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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인터넷뉴스】김지헌 기자

 

 

안개 속에서

 

헤르만헤세

 

 

 

안개 속을 거니는 것은

참으로 이상하다.

덤불과 돌은 저마다 외롭고

나무들도 서로가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다 혼자이다.

 

내 인생이 아직 밝던 때

세상은 친구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지금 안개 내리니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것들로부터

자신을 홀로 격리시키는 어둠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진정 현명하다고 할 수 없다.

 

안개 속을 거니는 것은

참으로 이상하다.

살아 있다는 것은 고독하다는 것

사람은 서로를 알지 못한다.

모두가 다 혼자이다.

 

 

 

* 시인 헤르만 헤세

 

 

 

글쓴이의 청소년기를 송두리째 빼앗아 간 헤르만 헤세.

 

그는 독일이 낳은 최고의 시인임이 틀림없다. <데미안>, <유리알 유희>, <싯다르타>, <수레바퀴 아래서> 등 그의 작품은 삶과 죽음, 그리고 이성과 감성의 어딘가를 묘하게 뭉그러뜨리는 힘이 있다.

 

그는 이미 열세 살 때 시인이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그의 나이 서른에는 여기에 시인이 잠들다.’라는 묘비명까지 마련해 놓을 정도로 시에 대한 열정이 넘쳤다.

 

헤세의 시에는 방랑과 고독이 넘치는데, 아마도 정처 없는 떠돌이 생활이 한 몫을 하지 않았나 싶다.

 

헤세는 1877년 독일 남부의 작은 도시 칼프에서 태어나 1962년 스위스 몬타뇰라에서 영면하기 전까지 방랑을 멈추지 않는다.

 

다니던 수도원에서 도망쳤고 정신불안에 시달려 자살시도도 수차례 했으며 이스탄불과 이탈리아를 떠돌기도 했다. 그런  방랑의 정점을 찍은 곳이 있으니 바로 인도였다.

 

인도에서 문화적 충격을 겪은 헤세는 3개월 남짓 생활하고 주변 국가로 떠났다. 스리랑카, 싱가포르 등을 방랑하며 기존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유럽과 동양문화권에 대한 인식이 이 시점에 전환된다.

 

늘 고독 속에 자신을 내던졌던 헤세. 위의 시 안개 속에서처럼 우리는 모두 안개 속에서 외로워하며 서로를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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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03-26 08:3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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