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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장을 ‘情’으로 물들이는 사람들(17) - 오색시장 5일장에서 만난 어르신들
  • 기사등록 2015-10-28 11:2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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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인터넷뉴스하주성 기자 = 5일장, 참 정겨운 곳이다. 수천 년을 이어진 5일장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속으로 감추고 있는 곳이다. 몇 년 전인가 경기도의 한 지자체에서 의뢰를 받고, 지역 5일장 책을 쓰기 위해 아예 그곳으로 자리를 옮겨 한 8개월 이상을 장날마다 장을 찾아 나갔다. 그렇게 1년 후에 지역 5일장 책을 한 권 내놓았다.

 

 

늦은 가을부터 시작해 다음해 여름까지 장에서 만난 사람들만 해도 부지기수이다. 나중에는 내가 장에 나가면 여기저기서 아는 체를 하고, 무엇인가 하나씩 집어주기도 해 장에 나가는 것이 오히려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그것이 바로 5일장만이 갖고 있는 우리네 고유의 ()’이란 것이다.

 

5일장은 5일마다 한 번씩 서기 때문에 장을 찾는 손님들과 장사를 하는 상인들이 낯이 설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나름대로 장사꾼들은 자신의 단골이 있기 마련이다. 5일장에서 판을 열고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자리를 옮기지 않는 것도 바로 이 단골 때문이다. 자리를 옮겨 단골들이 불편할까보아 배려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머니의 손맛을 기억해내다

 

오색시장 역시 기존의 상가 거리 안에 좌판을 열고 물건을 파는 상인들이 있다. 이런 분들은 대개는 연세기 드신 분들이다. 많은 물건을 펼쳐놓지도 않는다. 그저 우리가 일상생활에 필요한 장 종류나 채소류, 조금 다르다고 하면 과일이나 집에서 담군 장아찌 종류들이다. 이런 물건들은 외부에서 사서 판매를 하기 보다는 집에서 직접 농사를 지은 것들이다.

 

내가 5일장에 가서 어르신들이 파는 반찬류를 자주 사는 것은 바로 어머니의 맛 때문이다. 어머니께서 세상을 떠나신 지 벌써 20여 년이 훌쩍 지났지만, 난 아직도 어머니의 손맛을 잊지 못하고 있다. 바로 5일장에서 만나는 할머니들의 장아찌나 찬 등에는 그런 어머니의 맛이 있다.

 

일찍 나오셨네요?”

아이고, 이젠 힘들어서 일찍 나오질 못해, 오늘도 내가 제일 늦었나봐

오늘은 물건이 제법 많으신 듯하네요?”

이제 김장철이라 어제 이것저것 밭에서 뽑은 것들을 들고 나왔지

 

생각 같아서는 물건을 팔아드리고 싶지만, 집까지의 거리를 생각하면 선뜻 지갑을 열지 못한다. 그저 누군가 더 많은 물건을 팔아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찬 바닥에 앉아 하루 종일 오가는 손님들 중에 단골을 찾아 기다리고 계시는 어르신들. 5일장은 이 분들이 있어 정을 이어간다.

 

 

늘 그 자리에 정을 파시는 어르신들

 

세교동에 거주하신다는 할머니 한 분은 늘 채소종류를 집에서 갖고나와 팔고 계신다. 5일장은 외지의 상인들이 물건을 펼쳐놓는데, 이렇게 주변 마을에서 나오시는 분들은 부스 하나를 장만하지 못해 늘 장거리 안에서 손님들을 맞는다. 그것도 시장 점포의 주인이 허락을 해야 자리를 펼 수 있다.

 

연세가 드신 어르신이 물건을 팔겠다고 하시는데 매정하게 굴 수가 없죠. 어차피 제가 파는 물건과 같은 종류도 아니고, 손님들이 출입하는데 큰 지장도 없고요. 어머니같은 분인데 박대를 하겠어요.”

 

5일장은 ()’이다. 누구나 5일장을 찾아오면 이런 정겨운 모습을 만나게 된다. 사람들이 멀리 떨어진 5일장을 찾아가는 것도 이런 정 때문이다. 그래서 5일장을 정이 넘치는 장’, 혹은 정으로 서는 장이라고 표현한다. 오랜 세월만큼 장() 안에 정이 쌓이는 곳이다. 1028, 올해 10월에 끝으로 서는 장날이다. 오늘은 오색시장 5일장을 찾아가 뜨끈한 국밥 한 그릇을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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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10-28 11:2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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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견(총 1 개)
  • 도훈엄마2015-10-28 12:35:49

    기자님 글 참 편안하게 잘 쓰시네요. 오색시장 연재기사 잘 보고 깄습니다. 몰랐던 시장 역사도 배우고요. 연재마치면 오산시에서 책을 내면 좋겠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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