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인터넷뉴스】 하주성 기자 = 언제인가 충격적인 소식을 하나 들었다. 경기도의 한 시에서 지역과 전혀 무관한 예능단체를 초청해, 걸판지게 굿판을 벌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굿이라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인물의 억울함을 풀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인데, 전혀 지역과도 무관하고 그렇다고 내용이 맞지도 않는 굿판을 벌였다는 것이다. 그렇게 초청을 한 단체가 바로 지역문화를 책임지는 곳이었다니 아연할 수밖에.
▲ 경기도당굿의 화랭이 춤인 '터벌림'(춤꾼 김철기)
요즈음 우리는 각처에서 열리는 많은 행사를 보면서 지역적 특성이 강한 우리 것이 너무나 홀대를 받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우리의 전통문화는 ‘백리부동풍(百里不同風)’이라고 하여, 그 지역마다 각기 다른 풍속과 문화예술을 지니고 있다.
즉 살아가는 방법과 주위환경, 그리고 역사적, 시대적 배경을 민속 창출의 요인으로 삼아 각 처마다 다른 형태의 풍속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적어도 한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살던 사람들이 딴 곳으로 이주를 하면, 3대 정도를 지나야 그 곳의 풍습을 익히고 그 지역의 토착 풍속과 동화된다고 한다.
전통문화는 지역에 따라 독창성이 있다
그 예로 판소리의 경우 전라도 사람의 성음이 틀리고, 경상도 사람의 성음이 틀리다. 또한 경기도 사람의 성음이 달라 각기 그 지역 나름의 창제(唱制)를 갖고 있다는 것이 보편적인 견해이다. 풍물을 보더라도 기 지역에 따라 각기 처해진 바대로 다른 음악성향을 띠우고 있어 우리는 경기도의 웃다리농악, 호남좌도농악, 우도농악, 삼천포농악(영남) 등 지역의 다른 색을 보이고 있는 농악을 볼 수가 있다.
춤 또한 지역적으로 각기 특색 있는 춤의 형태가 있고, 그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사람들의 태가 다르다고 표현을 한다. 그러나 요즈음 우리는 문화를 지켜가야 할 사람들의 문화를 망치는 행위를 보거나, 우리 것인지 남의 것인지, 우리 지역 것인지 남의 마을 것인지, 있었는지 만들어졌는지. 구분도 되지 않는 그러한 것들을 너무나 흔히 접할 수가 있다.
전통예술은 그 지역에서 함께 그 행위를 하고 살아가던 사람들의 정서가, 그 안에 송두리째 담겨있는 것이다. 그런대도 일부 사람들에 의해서 지역의 정서가 사라진 전통예술이 마치 그 지역에 오랫동안 뿌리내리고 있었거나, 혹은 전혀 다른 정서인데도 불구하고 그 지역의 것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역 전통문화를 폄하하는 행위는 매국적 짓거리
전통이란 한 지역에 오랜 시간동안 전해지면서, 자연적이고 순차적인 변화를 거치면서 그 지역민의 정서를 내포하고 있는 아름다운 예술로써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 지역의 정서도 없고 그 지역적 사고도 없는 예술은, 이미 그 지역의 전통이 아니다. 더욱 그런 것들 - 지역적 정서도 없고, 특성도 없으며, 현대적 냄새가 나는 그러한 것들 - 은 더 이상은 우리가 방관을 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우리의 정체성을 없애고, 민족적 자긍심을 죽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런 행위는 어찌 보면 매국적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민족적 자긍심을 죽이는 행위는, 그 자체가 바로 망국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미 일제에 의해서 수 없이 많은 전통문화예술이 훼파되고 얼마 남지 않은 부분을 지켜가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이즈음, 지역을 벗어나 함부로 지역 정서를 망치는 행위나 지역적 근거도 없는 것을 지역의 것인 양 몰아가는 행위는 매국적 작태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지역 의식 없는 관리단체 있을 필요 없어
이제는 스스로에게 묻기를 원한다. 관리를 하는 행정부서나 직능단체의 담당자는 우리 것에 대해 얼마나 애착을 갖고 있으며, 얼마나 공부를 했는지. 문화를 지켜가야 할 당사자들은 그 지역적 사고를 지닌 예술적 행위를 하고 있으며, 양심을 속이는 일은 없었는지. 타 지역의 정서를 갖고 있으면서도 가장 그 지역사람인체 하고 나 몰라라 하는 행위는 하지 않고 있지는 않았는지.
지역의 전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전통인체 날조를 하고 방관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에게 묻고 스스로 답을 내리길 바란다. 그리고 더 이상은 지역적 정서가 내포되어 있지 않고, 지역의 특성이 없는 그러한 지역불명의 문화를 내세우는 행위는 삼가기를 바란다. 그 길만이 지역문화를 지켜가야 할 사람들이 가져야할 올곧은 덕목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럴만한 자질이 없다고 한다면, 당연히 그 자리에서 떠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