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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아! 미꾸라지 한 마리가.. - 시간이 해결할 거라는 비겁한 대응은 금물이다
  • 기사등록 2013-05-14 08:4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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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조윤장 편집국장 = 「아! 미꾸라지 한 마리가..」

 

지금과는 사뭇 다르게 수십년전 학창시절은 규율이 매우 엄격했다.

 

흔히 말하는 교사의 학생 체벌이 당연하게 여겨졌던 시절이다.

 

어느 날 교실에서 누군가 저지른 사소한 언행은 여지없이 단체기합으로 이어졌다.

 

일어탁수(一 魚濁水)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물고기 한 마리가 물을 흐려 여럿에게 피해를 준 것이다.

 

속담처럼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탁하게 만들어 집단이 예기치 못하게 불이익을 당하는 꼴이다.

 

내심 속으로는 각자 불만이 가득했을 테지만, 그래도 누구 하나 노골적으로 단체기합에 항거하는 급우들은 없었다.

 

돌이켜 보면 당시 선생님들이 우리들에게 행사한 과격행동(?)은 애교수준으로 왠지 그 시절이 그립기까지 하다.

 

요즘 청와대 前 대변인 Y씨 성추문 사건이 꼬리를 물며 일파만파로 확산하고 있다.

 

국내 및 외신들은 연일 이 사건을 ‘이슈’로 다루면서 세간의 이목을 잡아 끌고 있다.

 

아직까지 공식적인 수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아 정확한 내용을 언급할 수 없지만, 각 언론들이 보도한 현재 상황을 요약하면 성추문 전말은 이렇다.

 

5월8일(현지시각)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상·하원 의회에서 연설을 앞둔 7일.

 

Y씨는 워싱턴 숙소 인근 호텔 바에서 주미 한국대사관이 파견한 묘령(妙齡)의 인턴 여직원과 함께 술을 마셨던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방미를 동행취재에 나섰던 일부 언론은 “이 호텔은 Y씨와 청와대 기자단이 묵었던 호텔에서 10분 거리로, 대통령 숙소(영빈관)에서 가까웠다”며“인턴 여직원의 일처리에 화를 냈던 Y씨는 운전기사가 돌아간 뒤 여직원을 호텔방으로 불러 술을 마셨다”고 보도했다.

 

여직원은 그날 밤 9시30분쯤 백악관 주변 호텔에서 Y씨가 “허락없이 엉덩이를 움켜줬다”고 진술했다.

 

다음날 0시30분 여직원이 사건을 현지경찰에 신고·접수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의혹으로 점화됐다.

 

인턴 여직원은 울면서 호텔에 들어 왔으며, 동료들에게 이 내용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재미동포 자녀로 미국 시민권자다.

 

그 와중에 박 대통령은 8일 오전 미국 상·하원 의회에서 34분 동안 영어로 연설, 39차례 박수가 쏟아졌고 기립박수를 6번이나 받는 등 뜨거운 호응으로 가득해 국격(國格)을 높이는 외교순방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Y씨는 이 무렵 혼자 택시를 타고 워싱턴 댈러스 공항에 도착한 뒤 급거 대한항공편으로 9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이어 Y씨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조사를 받았지만, 이 사건을 둘러싼 추측과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급기야 박 대통령이 Y씨 성추문 사태와 관련, 5월13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국민들께 송구하고 동포 여학생(인턴 여직원)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공직자로서 있어서 안 될 불미스런 일이 발생, 국민 여러분들께 큰 실망을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이 문제는 국민과 나라에 중대한 과오를 범한 것으로 어떤 사유와 진술에 관계없이 철저하게 사실관계가 밝혀지도록 하겠다”며“향후 이 문제에 모든 조치를 다하고 미국측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마디로 일어탁수(一 魚濁水)가 아닌가?

 

대통령은 국격(國格)을 높이기 위해 시험대에서 사력으로 안간힘을 쏟는데, 미꾸라지 한 마리가 맑은 물을 흙탕 물로 퇴색시켰다.

 

국격은 국가의 대외적(對外的) 품격(品格)이다.

 

인터넷 검색창에서 일어탁수(一 魚濁水)를 찾아 봤다.

 

일본의 一匹いっぴきの魚うおが川かわの水みずを濁にごすこと《一人ひとりの過あやまちが多おおくの人ひとに害がいを及およぼすことのたとえ》, 중국의 块臭肉坏一锅汤。一只老鼠坏一锅汤, 스페인의 El error de un hombre es perjudicial para muchos, 베트남의 Một con cá làm bẩn vũng nước, con sâu làm rầu nồi canh, 러시아의 посл.≅ обр. пар- шивая овца всё стадо портит 등 표현이 무성하다.

 

그 의미 만큼 세계 각국에서 자주 사용되는 것 같다.

 

반대말도 있다.

 

발택비승(拔宅飛升).

 

‘집안의 한 사람이 출세해 온 집안 사람이 덕을 본다’는 뜻이다.

 

Y씨는 명령전달권을 가진 공직자 신분으로 미국을 방문한 대통령을 수행했다.

 

일부 언론들이 선정적으로 보도하는‘허리 톡톡이냐 vs 엉덩이 grab이냐’는 큰 의미가 없다.

 

또 Y씨 스스로가 밝힌 ‘문화적 차이에서 빚어진 결과였다’또한 적절치 않은 변명이다.

 

전·후자 모두 공직자로서 보여야 할 덕목이 아니기 때문이다.

 

잘못했으면 그렇다고 머리를 숙여야 하고, 해명할 뭔가 있다면 떳떳하게 말해야 한다.

 

혹자는 “Y씨 일례에 전체를 싸잡아 부정하는 경솔한 질타는 경계해야 마땅하다”고 충고한다.

 

제발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거라는 비겁한 대응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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