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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저씨의 이야기 보따리 - 제3편-어린이들을 위한 꿈·상상의 세계 ‘만화’
  • 기사등록 2013-03-24 14:4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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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인터넷뉴스】<열린책방> 책아저씨의 이야기 보따리

 

<어린이를 위한 꿈의 세계 ‘만화’>

 

▲ 책아저씨는 만화의 긍정적 효과를 부드럽게 역설했다.

 

서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책은 만화책입니다.

 

특히 만화책은 많은 어린이들이 좋아해 어느 서점이나 따로 코너를 만들어 놓을 정도입니다.

 

어린이들이 옹기종기 앉아 만화책에 흠뻑 빠진 모습을 보면 책장사는 절로 배가 불러 옵니다.

 

“만화는 보면 안 돼!”

 

어머니들이 가끔 하시는 말씀인데, 책장사 입장에서 가장 서운한(?) 소리입니다.

 

아마 출판업자 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만화가 불량도서라는 선입관이 아직 기성세대에 남아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요즘 만화는 수준이 높아져서 괜찮아요.”

 

제가 어머니들에게 드리는 말씀입니다.

 

실제로 요즘 나오는 교양만화들은 내용이 충실하고 제본도 튼튼하고 장정도 호화판이어서 어른들이 즐겨 권하는 교양서적 이상의 가치가 있습니다.

 

2천만 부 이상이 팔린 시리즈 만화도 있다하니 웬만한 명색의 베스트셀러는 명함도 내밀기 힘들겠지요.

 

“그럼 좋은 만화로 골라 주세요.”

 

화제가 만화로 흐르면 어머니들이 으레 하시는 말씀입니다.

 

수백 종, 수천 종의 만화를 모두 읽어보고 가장 좋은 만화를 고른다는 건 말도 되지 않는 소리니 당연히 조언을 구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런 까닭으로 오늘은 만화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합니다.

 

책장사도 불시에 고객이 물으시면 답변을 더듬게 되는 만큼 미리 정의해 놓는 게 좋으리라 생각한 탓입니다.

 

어머니들이 마음 놓고 고를 수 있는 만화는 무엇일까요?

 

좋은 만화 기준을 놓고 책장사 나름의 궁리를 해봤는데, 대단한 정답이 아닌 아이들의 정서에 해를 끼치지 않고 학습에 도움이 되는 만화..

 

대충 이런 정도의 명분이 나오더군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다른 모든 책이 그러하겠지만 만화 역시 어린이들의 정서를 밝게 하고 학습에 도움을 주는 내용이 좋습니다.

 

신통하게도 그런 기준에 부합된 만화는 인기 반열에 올라 어린이들이 열심히 읽고 있거든요.

 

우리 만화로 최고 판매부수를 올려 장안의 화제가 된 작품들 가운데 어린이를 위한 학습만화를 차례로 들어보면 ▷그리스·로마 신화 ▷마법 천자문 ▷이문열 글·이희재 그림의 삼국지 ▷먼나라 이웃나라 ▷메이플스토리 ▷과학학습만화 Why시리즈 등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예전의 만화가게 만화까지 예로 들자면 한이 없을 터..

 

우선 요즘 잘 팔리는 교양학습만화 종류만 들어봐도 열 손가락 채우기

어렵지 않을 정도니, 가히 만화의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화는 그림으로 보고 글로 또 읽는, 이중학습 효과를 가진 매체라 긍정적으로 평가 받습니다.

 

하기는 만화가 단순히 읽을거리였을 때도, 그 좁은 골목 만화가게가 꽉 찰 만큼 많은 독자들을 갖고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만..

 

만화가 우리나라 어린이들에게 이토록 많이 읽히게 된 이유는 일본인들의 공로가 크다고 합니다.

 

그들은 일찍 만화의 긍정적 역할에 눈을 떠서 세계적 산업으로 키웠다는데, 우리는 일본의 만화문화를 전수받아 뿌리로 삼았다지요.

 

그 과정에서 약간의 부작용으로 문제가 되기도 했는데, 어릴 때 만화가게에서 자주 대하던 만화들 상당수가 불법 복제된 해적판 일본만화였음이 그 사례겠지요.

 

패전한 일본의 어린이들은 데츠카 오사무의 만화 ‘아톰’을 보면서 꿈을 키웠고, 그 세대가 자라 경제대국 일본을 만들고 노벨상을 선물함은 만화의 긍정적 역할에서 대표적 예입니다.

