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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년 새해기원'덕담(德談)' - 오산시 오산동, ‘아사달 헌책방’ 책방아저씨 편
  • 기사등록 2014-01-05 11:3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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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인터넷뉴스】 <독자기고> 갑오년 새해는 모두 무척지게 하소서

 

■ 매월 좋은 책을 소개해 주셨던 아사달헌책방 ‘책방아저씨’가 갑오년 새해를 맞아 오산인터넷뉴스 독자 여러분들께 덕담 한편을 보내주셨습니다.

 

한사코 얼굴 사진은 고사(固辭)하시는 지라 책방 사진으로 대체합니다.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편집자 주-

                         

▲ 오산시 오산동 '아사달헌책방'

책방아저씨로부터.

 

■ 갑오년 새해는 모두들 무척지게 하소서

 

 “‘무척 잘 살았다라는 말의 뜻을 아십니까?”

 

 손님 한 분이 묻습니다.

 

돌연한 공격이어서 생각나지 않아 글쎄요…하고 말끝을 흐렸습니다.

 

 “‘척진 사람 없이 살았다입니다. 이 말은 아시지요?”

 

 “!”하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무척이라는 말의 뜻을 새겨 시비거리를 만들지 않고 살았다라는 뜻으로 풀이한 때문이었습니다.

 

 “요즘 안녕하십니까?’가 유행이던데 말을 바꿔 묻고 싶습니다. 무척 잘 살고 계십니까?”

 

구태여 물음을 계속하십니다.

 

눈초리에 쫓겨 돌이켜 생각해보니 답변이 궁했습니다.

 

척진 사람을 많이 만들고 살았던 게 사실이니까요.

 

틈만 나면 곁눈질이었고 명분 비슷한 것만 보아도 비아냥거리기 일쑤였으니 무척으로 잘 살기는커녕 지금 만큼 사는 것도 다행일 지경인 것입니다.

 

때문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눈만 말똥거리고 있는데 손님은 으레 그럴 것이라는 듯이 다음 말을 잇습니다.

 

 “척지지 말고 살아야합니다. ‘척(隻)지다’의 ‘隻’은 ‘雙’의 반절로‘짝 있는 것의 한쪽’의 뜻, 다른 짝을 만들되 적수를 갖는 것이 ‘척지다’입니다. 딸이 시집갈 때 친정어머니가 반드시 해주시는 말씀에 ‘잘 살아라.’가 있지요? 세상 떠나기 전에 ‘모나지 않게 잘 살다갑니다’하고 고마워하는 분도 있다더군요. 그게 모두 척지지 않고 살다, ‘무척 잘 살다’의 원용입니다. 척이 쌓이면 악업이 되기 쉬운데, 세상 살면서 나쁜 업을 남기고 싶은 사람은 설마 없겠지요. 무척으로 살다보면 선업은 자연히 쌓이는 법, 우리 새해에는 무척지게 사십시다.”

 

평소에 말수가 적던 분이었는데 말씀을 꺼내시더니 그렇게 한 달음에 쏟아놓습니다.

 

듣고 보니 새해맞이 덕담을 주시는 건데 흔하게 듣던 말이 아니더군요.

 

무척지게 살다니…… 조금 별나기는 하지만 최고의 덕담을 들었다 싶어 오후 내내 머릿속에 새겼습니다.

 

 “여러분은 척지지 않고, 잘 살고 있습니까?”

 “척지지 말고 삽시다!”

 “무척지게 삽시다!”

 “새해에는 무척지게 하소서!”

 

그렇게 ‘무척지다’의 뜻을 새기고 있는데 한분 손님이 들어오시며 철도파업이 끝나 열차타기가 편해졌다고 전해 주십니다.

 

손님은 기쁜 표정으로 “세밑에 앙금 남기지 않고 잘 했다고 하셨습니다.

 

계사년(癸巳年)을 마무리하고 갑오년(甲午年)을 맞으면서 ‘이렇게 살고 싶다’하는 계획을 세울 계기를 얻은 듯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함께 기뻐했습니다.

 

아무렴, 그렇지요. 척지지 말고 살아야지요.”하고 덕담을 나누며 이런저런 궁리를 해보다가, “새해에는 무척지게 하소서!”가 만들어졌습니다.

 

척지다서로 원한을 품게 되다의 뜻이 있다하니 무척지다척을 지지 않는의 뜻이 있지 않을까하여 사전을 찾아보았지만 그런 말은 없더군요.

 

해서 임의로 ‘무척(無隻)지다를 차용하여 새해에는 무척지게 삽시다!”를 마음속에 새겼습니다.

 

새해 갑오년은 청말 띠라는군요.

 

청마(靑馬)는 새로 태어나 일어나는 어린 말, 즉 망아지를 뜻한다고 하는데 육십갑자의 첫 번째 순서라니 타당한 해석이라고 생각됩니다.

 

두 갑자 전의 갑오년은 갑오경장(甲午更張)이 있었던 1894년이었고 한 갑자 전의 갑오년은 6.25전쟁이 끝난 다음 해로 전쟁이 남긴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몸부림을 쳤던 1954년이었는데 현재의 우리가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 이유를 찾은 듯싶었습니다.

 

 “새해는 모두들 무척지게 하소서!”

 

두 갑자 전 갑오경장은 추진세력에게 척을 진 수구파의 반대로 혼란으로 이어지고 다음 해에 국모가 시해당하는 을미사변을 겪습니다.

 

한 갑자 전의 갑오년은 외세의 부추김으로 철없이 척진 남과 북이 충돌하여 일대 비극을 만든 6.25전쟁이 끝난 다음 해입니다.

 

다시는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교훈을 삼을 수 있는 역사적 갑오년의 기록들입니다.

 

이제 새로운 갑오년을 맞은 새해 아침, 위의 두 갑오년을 되새기며 우리나라의 기운이 청말(靑馬)처럼 새롭게 일어나기를 기원해 봅니다.

 

당장 나부터 아무에게 척지지 않고 살아 일 년 뒤 갑오년의 마지막 날, “올해는 무척지게 잘 살았다하고 기쁜 마음으로 을미년을 맞겠다고 다짐을 하며, 힘주어 외쳐 봅니다.

 

 “새해는 모두 무척지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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