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hong 기자
【오산인터넷뉴스】이미숙 기자 = 화사함으로 곱게 단장한 봄을 기다리는데 황사와 미세먼지에 점령당한 것 같지만 그 곳에서 숨은 봄을 찾았다.
▲ 독산성 삼남길을 오르는 입구
“길을 잃었다기 보다는 길을 잃고 싶었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아직은 바람이 차갑지만 볼을 스치는 느낌은 얄밉게 간지러워 영락없는 봄바람이다.
그렇게 바람과 벗하며 독산성 삼림욕장 삼남길에 올랐다.
▲ 삼남길을 오르는 길 초입.
‘숲은 육체와 정신적으로 힐링의 선물을 준다’고 했던 세상 정보들을 삼남길에서 그대로 믿을 수 있도록 만들어 버렸다.
세마대 둘레길을 걸으니 백제시대에 창건된 사찰 보적사가 보인다.
한신대 정남방면에서 오르기 시작한 완만한 길은 높고 깊은 산은 아니지만 조그만 골짜기들 사이로 등산하는 사람들과 산악자전거를 타며 땀 흘리는 젊은이들이 시야에 들어 온다.
▲ 체력단련장(좌상)과 흙길(좌/우하), 그리고 오산시내 전경(우상)이 보인다.
독산성은 국가사적 제140호로 지정된 ‘독산성 세마대’의 역사적 가치를 지닌 곳으로 ‘임진왜란 당시 독산성에 주둔했던 권율 장군이 말 잔등에 쌀을 부어 왜군을 물리쳤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중요한 ‘군사요새’였다는 증거다.
독산성에 오르니 오산시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 오고, 세마교를 지나 황구지천변길을 걷다 보니 빼어난 주변 경관에 눈을 빼앗겼다.
▲ 활짝핀 산수유(상)와 돌틈의 들꽃(하)이 봄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금방 내려 올 수 없었던 또 하나의 핑계를 만들고 말았다.
돌 틈 사이에서 자태를 뽐내는 이름 모를 들꽃에 반해 한동안 마음이 사로잡히더니 터질 것 같은 목련 꽃망울과 흐드러진 노란 산수유가 도보여행자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봄을 앞당겨 맞고 싶은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꽃샘추위를 피해 숨었던 봄을 찾았다.
그 모습은 봄처녀 색동저고리처럼 알록달록하지 않게 선비의 어려운 붓질인양 신중하게 피고 있었다.
▲ 보적사 입구의 공터 밑으로 돌계단(좌)과 잘 정비된 이정표(우)
독산성을 따라가는 길목 곳곳에 많은 이정표가 있었다.
아마도 산행을 마치고 내려가는 길을 찾고 싶어 하지 않을까봐 세상으로 돌아가라는 일침을 주고 싶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