 

최근에 데츠카 오사무의 초기 작품들을 구할 기회가 있어서 다시 읽어 보니, 과학적 상상력이 비할 수 없이 높아진 요즘도 감히 따를 수 없을 만큼 완성도가 뛰어나더군요.

 

전문가적 지식을 인용해 작품을 풀어내는 일본만화를 보면 “과연!” 하고 무릎을 치게 됩니다.

 

‘미스터 초밥왕’이 일본의 독특한 음식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한몫을 했음은 주지의 사실이고, ‘유리가면’이 예술가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상상력을 키워준 것 또한 현실입니다.

 

전날 전국시대를 그려 놓은 일본만화를 보고 감탄했지요.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의 전기를 개별로 그려냈더군요.

 

또한 명치유신의 주역인 사카모토 료마의 전기를 그려 국난에 대처하는 마음자세를 가르쳐 주고 있었습니다.

 

패전 후 침체한 국민정신을 ‘우주전함 야마토’로 일깨우고,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시작한 군국주의 일본의 폐해를 반성하는 만화를 그려냅니다.

 

반성하는 마음 없이는 발전도 없다는 마음자세가 철저히 묻어난 만화를 지향했습니다.

 

일본 이야기만 해서 죄송하지만, 수준이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는 발전도 없다는 생각에서 써 봤습니다.

 

물론 우리 만화가 떨어진다는 얘기는 아니고, 출판시장 크기가 달라 활성화가 약하다고 할 수 있겠죠..

 

제 친구 가운데 만화가가 있는데 그 친구 왈 “우리 만화가 어른들에게 눈총을 받게 된 건 일부 만화가들의 일본만화 베끼기에도 책임이 있다”고 하더군요.

 

말씀을 드리면 알만한 유명 만화가들이 복사지 대놓고 일본만화를 베끼고 있더라고 1970년대 옛일을 회상하며 울분을 터뜨리고 있었습니다.

 

변변한 히트작 한 편 못 만들어 낸 실패한 만화가이면서, 작품만은 정직했었다는 예술가다운 자존심의 표현이겠지요.

 

그 친구의 예에서 보는 바와 같이 꿋꿋이 자기 그림을 그려서 명목을 이은 그들이 우리 만화를 요즘 수준까지 올려 놓았습니다.

 

초기의 옹고집 토종 만화가로 김종래·임창·김산호 ·김경언·고우영 선생 등이 계셨습니다.

 

또 강철수·이상무·김수정·이현세·허영만 선생에 이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우리 만화가 세계적 수준에 오르는데 공훈을 세운 분들일 것입니다.

 

김종래 선생의 ‘암행어사’ , 임창 선생의 ‘땡이’ , 김산호 선생의 ‘라이파이’ , 김경언 선생의 ‘의사 까불이’ , 고우영 선생의 ‘일지매’ · ‘임꺽정’ · ‘삼국지’ , 강철수·이상무·이현세·김수정·허영만 선생의 ‘발발이의 추억’ ·‘독고탁’ · ‘까치 시리즈’ · ‘아기공룡 둘리’ · ‘각시탈’에 이르기까지 추억 속의 우리 만화는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아, 그리고 황미나와 이진주·김동화씨의 순정만화도 빠질 수 없겠네요.

 

지금도 엄마들이 가장 즐겨찾는 만화들인 만큼 당연히 기억해야지요.

 

길창덕·박기정 선생이 어린이들의 우상이셨던 시절이 있었음도 기억해야 할 일이고, 윤승운 선생의 맹꽁이 서당은 요즘까지도 팔리는 단연 발군의 걸작이었네요.

 

읽을거리가 부족하던 시절, 그렇게 만화는 우리에게 꿈을 키워 줬습니다.

 

곰팡냄새 퀴퀴한 골방같은 만화가게에서 상상력을 키워 전문인이 된 소설가와 영화감독, 화가는 한 두 분이 아닙니다.

 

일일이 예로 들지 않아도 아시는 분은 아시리라 믿습니다마는….

 

만화의 긍정효과는 정서적 읽을거리로서 뿐 아니라 수출품으로도 훌륭하다고 하니, 자라는 아이들에게 만화를 많이 읽게 해야겠습니다.

 

제발 서점에 오셔서  “만화는 안 돼!”하고 어린이들의 꿈을 꺾는 일은 마시고요..

 

미국의 월트 디즈니와 일본의 미야자키 하야오 등 세계적 거장들이 우리 어린이들에서 나오기를 기대하며, 이만 읽을거리로서 만화 자랑을 마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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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견(총 1 개)
  • 이영수2013-03-24 19:49:31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책아저씨의 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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