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hong 기자
북극곰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누구나 “기후변화를 늦추자”, “온실가스를 줄이자” 라고 얘기할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잔류 시간은 대략 50~200년 정도이다.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현재의 범지구적 노력이 성공하더라도 이미 과거에 배출된 온실가스만으로 향후 수십 년간 세계 평균기온은 2℃ 정도 상승할 전망이라는 말이다.
이러한 전망을 배경으로 전 세계 과학자들의 의견을 집대성한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4차 보고서 및 스턴보고서(기후변화에 대한 환경·경제학적 영향을 분석한 책)는 지구의 온도가 2℃ 상승하면 북극의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여 매년 수백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홍수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결국 이미 누적된 온실가스로 인해 예정된 기후변화를 피할 수는 없는 상황이며 북극곰 또한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개체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활동공간인 바다빙하가 줄어드는 환경에 적응하는 것만이 눈앞에 닥친 생존위기에 대응하는 현실적인 방법이다. 북극곰은 물론이고 인류 또한 기후변화 적응 문제는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사항이 되어버린 것이다.
기후변화는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며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우리가 이 상황을 피할 수 없다면 미래를 보는 눈을 가지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에 의한 자연재해, 건강, 물 부족 등 피해에 대비하는 것이 물론 최우선이겠지만 이 위기를 새로운 산업개발과 소득창출의 기회로 삼아 변화한 환경에 ‘적응’하는 전략도 필요한 것이다.
이런 맥락의 좋은 예가 바로 제주도다.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기후변화의 영향을 제일 먼저 실감하고 있는 지역으로 일찌감치 기후변화에 적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몇 해 전부터 망고 같은 아열대 농작물을 재배하여 소득을 올리고 있고 관련 연구소에서는 아스파라거스 등 열대작물을 성공적으로 시험 재배하기도 하였다. 기존의 제주 기후에서는 재배할 수 없던 아열대 농작물이 기후변화에 의해 제주도의 새로운 소득원 및 성장동력으로써의 가능성을 보이는 것이다.
물론 기후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정부에서는 그 위험은 최소화하면서 새로운 발전의 기회로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13개 부처 공동으로 범 국가 차원의 국가 기후변화 적응 종합대책을 새롭게 수립하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 적응에 대한 전략적 연구 및 정책지원 수행과 지역별 기후변화에 취약한 분야를 찾아내고 지자체 적응계획의 수립을 지원할 수 있는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와 아울러 장기적으로 기후변화 및 그 영향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지구환경위성 도입, 기후변화 영향 및 취약성 지도 작성, 한반도 기후변화 백서 및 한국판 스턴보고서 작성 등 기후변화가 우리나라에 끼치는 영향과 피해 규모의 평가 등을 통해 적응 방안을 마련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그동안의 다양한 시도와 정책을 바탕으로 정부가 녹색성장을 선포한지 2주년이 되었다. 이런 시점에 발맞추어 녹색성장이 실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제주도 사례만 보더라도 녹색성장은 우리 생활에서 떨어져 멀리 있는 거창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기후변화에 어떻게 적응하고 그것을 이용하여 성장할 수 있는 것인가를 고민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녹색성장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재현 환경부 기후대기정책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