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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인터넷뉴스】이경호 사진부장 =   ‘착시현상이 부른 에피소드’

 

▲ 산불이 났다. 아주 큰 산불이다. 짙은 연기와 더불어 붉은 불길이 보인다.

    ISO 1250. 셔터속도 1/3초. 조리개 4.5

 

기자는 끽연을 즐긴다.

 

요즘 주위에서 그토록 천대를 받으면서까지 담배를 핀다.

 

때문에 집에서 받는 구박의 강도는 예사롭지 않다.

 

그런데도 아내의 잔소리를 뒤로 하고 꿋꿋이 담배 하나를 입에 물고 베란다로 향한다.

 

며칠 전 일이다.

 

담배 연기를 깊게 들이 마시고 가슴의 응어리를 끄집어 올려 산쪽을 향해 길게 뿜어 냈다.

 

그 순간 내 눈을 의심할 정도로 기이한 현상을 목격했다.

 

산불이 난 것이다.

 

그것도 아주 큰 산불이다.

 

혹여 잘 못 보았나 생각하며 눈을 좀 더 크게 뜨고 연기가 피어 오르는 쪽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광범위한 지역에서 흰 연기가 나며, 간헐적으로 붉고 흐릿한 불길이 보였다.

 

▲  불길이 점점 커진다.   ISO 1250. 셔터속도 1/3초. 조리개 4.5

 

큰일이다.

 

엉겹결에 방쪽을 향해  “산불이다”를 외치며 본능적으로 핸폰을 꺼내 119에 신고했다.

 

아내와 아이들까지 뛰쳐 나와 불구경(?)을 하는 사이 화재신고는 오산소방서를 거쳐 용인소방서로 빠르게 전파된 모양이다.

 

용인소방서에서 확인전화가 오는 사이  ‘신고하신 건으로 소방진압대가 출동중입니다. [오산소방서]’라는 문자 메시지가 수신됐다.

 

나름 뿌듯했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신고정신을 발휘해 큰 일을 해냈다’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그러나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자주 접하는 풍경은 아니었지만 산불이 난 방향에 저렇게 큰 산을 본적이 없었던 것이다.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는 소방관에게 대략 위치를 설명한 뒤  “다시 한번 확인하고 연락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전화를 끊고 온 가족이 그 쪽을 향해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우리들은 서로 의견을 주고 받았다.

 

처음엔 모두 산불을 의심치 않던 가족들도 점점 달빛으로 의견이 좁혀져 갔다.

 

정말 큰일이다.

 

재차 눈을 동그랗게 부릅뜨고 산불방향을 주시했다.

 

아뿔사... 산불이 아니다.

 

달빛이 구름에 가려 오묘한 빛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착시현상(錯視現象)이다.

 

본의 아니게 산불을 허위신고하게 된 결과를 초래했다.

 

※착시(錯視,optical illusion)-시각(視覺)에 생기는 착각으로 착시는 외계 사물의 크기·형태·빛깔 등의 객관적 성질과 눈으로 본 성질 사이에 차이가 생긴 경우.

 

▲ 사진을 밝게 조절한 모습. 하늘과 달빛임을 알 수 있다.

 

즉시 소방서로 전화를 걸어 오인신고를 설명하며  “죄송합니다”를 연발했다.

 

그리고 무심결에 또 다시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연신 연기를 뿜어 냈다.

 

가족들이 따발총처럼 타박하기 시작했다.

 

창피했다.

 

▲ 구름속에서 달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하고 방으로 숨어 들었지만 만감이 교차했다.

 

다행히 산불이 아니라는 약간의 안도와, 오인(허위)신고로 소방서에 끼친 미안함. 그리고 착각으로 호들갑을 떨었던 창피함이 한꺼번에 밀려 들었다.

 

혼자 조용히 달과 구름을 원망했다.

 

▲ 달빛과 구름과 자연이 빛어 낸 오묘한 모습. 본 기자는 이 사진에 '착각'

    이라는 제목을 붙여본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경험을 통해 허락된다면 독자 여러분들께 제안한다.

 

투철한 신고정신도 좋지만 정확하고 충분한 확인을 거쳐 신고하게 된다면 기자처럼 민망한 일은 당하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지면을 빌어  24시간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수고하는 소방공무원 여러분들께 오인(허위)신고에 따른 정신·물질적 피해를 드린 점 정중히 사과 드린다.

 

해프닝으로 일단락 된 산불 사진에  ‘착각’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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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3-04-30 19:4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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