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인터넷뉴스 기자
선거철이 다가오면 우리 동네도 바빠진다. 몇 년 전부터 새벽시장, 체육대회, 경로당을 누비며 “지역을 위해 일하겠습니다”를 외치던 예비후보들의 얼굴은 이미 단골손님 수준이다. 명함은 집 서랍 한 칸을 차지하고, 휴대전화에는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 안부 문자가 종종 도착한다. 그만큼 열심히 뛰어왔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들려오는 한 문장.
(주)로아종합건설 안명수 회장
“당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전략공천입니다.”
순간 우리 동네는 인사이동 공지가 내려온 회사가 된다. 몇 년간 야근하며 프로젝트를 준비하던 직원은 잠시 자리를 비우고, 본사에서 파견된 신임 팀장이 등장한다. 주민들은 서로 묻는다. “우리 동네도 본사가 있었나?”
전략이라는 말은 멋지다. 위에서 내려다보며 판을 읽는 느낌이다.
그러나 기초단체장은 드론으로 운영하는 자리가 아니라, 골목길에서 마주치는 자리다. 쓰레기 무단투기 현장, 주차난, 경로당 보일러 고장 같은 문제는 ‘전략 회의실’이 아니라 생활 현장에서 풀어야 한다.
수년간 동네를 누비던 예비후보의 심정은 아마 복잡할 것이다. 마라톤을 완주 직전까지 달렸는데, 갑자기 “코스가 변경되었습니다”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는 상황이랄까. 주민들도 살짝 어리둥절하다. 어제까지 동네 행사에서 사회를 보던 사람이 아닌 새로운 얼굴이 후보로 등장하면, 우리는 자동으로 업데이트를 요구받는다.
물론 전략공천이 언제나 나쁜 것만은 아닐 것이다. 때로는 새 인물이 필요할 수도 있다. 다만 궁금할 뿐이다. 이 전략 속에 지역은 몇 퍼센트쯤 들어 있을까.
정치는 체스판 위의 말이 아니라 사람을 다루는 일이라고들 한다. 그렇다면 최소한 동네 주민은 관전자석이 아니라 경기장 안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전략이 필요하다면, 그 전략은 주민을 설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우리 동네는 오늘도 조용하다. 다만 가끔 이런 생각이 스친다.
“이번 선거는 투표가 아니라 인사발령 확인서에 도장 찍는 건 아니겠지?”
지역이 전략의 배경이 아니라 중심이 되는 날을 기대해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