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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인터넷뉴스】 <열린책방> 책아저씨의 이야기 보따리

 

<멀지만 가까운 이웃 일본 ‘대망(大望)’>

 

▲ 멀지만 가까운 이웃 일본의 국민문학 '대망'.

 

‘대망’은 자주 오시는 어르신이 요즘 망언을 되풀이 하는 일본의 극우 정치인들을 비판하시던 차에  “저들의 실체를 알려면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추천해 준 책입니다.

 

어르신은  “일본은 밉다고 떠나라고 할 수 없는 이웃” 이라며 “이제 우리도 국력이 충실해 졌으니 무분별한 반일론을 지양하고 당당히 극일을 논할 때”라고 교훈을 주셨습니다.

 

원제는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다.

 

대망은 일본국의 전국시대 말기를 그린 대하소설입니다.

 

작자는 야마오카 소하치(山岡莊八)로 1950년 3월부터 1967년 4월까지 도쿄 신문, 홋카이도 신문, 주니치 신문, 서일본 신문에 장기 연재를 한 소위 일본의 국민문학이라고 합니다.

 

400자 원고지 1만7천400장에 달하는 분량으로 조정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2배의 길이라 하니 대단한 역작인 셈입니다.

 

우리나라는 일찌기 동서문화사에서 박재희 번역으로 4·6판(127× 188mm) 크기의 책자 판형) 양장본 전 20권으로 출판, 낙양의 지가를 올린 이래 수차례 재번역이 있었다고 합니다.

 

저는 최근에 솔출판사에서 이길진 번역으로 신국판 전32권 반양장본으로 원제 그대로를 채용해 출판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다시 읽었는데 책 후기에 도움말들이 많아 읽기에 편하더군요.

 

소설 대망의 주인공 도쿠가와 이에야스(1543년~1616년)는 난세를 마감하고 막부를 열어 250년 평화기를 연 인물로 일본인들에 의해 높게 평가받는 인물입니다.

 

염리예토 흔구정토(厭離穢土 欣求淨土)를 전장에 나가는 깃발로 내세우고 일본국의 평화 안태를 기원하는 일생을 살았다고 하는데 작가의 일방적인 주장이기는 하겠지만 소설 속에 녹아 있는 이에야스의 일생은  ‘과연 그렇겠다’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점이 많았습니다.

 

이에야스가 태어난 당시의 일본은 무로마치막부 쇼군의 후계자 다툼이 원인이 된 응인의 난(應仁之亂)으로 시작된 100년간의 전국시대 말기로 전국대명(センコク大名)으로 불리는 무장들이 각기 무력을 갖추고 세력다툼을 벌이던 난세였다고 합니다.

 

오로지 실력지상주의 시대여서 일개 상인이 당대에 일국(一國 한 지방의 그들 식 부름)의 주인이 되는 등으로 하극상이 예사로 벌어지고 국가의 상징으로 알고 있던 천황의 궁궐이 비가 새도 수리를 할 수 없었다니 백성들의 고생이 어떠했을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미카와(현재의 아이치현) 지방의 일개 호족의 아들로 태어난 이에야스는 성장기의 대부분을 이웃 강국인 스루가의 이마카와 집안에서 인질이 돼 고난의 시절을 보냅니다.

 

전국시대의 힘없는 무장이 겪는 설움을 톡톡히 경험한 셈인데 훗날의 이에야스가 참을성이 많은 인물로 성장하는데 좋은 배경이 됐다고 합니다.

 

이에야스가 18세 되던 해에 이마카와 가문의 당주 이마카와 요시모토(今川義元)는 일본 천하의 제패를 꿈꾸고 상경전을 펼치던 중 오와리의 영주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에게 패해 죽임을 당합니다.

 

당대의 영걸로 역시 천하제패에 뜻을 두고 있던 노부나가는 이에야스와 동맹을 맺는데 이 두 사람과 노부나가의 수하로 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일본 천하를 차례로 제패하는 삼인방이 됩니다.

 

난세 종결의 첫 번째 공로자로 꼽히는 노부나가는 주요 경쟁자였던 아사쿠라 가문과 다케다 가문을 차례로 멸망시키고 목적했던 천하포무(天下布武)를 이루기 일보 직전에 부하 장수의 하나였던 아케치 미츠히데(明智光秀)의 반역으로 혼노사(本能寺)에서 숨을 거둡니다.

 

당시 쥬코쿠(中國=일본 중부지방)에 원정 중이던 히데요시는 궤계로 휴전을 하고 급히 회군해 미츠히데와 일전을 치른 끝에 승리를 거둬 일본국의 새로운 패자가 됩니다.

