 편집이 영화의 몰입도를 방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번 이상 관람하니 감독의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히 와 닿았다. 할머니들의 아픔과 조국의 역사를 기억해야한다는 단순한 맥락이 아니었다.
일제의 만행 속에 성노예로 살아야 했던 여성들을 포함, 전쟁 속에 사라져간 젊은 피들. 이 땅에서 혹은 타국에서 고통 속에 사라져 간 사람들... 그 모든 피해자들을 위해 영화는, 그들의 넋이 이제라도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고향으로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다.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가 연일 시끄러운 가운데, 끝까지 영화를 지켜낸 제작진과 일본대사관 앞, 추위 속에 소녀상을 지키는 학생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오늘 봤어요. 오산에 소녀상이 건립되도록 힘써야겠어요. 영화 너무 아파요.
공감. 돈주고 사는 불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