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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진소개: 임혜지 박사 (독일 뮌헨 거주)

 고등학생 시절 이주하여, 한국에서보다 더 오랜 시간인 36년을 독일에서 보낸 임혜지 박사. 그녀는 뮌헨의 문화재 건물 전문가로, 칼스루에 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건축사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모국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는 그녀는, 번역연대라는 단체를 만들어 독일 전문가들의 경고를 알리는 등 4대강 정비 사업 반대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독일에서 <프리드리히 바인브렌너 시대의 칼스루에 주택>을, 모국에서는 <내게 말을 거는 공간들>, 화제작 <고등어를 금하노라>를 출간했다.  
     

▲붕괴된 왜관철교

                       

     

연재를 시작하며 
 

최근 민주당 김진애 의원이 입수하여 공개한 한국수자원학회의 '4대강사업 활동보고서' 에 따르면, '원로 포럼'이라는 학회 내 기구가 내부 보고에서 4대강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회원들이 향후 4대강사업 후유증으로 법률적 책임을 지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한다. 4대강 사업에 지지를 아끼지 않았던 학회가 왜 지금에 와서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일까. 

이틀 전인 6월 25일 새벽, 1925년의 을축년 대홍수를 견디고 100년간 큰비에도 끄떡없던 경북 칠곡군 약목면의 왜관철교(호국의 다리)가 작은 장맛비에 무너졌다. 붕괴 당시 왜관철교 주변에서는 4대강 준설공사가 한창이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다. 간매천, 소양천, 연양천... 전국 방방 곡곡의 하천에서 이상 징후가 포착되어 별다른 전문지식이 없던 사람 마저 경각심을 갖고 우리의 물과 땅을 걱정하고 있다.  

여기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중간 지점에 서서, 전자에는 후대를 생각하여 양심선언을 하도록 촉구하고, 후자에게는 4대강 사업의 현 상황을 알리고자 뜻 있는 이들과 독일 하천전문가의 지식을 모국어로 옮겨 전달하고 있는 임혜지 박사의 글을 연재한다. 

 
임혜지 박사가 국내 최고, 최대의 물관련 학회인 '한국수자원학회' 앞으로 보내는 서한


(운하) 한국수자원학회, 이제야 걱정되십니까? 

 

                                                              2011년 6월 25일 토요일 

한국수자원학회 귀중!


한국수자원학회에서 향후 4대강사업에 대한 책임을 걱정한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아서 그럴까요? 아니면 봄비에도 무너져 내리는  4대강 현장을 보니 이제야 걱정되십니까? 

 

역사 45년, 회원수 2800명을 자랑하며 명실공히 국내 최대, 최고 수준의 물 관련 학회라고 자부하는 귀 학술단체는 그간 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을 옹호하고 그 사업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습니다.

 

홍수를 막고 수질을 개선시키기 위해서 여태까지 멀쩡하던 4대강에 보를 만들고 강바닥을 준설해야 한다는 해괴망칙한 이론을 주장하거나 옹호한 학회가 바로 당신들입니다.


강에 보를 짓고 준설한 역사가 있는 외국에선 그 이후로 매년 홍수가 나고 수질이 악화되는 바람에 이제는 보를 허물고 강바닥에 매일같이 자갈을 쏟아부어 원상태로 되돌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외국에서 중학교 교과과정에 나오는 과학적 사실마저 국내에서 왜곡할 수 있는 귀 학회의 실력은 실로 어마어마합니다.


오죽 답답했으면 저같은 문외한이 독일어 문서를 들여다보고 독일 전문가에서 물으러 다녔겠습니까?

 

한국의 4대강사업은 지구상에 유례 없는 최악의 하천공사로서 앞으로 지류의 강변이 무너져 내리고, 홍수 한번 나지 않던 곳에서도 물난리가 나며, 수질이 악화되어 식수가 위협을 받고, 지하수의 교란현상으로 농경지가 파괴될 것이라고 독일의 전문가들이 예견했습니다.

 

이들은 점을 치는 무당들이 아니라 독일의 경험을 소상히 아는 학자들일 뿐입니다.