 

일본 천하의 두 번째 패자인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조선을 침범해 현대의 우리나라 국사 교과서에 이름이 오른 인물입니다.

 

말단 병사로부터 소위 천하인(天下人)까지 신분이 수직 상승해 일본인들이 우상과 같이 여깁니다.

 

이 때문에 임진·정유의 난리를 겪은 우리로서는 예쁜 구석이 조금치도 없는 인물이겠습니다.

 

조선과의 전쟁 말기에 병으로 죽은 히데요시의 뒤를 이어 패자가 된 인물이 대하소설 ‘대망’의 주인공 도쿠가와 이에야스입니다.

 

그는 노부나가와 히데요시 양대의 패자 밑에서 2인자로서 수모를 견디며 실력을 키워 히데요시의 잔존세력들과의 전쟁인 ‘세키가하라(関ヶ原)’싸움과 ‘오사카 싸움’을 차례로 이기고 세이이 다이쇼군(征夷大將軍)으로 에도(東京)에 바쿠후(幕府)를 열고 명실 공히 일본 천하의 ‘천하인’이 됩니다.

 

이에야스가 만든 에도막부는 1867년 대정봉환으로 정권이 천황에게 돌아갈 때까지 일본 열도에 250년의 평화를 선물합니다.

 

앞에서 설명한 응인의 난 이후 100년여의 난세를 겪던 일본이 당시 세계에서 가장 안정된 국가로 번영을 누리게 되는 데 초석 역할을 했던 것입니다.

 

대하소설  ‘대망’은 난세의 종결자로서, 치세에 능한 정치인으로서, 백성들에게 안락을 준 경영자로서, 현대의 일본인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일대기를 사실 이상으로 잘 그려 낸 작품입니다.

 

작품 속에 녹아 있는 이에야스의 사상과 등장인물들의 무사도(武士道) 정신,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대륙정벌론 등 현대에 응용된 많은 사례를 보면, ‘과연 일본의 국민문학이다’하고 감탄을 하게 됩니다.

 

초두에 ‘대망’ 읽기를 권해 주신 어르신의 말씀에서도 인용을 했습니다마는 우리가 일본인을 알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자인 야마오카 소하치는 제2차 세계대전 중의 종군작가로써 소위 일본제국군을 취재한 경험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에 느낀 일본의 존속이나 세계 평화에로의 기원을 간직했던 마음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생전에 원했던 '태평안태(泰平安泰)'에 적용해 글을 썼다고 하는 소개문을 본 적이 있는데 실제로 소설을 읽으면서‘대단하다’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장면을 여러 차례 경험했습니다.

 

‘군사의 많고 적음이나 영토의 크고 작음보다 영내의 백성이 얼마나 편안한 삶을 누리는가로 승패를 결정하겠다’라든가, ‘영지도 재물도, 일시 맡아가지고 있는 것일 뿐 개인의 소유가 아니다’, ‘역사는 순리를 따르는 사람에게 승리를 준다’는 말 등은 작자가 이에야스의 입을 빌려 자신의 주장을 선보인 경우일 것입니다.

 

이런 점들이 이 작품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일본 국민들의 정서에 깊이 영향을 준 이유였다고 생각됩니다.

 

이상 대강의 줄거리를 소개해 드렸습니다만, 워낙 대하소설이라서 태부족이라고 생각됩니다.

 

수많은 등장인물의 성격 묘사와 전란 속의 여인들의 사랑과 미움, 난세 일본의 종교 철학 다도 문학 미술 건축 등의 인문학과 그 소설적인 해석, 그들에게 적국 조선의 명장 이순신을 옳게 평가하는 장면 등 임진란 때의 일본인들의 상황이 여과 없이 기록된 점도 이 소설의 장점이었음을 사족삼아 전해드리며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유훈을 옮기는 것으로 끝을 맺기로 하겠습니다.

 

‘사람의 일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먼 길과 같다. 그러니 서두르지 마라. 무슨 일이든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음을 알면 오히려 불만 가질 이유도 없다.

 

마음에 욕심이 차오를 때는 빈궁했던 시절을 떠올려라. 인내는 무사장구(無事長久)의 근본이요, 분노는 적이라고 생각해라. 이기는 것만 알고 정녕 지는 것을 모르면 반드시 해가 미친다.

 

오로지 자신만을 탓할 것이며 남을 탓하지 마라. 모자라는 것이 넘치는 것보다 낫다. 자기 분수를 알아라.

 

풀잎 위의 이슬도 무거우면 떨어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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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3-05-22 09:5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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