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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비하발언, 진실 가리자 - 前 노동부 평택지청장, 명예훼손·정정보도 소송
  • 기사등록 2014-04-14 10: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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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신터넷뉴스】조윤장 기자 = <속보> 웃음거리 된 노동자 죽음(오산인터넷뉴스<기자노트> 2013.12.23 보도)과 관련, 고용노동부가 ‘사회적 물의’책임을 물어 이호주 前 노동부 평택지청장을 전보발령하자 이 前 지청장이 “기사가 오보”라며 본지를 상대로 사법당국에 각각 명예훼손(고소) 및 정정보도(소송)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익명의 제보자가 새누리당 이종훈 국회의원(환경노동위원회)측에 이 前 지청장의 노동자 비하발언을 제보했고, 이종훈 국회의원이 이를 문제삼아 2014년 2월1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방하남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이에 방하남 고용노동부장관은 즉각 내부감사부서에 감사를 지시했고, 노동부는 이 前 지청장에게 사회적 물의 책임을 물어 3월17일 대구서부고용센터장으로 전보발령했다.     

 

이는 2013년 12월 열린 기업인 행사에서 이호주 前 지청장이 고용정책 및 산업재해 안전관리를 주제로 강연한 내용( “죽어도 꼭~ 여기에 와서 죽어. 다른 곳에서 죽지 않고 꼭 여기 와서 죽어. 중략)과 관련, 노동자 비하 발언을 보도<기자노트>한 기사가  ‘오보’라며 사법당국에 고소와 소송으로 맞선 것이다.

 

4월14일 화성동부경찰서와 이호주 前 지청장이 법무법인 세한을 소송대리인으로 수원지방법원에 제출한 소장(訴狀)에 따르면 “원고(이호주 前 지청장)는 2013년 12월18일 오후 5시~6시까지 오산상공회의소가 개최한 송년만찬회에 초빙, 기관단체장 및 회원사 임원 등 60여명을 상대로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정책과제와 관내 산업재해예방’을 주제로 강연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피고(오산인터넷뉴스·기자)는 원고가 강연한 내용을 명백한 허위사실로 보도했다”고 청구원인으로 적시했다.

 

소장(訴狀)은 이와 함께  “원고는 기사가 보도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는데 2014년 2월13일 이종훈 국회의원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대정부질문에서 이 기사를 인용, 원고가 외국인 노동자를 비하발언했다고 주장한 사실을 알게 됐다”며“이종훈 국회의원 주장은 일파만파로 퍼지기 시작했고 다음날 각종 포털사이트에 ‘지청장 막말 논란’ 뉴스가 확대·재생산되는 과정에서 급속도로 퍼지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기서 분명히 가려야 할 정황이나 사실관계가 있다.

 

본지는 이 前 지청장이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준비한 첨부자료에 적잖은 오류를 발견했다.

 

첫째 오산상공회의소가 개최한 기업인 송년 만찬회 행사는 2013년 12월18일 오후 6시부터 진행됐는데, 소장은 오후 5시~6시까지로 명시했다.

 

이 前 지청장이 행사시간 조차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는 근거다.

 

둘째 당시 참석자들에게 받은 사실확인서가 객관성을 갖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前 지청장은 자신이 작성한 사실확인서에「2013년 12월18일 오후 5시~6시경 오산상공회의소 송년만찬회에서 평택고용노동지청장이 강의시 “죽어도 꼭 여기 와서 죽어”, “다른 곳에서 죽지 않고 꼭 여기 와서 죽어”,“저 공사는 우리 것도 아닌데 여기 와서 죽었다”라는 말을 들은적 있습니까?」라는 질문과 함께 ①강의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 ②강의를 들은 적이 없습니다( ) 등으로 의사를 표시토록 했다.

 

결과는 참석자 60여명 가운데 48명이 ‘②강의를 들은 적이 없습니다( )’에 동그라미를 표시했다.

 

하지만 이 前 지청장이 행사 시작과 함께 첫 순서로 단상에 올라 강연한 총 40분 가운데 노동자 비하발언 부분은 중간 정도에 극히 짧은 순간에 이뤄진 몇마디로 2개월이 훨씬 지난 시점에서 과연 참석자들이 정확한 기억을 통해 의사를 표현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다.

 

아울러 사실확인서에 표시한 질문은 앞뒤 강의 내용은 생략한 채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없다’로 의사를 표시토록 했는데, 이 부분은  ‘기억이 난다/안나다’로 객관성을 확보했어야 했다.

 

그 이유는 이렇다.

 

본지가 당시 행사에 참석한 수십명을 상대로 확인한 결과 이들은 하나같이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 강연내용을 거의 기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 前 지청장이 직접 찾아와 사실확인서를 놓고 확인을 청하는 바람에 정확한 기억이 나지 않아 2가지 질문에서 ‘②들은 적이 없다( )’에 동그라를 치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런 정황으로 미뤄 그렇다면 이호주 前 지청장의 ‘노동자 비하발언(막말 논란)과 관련, 진실은 세가지 가운데 하나다.

 

▶ 이 前 지청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 이 前 지청장 본인 스스로가 아예 기억을 못하고 있거나 ▶ 취재기자가 꾸며서 비하발언을 보도했거나 등으로 압축할 수 있다.

 

기자(記者)는 어떤 경우라도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글로 표현해 세상에 알리는 직업이다.

 

때문에 정의와 양심에 따라 주어진 소명과 사명감에 충실하고자 노력한다.

 

감히 독자들께 판단을 구하고 싶다.

 

※이해를 돕기 위해 2013년 12월23일자 오산인터넷뉴스에 게재한 <기자노트> 기사를 원문 그대로 싣는다.

