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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인터넷뉴스】이영주 기자 =  “두려움은 직시하면 그 뿐. 두려움을 이기고 싶다면 눈을 똑바로 뜨고 쳐다봐라.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태산처럼 받들고 호랑이 꼬리처럼 말아 쏴라."     

 

▲ 국궁장 사대에 들어서 활시위를 당기는 오산궁도협회 한 사원.

 

김한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최종병기 활(2011년 8월)’의 명대사들이다.    

 

아버지의 죽음을 뒤로 한 채 험난한 어둠의 여정을 가야 하는 주인공 소년에게 두려움은 직시해야만 하는 대상이었다.    

 

청나라 정예부대와 홀로 맞서는 그에게 활은 유일한 무기이자 친구가 된다.

 

활을 잡는 줌손은 태산을 밀듯 밀며, 화살을 당기는 깍지손은 호랑이 꼬리를 잡아당기듯 당겨 쏜다.

 

현란한 영화 속 이야기만이 아니다.

 

▲ 사대에 선 사원들. 1번에 5발(1순)을 쏘며 시위를 당기는 줌손이 귀 뒤까지 오도록 하며 약간 위쪽을 향해 쏜다.

 

오산시 벌음동 270 국궁장은 매일 활 시위를 당기는 소리가 온 산을 메운다.

 

2012년 3월 오산궁도협회가 설립됐다.

 

이보다 5개월 늦은 8월에 대한궁도협회에 등록했으며, 회원 36명을 보유하고 있다.

 

▲ 오산궁도협회 국궁장 '세마정'.

 

다소 생소한 국궁을 소개하기 위해 명칭을 먼저 설명한다.

 

국궁에서 활을 쏘는 회원을 사원(射員)이라 한다.

 

신입 사원은 신사(新射)라고 하며, 오래 활을 쏴 익숙한 사원은 구사(舊射), 협회 회장은 사두(射頭)라고 한다.

 

활을 쏘기 위해 서는 곳을 사대(射臺)라고 한다.

 

사대에서 과녁까지 거리는 145m로 이는 대한궁도협회가 규정한 사항이기에 전국 공통이다.

 

▲ 과녁들. 사대에서 여기까지의 거리는 145m이다.

 

이 거리를 마장이라고 한다.

 

마장은 꿩이 한 번의 날갯짓으로 나는 거리다.

 

보통 한 번에 화살 5개를 들고 쏘는데 이 한묶음을 순이라고 한다.

 

사대에서 과녁까지 경사도에 따라서 명칭이 달라진다.

 

과녁까지 평지로 이뤄졌으면 평사, 과녁이 대략 3m 오르막에 위치하면 왕사, 과녁이 1m 정도 내려 설치됐으면 하사라고 한다.

 

▲ 과녁. 표면은 고무로 돼 있으며 뭉툭한 화살은 박히지 않고 튕겨 나온다.

 

과녁은 가로 2m 세로 2m60cm이며 이를 육척육촌 팔척팔촌이라고 한다.

 

척은 우리 고유의 길이 단위로 약 30cm를 가리키는 자에서 비롯됐고 촌은 3.03cm를 일컫는다.

 

활은 개량궁과 각궁으로 나뉘는데, 개량궁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며 관리를 잘하면 10년까지도 사용할 수 있다.

 

각궁은 가격대가 높지만 당기는 힘을 더 즐기고 싶은 사원들이 찾는다.

 

국궁도 단수가 있는데 개량궁은 4단까지, 각궁은 5단 이상 사원이 사용한다.

 

아울러 오산궁도협회는 구사 3명이 활동하고 있으니 신사의 교육은 확실할 것으로 사료된다.

 

신사로 입회해 활을 쏘기까지 여자는 1달, 남자는 2주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활쏘기에 익숙한 사원은 화살이 과녁에서 사방 1m를 벗어나지 않는다.

 

반면 신사는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화살을 끈에 매달아 훈련한다.

