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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인터넷뉴스】이영주 기자 = 저녁 어스름이 내린 무인도는 아무도 없었다.

 

죽음처럼 어둡게 드리운 나무그림자, 바다를 감도는 옅은 해무가 보일 듯한 그 곳에 마음대로 헝클어진 털북숭이 개 한 마리만 있었다.

 

오랜만의 인기척에 개는 반색했다.

 

그 개는 여기에서 1년을 외톨이로 살았다.

 

“함께 휴가를 왔던 주인이 버리고 갔다”고 인근 주민들은 증언했다.

 

다행히 지나던 배가 우연히 발견해 개는 무사히 구조됐다.

 

몇 년 전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소개됐던 가슴 아픈 사연이다.

 

사람도, 닮은 동물도 없는 작은 섬에서 그 개는 어떻게 1년을 버텼을까 내내 뇌리에 맴돌았던 이 이야기는 몇 년 지나도 잊히지 않았다.

 

도대체 뭘 먹고 살았을지, 밤이 되면 그 적막함과 죽을 듯한 외로움을 그 개는 어떻게 혼자 감내했을지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궁금했다.

 

한때는 서로가 길들여진 동물본연의 맹종과, 인간의 아낌없는 정이 교감했을 관계였으리라...

 

그러던 어느 날 주인이 자신을 버리고 돌아갔을때 개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동물학대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식용으로 키우는 개를 굶겨 죽이거나 화풀이 대상으로 취급하는 잔혹행위 등이다.

 

또는 고층건물 옥상에서 재미삼아 고양이를 떨어 뜨리는 등 거침없는 엽기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최근 오산에서 발생한 사례도 있다.

 

어느 중년 여성이 많은 강아지를 키웠다.

 

이 틈바구니에 유기견도 포함돼 있었다.

 

월세를 살던 그녀는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떤 날 그녀는 사고를 당했고, 키우던 강아지를 돌볼 수 없게 됐다.

 

이에 강아지들은 무방비로 방치됐고 보다 못한 건물주인이 구조요청 신고를 했다.

 

위 사례처럼 구조된 동물들은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동물병원에서 10일 동안 보호된 뒤 돌봐줄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처리’된다.

 

마취주사와 안락사 주사가 이뤄지면서 끝내 최후를 맞는 것이다.

 

사체는 냉동보관을 거쳐 의료폐기물과 함께 고온에서 소각된다.

 

의도치 않게 병원을 찾는 동물들도 있다.

 

교통사고로 장이 파열되고 뼈가 부러져 이송되는 경우다.

 

이 같은 사례는 보는 이들을 무척 안타깝게 한다.

 

예컨대 집에서 키우던   ‘사람 손 탄’ 고양이는 아파트 같은 곳에서 추락했을 때 멀리 가지 않고 그 자리를 계속 지킨단다.

 

실내에서 열린 베란다 문 등으로 우연히 떨어진 경우다.

 

이러면 보통은 몇 시간 내에 주인이 없어진 사실을 알고 주위를 살펴 찾아낸다고 한다.

 

하지만 유기동물보호소에 맡겨져도 무조건  ‘처리’ 로 수순을 밟지는 않는다.

 

간혹 천신만고 끝에 찾아 온 주인의 품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미니핀이나 닥스훈트 같은 종들은 어렸을때 무척 귀여운 인상으로 인형같다고 한다.

 

때문에 사람들은 이들을  ‘구입’하지만 성견이 되면 너무 산만한 성격을 감당하지 못해 버려지기도 한단다.

 

반면 원래부터 조용한 성격을 타고 난 시추나 말티즈 같은 견들은 선호하는 대상이다.

 

더욱 끔찍한 사례는 한 번 버려진 동물이 재차 외면당하는 것이다.

 

유기동물보호소에서 분양을 받고 데려와 키우다 내다 버리는 경우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보호소는 몇 가지 수칙을 내세워 분양신청서를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적합한 사료와 급수·운동·휴식 및 수면이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 질병에 걸리거나 부상당한 경우는 신속한 치료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합리적인 이유없이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혀서는 안된다, 입양 유기동물은 입양자가 임의로 매매하거나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다, 입양된 유기동물로 발생되는 모든 사고에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 등등.

 

산 채로 내몰리는 반려동물들은 그나마 호사일까.

 

현행 폐기물관리법은 동물의 사체를 일반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는 행위를 합법화하고 있다.

 

이들은 재활용 할 수 없어 생활쓰레기로 분류돼 소각되는 절차를 밟는다고 한다.

 

버려지는 개들은 사람들의 괴롭힘을 받고 성격이 포악해져 들개로 전락하기도 한다.

 

이들은 사람들을 경계하며 물기도 하는데 오산시는 여계산 등에 주의를 당부하는 현수막을 게시했다.

 

“버릴거면 키우지를 말든가.”

 

담당 공무원은 말했다.

 

주인이 시끄럽거나 포악한 성격이라도 반려동물은 떠나지 않는다.

 

생존에 필요한 먹이를 주고 잠자리를 내줘서만은 아닐 것이다.

 

사람들은 반려동물이 병들거나 행동이 못마땅하면 종종  ‘밀어내기’를 한다.

 

이런 쓸데없는  ‘甲乙놀이’는 사람과 사람 사이 뿐 아니라 사람과 동물 사이에도 통용되는 듯하다.

 

인간의 언어로 표현하지 않는다고 그들이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닐 것이다.

 

이외수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존재하는 모든 건 사랑받을 권리가 있다.”

 

어디에나 책임은 따른다.

 

부디 그들의 생명과 마주한 책임을 쉽게 저버리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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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3-09-23 17: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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