 

 

【오산인터넷뉴스】이영주 기자 = “죽어도 꼭~ 여기에 와서 죽어. 다른 곳에서 죽지 않고 꼭 여기 와서 죽어.”

순간 객석 곳곳에서 웃음 소리가 비집고 나왔다.

 

맹렬한 불볕더위와 사투를 벌이다 흙더미에 파묻혀 사랑하는 가족들의 얼굴을 그리며 숨을 거뒀을 노동자들.

 

그들의 고통스럽고 안타까운 죽음이 한낱 웃음거리로 치부된 행사장에서  記者가 감내한 심경은  ‘이토록 가슴아픈 사연이 어떻게 우스운 일이 될 수 있을까’를 의아해 할 수 밖에 없는 무력감이 전부였다.

 

며칠전이다.

12월18일 오후 6시 오산웨딩의전당에서 오산상공회의소가 주최한  기업인 송년 만찬회.

 

내빈으로 참석한 이호주 고용노동부 평택지청장이 2013년 여름 수서~평택 간 철도공사와 관련, 터널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인부들 사망사고를 언급했다.

 

그가 지적한 사례는 앞서 6월3일 오후 5시30분쯤 평택시 진위면 평택~수서간 고속철도 6-2공구현장 지하 40m지점 터널막장에서 인부 7명이 암반에 폭약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암벽이 무너진 사고였다.

 

이 사고로 매몰된 외국인 인부 2명은 병원으로 옮겨지던중 사망했다.

한 가정의 希望이었을 두 생명의 가슴아픈 스러짐이 과연 행사장에 참석한 그들에게 미소를 짓게 만드는 뭔가의 보이지 않는 존재를 고민해야 했다.

 

▲ 이호주 고용노동부 평택지청장이 기업인 송년만찬회에서 고용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이호주 지청장은 2013년 1월1일부터 ‘현재’까지 고용노동부 평택지청 관할 구역에서 발생한 산업현장 사망사고를 거론하며 이렇게 말했다.

00명.(고용노동부 평택지청 요청에 따라 정확한 사망자 수치는 밝히지 않는다)  

 

2013년 들어 고용노동부 평택지청 관할 산업현장에서 노동자 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호주 지청장은 위 발언에 앞서 00명 수치를 거론하며  “저 공사는 우리 것도 아닌데 여기에 와서 죽었다”고 말했다.

 

관할구역이 아닌 곳에서 노동자가 ‘죽었다면’ 평택지청 사망자 수가 늘지 않았을 것인데, 관할구역 외 공사로 관할구역 산업현장 사망자가 증가해 억울하다는 표현이다.

 

송년회가 끝나고 만찬이 시작되자 記者는 메모한 수첩을 들고 이호주 지청장에게 다가가 명함을 건네며 정중히 인사한 뒤 관할구역이 어딘지를 물었다.

 

수첩에  ‘00명’으로 덧줄친 네모칸을 응시한 지청장은  “그건 나중에 .. ”라고 말끝을 흐리며 자리를 뜨려고 했다.

 

뒤를 쫓으며 “지청장님, 관할구역이 어딘지 말씀해 주시죠”라고 재차 요구하자 이호주 지청장은 “그건 내일 사무실로 와서 얘기하라”고 말했다.

이어 “관할구역만 지금 말씀해 주시죠, 관할구역이 어디 어디죠?”라고 다시 묻자, 그는  “지금 여기서 그걸 묻는 건 단체장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호통치면서 얼굴을 붉혔다.

 

더욱이 만찬회를 주관한 오산상공회의소 직원까지 나서  “행사장에서 이러시면 안됩니다”라고 記者를 제지했다.

 

행사장에서 말한 내용에 記者의 질문이 단체장에 관한 예의가 아니라는 얼토당토 않은 논리에 어이가 없었지만, 내심 추가 취재를 계획하고 행사장을 나오는데 이호주 지청장이 앞서 걷고 있었다.

 

그는 “지청장님”하고 부르는 소리를 귓등으로 들었는지 운전기사가 문을 열어주는 고급 외제승용차를 타고 사라졌다.

 

물론 이호주 지청장이 발언한 내용이 모두 터무니 없지는 않았다.

그는 최근 노동정책을 안내하며  ‘시간제 일자리 증가, 교대제 근무확대’ 등 정책을 열심히 설명했다.

 

하지만 너무 안타까운 점은 한국노동정책을 시행하고 관련 사무를 관장하는 행정기관의 장이 오산지역 기업인들이 모인 공식자리에서 산업재해로 숨진 노동자들에게 위로는 못할 망정 억울하다는 표현은 분명 간과할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그의 발언에 웃음을 터트린 몇몇 기업인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동조했는지 모르겠다.

 

최근 남아공 넬슨 만델라 前 대통령 추모식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총리, 헬레 토르닝 슈미트 덴마크 총리가 나란히 웃었던 모습이 공개되면서 국제적으로 논란이 되고 망신을 당했다.

 

흙더미에 파묻혀 스러져간 생명을  ‘억울한 일거리 증가’ 정도로 매도해 웃음거리로 만든 이호주 고용노동부 지청장과 세계인권운동의 상징적 존재 넬슨 만델라 추모식에서 웃음을 보였던 오바마 대통령은 공통분모를 자아냈다.

 

현재순 ‘일과 건강’ 연구원은  “노동자를 책임져야 할 지청장이 드러낸 안전보건의식이 이정도라면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며 “지청장이 할 일은 (노동자) 재해유형을 분석하고 사고재발방지를 위한 개선대책에 머리를 싸매야 한다”고 충고했다.

 

현재순 연구원은  “그는 적절치 못한 발언에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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