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hong 기자
[데스크 칼럼] 조윤장 편집국장 = 「5월의 봄, 그런데 말이죠..」
1년 열 두 달 가운데 눈이 부시도록 화사한 계절은 봄, 5월이다.
24절기에서 맨 먼저 입춘(立春)이 시작되고 우수(雨水), 경칩(驚蟄), 춘분(春分), 청명(淸明), 곡우(穀雨)를 끝으로 봄은 흔적을 감춘다.
그렇지만 기후변화로 언제부턴가 봄이 실종된 느낌이다.
봄 인가 싶더니 어느 틈엔가 여름이 지배한다.
마치 잠시잠깐 스쳐가는 바람 같아 아쉽다.
어쨌든 봄이 되면 비가 내려 싹을 틔우고,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기지개를 편다.
또 낮이 길어지면서 농사 채비에 들고 적당히 비도 내린다.
삼라만상(森羅萬象)에 적용되는 자연의 오묘한 섭리다.
특히 5월은 ○○날 등 기념일이 많다.
1일 근로자의 날을 선두로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 11일 입양의 날, 15일 스승의 날(가정의 날), 17일 석가탄신일, 18일 민주화운동기념일, 19일 발명의 날, 20일 성년의 날, 21일 부부의 날, 25일 방제의 날, 31일 바다의 날..
헤아려 보니 무려 12일에 이른다.
이런 날들이 5월에 집중된 이유는 아마도 화창한 날씨 탓이리라.
물론 선선한 가을도 좋지만 봄이야 말로 모든 생물들이 활동하기에 최고로 적합한 계절이 아닌가?
신체적 리듬이 그렇고, 따스한 햇볕과 싱그러운 바람은 또 어떤가.
만가지 미사여구로 예찬하고 싶은 계절이다.
그래서 5월에 붙여지는 수식어도 제법 근사하다.
계절의 여왕, 여자의 계절, 신록예찬 등등.
이 계절에 빠질 수 없는 손님은 뭐니 뭐니 해도 단연 꽃이다.
진달래, 개나리, 라일락, 영산홍, 벚꽃, 목련, 유채, 민들레, 모란..
활짝 핀 꽃들이 펼치는 향연은 축제 그 자체다.
여기 눈부신 꽃의 자태에 가려 제대로 가치를 드러내지 못하는 나무 또한 버금가는 존재다.
수필가 이양하(李敭河)가 1948년 발표한‘신록예찬(新綠禮讚)’.
온 세상이 녹색으로 짙어가는 5월을 제재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조감하면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혜택을 예찬하고, 세속적인 삶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하는 수필이다.
작가는 사계절에 걸쳐 자연이 인간에게 베푸는 혜택은 무궁하지만,
그 혜택이 가장 풍성하고 아름답게 빛나는 때를 5월이라고 노래한다.
신록을 통해 느낀 풍부한 정서적 체험에 사색이 가미된 인생과 자연을 향한 심미안적 통찰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맞는 5월은 마냥 예찬할 수 없는 세상사로 답답하다.
나라 안팎으로 어수선하기 때문이다.
정권교체 과도기에 불거진 북한의 핵 위협이 그렇고, 세계적으로 잇따르는 테러·지진·참사·영토분쟁 등이 5월 연장선상에 놓여 불안한 마음을 편히 뉠 분위기가 아니다.
그리고 여전히 가난한 두 손으로 버거운 멍에를 짊어진 채 고단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 이야기가 가슴 한 켠을 헤집는다.
나눔과 배려는 각박한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목마른 여름날 청량음료 같은 촉매제다.
한 때 공익광고에 이런 메시지가 등장했었다.
“1시간 행복해지고 싶으면 낮잠을 청하고, 평생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타인을 위해 봉사하라”고..
주위를 돌아보면 금쪽같은 시간을 쪼개 어렵고 외로운 사람들을 찾아 봉사활동에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아름다운 천사(天使)들이 참으로 많다.
그나마 다행스럽고 진정으로 고마운 일이기에 조금은 위안이 된다.
어디 이 뿐인가?
남의 일에 쌍지팡이를 짚고 나서 “그건 이렇고, 이건 저렇고..”하는 호사가들이 적지 않다.
예컨대 누가 뭣 좀 하려고 하면 무턱대고 반기를 들고 난리다.
건전한 비판과 무모한 비난은 천지차이다.
자칫 이 둘 사이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고 막무가내로 부정하거나 용납하지 않는 편협한 가치관이 문제다.
지금 오산은 소위 정치인으로 불리는 국회의원·시장·광역의원·기초의원 가릴 것 없이 무모한 비난에 회초리를 맞고 있다.
속사정이야 어찌됐건 표면에 드러난 실수와 흠결만 끄집어 내 아무런 여과없이 빈정대고 딴지를 걸며 비난하기 일쑤다.
건전한 비판과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잘못된 언행을 그냥 내버려 두라는 건 아니다.
비판 받을 일이 있다면 따끔하게 질책하고 충고하자.
무조건 반사적으로 아무렇게나 비난하는 처사는 유치한 노릇이다.
이 좋은 계절 가득한 따사로운 햇볕과 싱그러운 바람이 어디론가 사라지기 전에 5월을 음미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