 

▲ 신사들이 연습하는 줄달린 화살과 활.

 

이를 50~100번씩 5~10차례 진행하고 나면 비로소 실제 과녁 앞에 설 수 있다.

 

대한궁도협회는 백색옷과 신발 등 공인된 장비를 착용한 후 활을 쏠 것을 권장한다.

 

오산궁도협회는 올해 하반기부터 방과후 학교를 운영할 계획이라고도 한다.

 

사원 가운데 한 분은 91세인데 활을 쏘신단다.

 

뿐만 아니라 쏜 화살을 주우러 왕복하는 것까지 너끈하다니 그 체력이며 정신력이 무척 존경스럽다.

 

최진권 오산궁도협회 전무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원은 3만 명에 이르고 전국 300여 곳에 활터가 있다.

 

한 곳의 협회에 가입해도 나머지 활터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또 평균 1천명이 참여하는 남원춘향제와 전국궁도대회 등 굵직한 대회들도 열린다.

 

“태어나 처음 하는 몸놀림이 기지개이며 이는 자고 일어나서도 마찬가지다”고 최진권 전무는 설명했다.

 

기지개는 모든 장기를 일시에 움직여 모았다가 잠시 숨을 멎은 뒤 다시 일시에 이들을 원상복귀해 몸 속 206개의 뼈, 600개의 근육과 100여 개의 관절에 탄력을 주고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다.

 

▲ '극복해야 할' 바람 방향 알려주는 풍향계.

 

활시위를 당기는 것이 이와 동일한 운동효과를 주며 팔운동과 집중력 향상, 복식호흡으로 내장기관에 좋다고 한다.

 

아울러 화살이 시위를 떠나며 이는 진동이 혈관을 울려 혈압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이에 기인한 것인지 활을 쏘는 어르신 중 지팡이를 짚는 이는 없다고 전한다.

 

또 꼿꼿이 선 자세로 활을 쏘므로 자세 교정이 절실한 현대인에게 자연스레 올바른 자세를 심어줄 것이다.

 

활을 쏠 때 괄약근에 힘을 주는데 이는 요실금에도 특효라고 한다.

 

활을 쏠 때 힘을 앞과 뒤 양방향으로 주기에 좌우 균형을 잡아준다고도 한다.

 

벌음동 야트막한 산자락 국궁터를 찾는 것은 비단 사람뿐이 아니다.

 

부엉이, 고라니, 비둘기, 까치 등 많은 동물들이 함께 한단다.

 

최진권 전무는 보따리만한 부엉이를 날마다 본다며 한 나무를 가리키기도 했다.

 

두 눈을 부릅뜨고 날아가는 화살을 바라보는 건 사람만이 아닌 것이다.

 

오산궁도협회는 여성사원을 기다리고 있다.

 

▲ 오산궁도협회 현판과 뒤편 거품 화장실.

 

이를 위해 거품화장실을 설치했다.

 

어렵지도 위험하지도 않다고 하니 관심있는 예비 사원이라면 문을 두드려보기 바란다.

 

2011년 영화  ‘최종병기 활’ 개봉 후 전국의 국궁 인구는 2만5천명에서 4만명 정도로 늘어났다.

 

국궁은 호연지기를 기르며 정신을 맑게 해주는 운동으로 4계절 남녀노소 즐길 수 있다.

 

회비는 월 2만원이며 장비 구입은 29만6천원(개량궁 20만원 화살 12발 9만6천원)이면 해결된다.

 

▲ 활과 화살 보관대.

 

정기모임은 매월 첫째주 일요일이다.

 

최진권 전무는 10년간 활을 쐈는데, 이 곳이 생기기 전은 평택으로 다녔고 개원 뒤에는 매일 여기서 부엉이와 벗하며 활을 쐈다.

 

그를 비롯한 수십여 오산궁도협회 사원들이 시위를 당기는 소리는 오늘도 바람을 가로질러 과녁을 맞추고 정신을 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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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3-04-10 19:2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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