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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조영희 문화관광해설가, 명사와 함께~ - 정호경 선생님 따라 용궁으로 가는 길
  • 기사등록 2011-05-09 20:4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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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도를 지키는 유일한 할머니 두분.... 뵐수 있을까?

 

 

 

여수에는 비밀스런 용궁이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 용궁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른다. 이승과 저승길의 갈림길도 있다. 정월대보름이면 용궁으로 가는 길이 열린다.


수백년 동안 이곳을 지켜온 정자에 용궁제를 지내고 미처 승천하지 못한 룡이 다시 바다로 귀환하다 화석으로 변한 적두암에 농악을 앞세운 씻김굿이 영혼을 달래준다.


먼 발치에서는 이곳을 지키는 수호신 얼굴바위가 고개를 내민다.


선생님과 함께하는 길은 참 신기하기도 하였다. 어디선가 토닥토닥, 토닥토닥...... 깨를 볶는 듯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크게는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와 같았다. 하늘은 청명하였고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선생님! 무슨 소리가 들려요” 하자

선생님은 익히 들었는지 가만가만 귀를 기우리고 있었다.

“오늘은 용궁으로 가는 길이 열린다지?”

“바다 속 소용돌이가 울려나는 소리일까?”

우리를 반기는 자연의 소리.....이런 저런 생각을 해봤다.


팔십 평생을 살아오신 수필가 정호경 선생님은 세상이치를 잘 알고 있으리라 짐작되지만 이 소리만큼은 한참 후에야 알아차렸다.

 

 

 

길가에서 햇빛을 쪼아리고 있는 김(해태)이 건조되고 있는 소리였다. 자연산 돌김을 채취한 섬 아낙이 김발에 널어놓았기 때문이다. 3~4시간이면 건조가 완료된다.


섬 주민들은 바다가 열릴 것이라고 확답을 못했다. 날씨가 맑고 좋아야 가능하다고 하였다. 이 날은 7개로 형성된 모래섬이 하나의 섬 ㄷ자 형태로 연결되는 날이다. 1년 중 정월대보름과 2월 영등시에만 볼 수가 있다.


바다의 속살은 온통 파랗게 보였다. 어떤 분은 거무스레하다고 하였다.

파래와 돌김이 바다를 덮고 있어 그렇게 보였다. 그 틈사이로 해삼, 개불, 성게, 조개...... 등이 잡혀 나온다.

 

길이 780여미터, 폭 15미터....모세의 기적 현장에는 해산물 천국이었다.

 

 


 

 

추도는 할머니 두분이 지키는 섬으로 알려져 있다. 보석 같은 섬, 세계최장 공룡발자국 84m 집단행렬로 세계적 이목이 집중된 곳이다. 공룡발자국과 퇴적층은 천연기념물 제434호로 지정됐다. 그리고 얼키설키 쌓은 돌담은 문화재로 등록돼 있다.


정호경 선생님은 용궁가는 길을 따라 이섬의 주인인 김을순 할머니(87세)를 만나러 간다. 할머니를 뵙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주요 TV언론매체들이 앞다투어 취재 방송하는 바람에 도시에 살고 있는 자식들이 난처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사람만나는 것을 피한다.

 

특히 카메라만 보면 숨어버린다. 문화재와 천연기념물을 지키는 할머니의 숨은 모습을 오늘은 꼭 만나고 싶다. 그래서 정호경 선생님과 함께 길을 나선 것이다. 서로 대화가 잘 될테니까....

 

 

삽살개 두 마리가 길가에서 노닐다 이방인을 향해 마구 짖어댄다. 벌써 할머니는 알아차리고 얼른 집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리고는 손을 내젓는다. 오지 말라고....


선생님은 건강하게 오래 살아달라고 당부한다. 그리고 할머니의 손때가 묻은 부엌, 장독대, 절구통... 등을 어루만져본다. 마루에 걸터 앉아 카메라 앵글에 포즈도 취해본다. 참 좋은 시간이었다.


이날 우리는 모래섬을 떠날 수가 없었다. 사도(모래섬)의 할머니(91세)가 바닷가에 나가 잡은 해삼을 한사코 먹고 가라는 통에 주저 앉아버렸다. 금조개, 고동, 게, 조개 등을 가마솥에 가득 삶으며 이것마져 먹고 가라고 했기 때문에......

 

 

정호경 선생님과 함께한 이날은 참 행복하였다. 여수에서 뱃길로 1시간 20분, 모래섬 사도의 밤은 낮에 길가에서 토닥거리며 반기는 소리같이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깊이 저물어갔다.

 

1억년의 신비를 간직한 7개의 섬, 사도-중도-증도(시루섬)-장사도-낭끝-연목-추도(용궁섬)가 하나로 연결되는 2월 영등시에 또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하면서.....

 

▲ 사도 전경(전남 여수)
 


 

모래섬 본섬과 추도(용궁)를 잇는 바닷길은 활짝 열렸다.<여수인터넷뉴스 자료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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