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hong 기자
【오산인터넷뉴스】김지헌 기자
쉽게 쓰여진 시
윤동주
시인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수록된 '쉽게 쓰여진 시'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6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우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잃어 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쓰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6첩방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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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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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윤동주 시인 |
28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한 윤동주는 1945년 2월에 사망했다. 항일운동을 한 혐의로 체포되어 2년간 복역하고 옥 중에서 영문 모를 주사를 계속해서 맞았는데 생체실험이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쉽게 쓰여진 시>중 6첩방이라는 단어는 일본의 다다미방을 뜻할 것이며 겹겹이 쌓여졌던 시대의 암울함을 함축시킨 것으로 보인다.
일제 시대의 지식인은 얼마나 괴로웠을까? 일본에 유학하며 겪었을 시인의 분노와 좌절, 부모에 대한 미안함 등이 시 안에 고스란히 드러나있다.
시라는 것은 결코 쉽게 쓰여지지 않는다. 여러갈래의 의미와 이미지를 한 단어로 함축해, 마치 살아 숨쉬는 生物을 만들어야하기 때문이다.
쉽게 쓸 수 없는 것을 쉽게 쓴다는 것, 마치 일제가 우리나라를 개화시킨다는 명목으로 수탈한 모습과 닮아있다.
故 윤동주 시인의 70주기를 추모하며 그의 고뇌를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