4대강사업에 협조하는 학자들은 저보고 전문가도 아닌 것이 전문적인 주장을 하고 다닌다고 비난합니다. 저는 그 동안 어떤 전문성에 의거해서 학술적 주장을 한 것이 아닙니다. 저는 단지 이중언어인으로서 독일 전문가의 지식을 전달하고 독일의 공문서와 전문서적을 인용했을 뿐입니다. 저를 욕할 게 아니라 제가 소개하는 내용에 대한 반박을 하셔야죠. 전 단 한번도 귀 학회나 정부측 전문가로부터 내용에 관한 반박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이번에 당신들이 앞날을 걱정한다는 소문을 듣고 귀 학회의 <4대강사업 활동 보고서>를 입수해서 읽어 보았습니다.

 

4대강사업이 얼마나 무모하고 위험한 사업인지 당신들도 벌써 다 알고 계셨더군요. 그런데 왜 이제까지 침묵하셨습니까?

당신들도 다 알면서 왜 제가 외국에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외국 학자들에게 지식동냥을 하러 다니게 두었습니까?


왜 여태까지 4대강사업에 엉터리 이론을 제공했습니까?

지금 당신들이 불안하니 여태껏 당신들의 말만 믿고 공사를 추진해온 정부는 얼마나 더 불안하겠습니까?

홍수를 예방하는 공사를 했다는 사람들이 왜 비만 오면 여태 안 하던 걱정을 해야 합니까?


이제 어쩌시렵니까?

4대강공사로 인해 물난리가 나고 인명피해가 나도 이상기후 탓이라고 국민을 우롱하시렵니까?

그간 과학적으로 예견되었던 4대강사업의 부작용들이 속속 사실로 드러나기 시작하는 시점이 왔습니다.

 

아직도 토건 독재와 국민의 분노 사이에서 갈등하며 누구 힘이 더 센지 저울질하며 망설이시겠습니까?

사고가 터질 때까지, 국민의 감정이 폭발할 때까지, 요행을 바라며 눈 감고 계시겠습니까?


대한민국의 역사를 돌아보건대 4대강사업에 대한 진상조사는 머지 않은 장래에 일어날 필연적인 수순입니다.

 

당신들마저 불안해하는 4대강사업을 중단하고 우리 국민이 살 길을 찾아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분야에서 대한민국 최대, 최고 수준이라는 학회답게 깨끗하게 양심선언하고 나서서 망국으로 치닫는 4대강사업을 중단하게 도와주십시오.

찬반으로 갈렸던 대한민국의 모든 지성이 힘을 합쳐, 지금부터라도 국민의 소중한 인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정직하게 찾아볼 때가 되지 않았나요?

사정이 그만큼 절박하지 않습니까?


2011년 6월 25일 독일 뮌헨에서 임혜지 드림 

 

(아래의 사진들은 임혜지님의 역행침식에 관한 글을 읽은 독자가 찾아서 제보함.)

제가 쓴 글이지만 그 내용을 사진으로 직접 확인하니 눈앞이 캄캄합니다. 한번 보셔요.

금당교 교각은 허공에 붕 떠있어요. 강바닥이 침식되어 다 깍이는 역행침식인거죠


▲ 간매천 둑의 무너짐(상류쪽 방향)

 

▲ 간매천 옆의 논길도 무너지고(하류쪽 방향)...

 

▲ 금당천과 남한강이 만나는 지점에 설치한 하상보호공도 물의 힘에 싹쓸이

 

소양천 둑 옆의 도로 지반이 완전히 꺼졌어요

 

여주읍을 가로지르는 소양천의 둑이 와르르- 

 

 

연양천 끝에 설치한 하상보호공 역시 다 쓸려나갔네요.-
 
이런! 연양천의 신진교는...

 

여주 사는 친지에게 물었더니 부서진 다리만 급히 철거하였고 나머지 무너진 부분은 아직까지 방치되어 있다는군요.

그러니까 말씀하시는 강바닥의 준설로 역행침식이 진행된다는 것은 이런 현상이 이제 앞으로 계속 생긴다는 뜻인가요?

 

<이상 독자 목로주점님의 질문과 사진>


목로주점님의 질문에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님이 하신 똑같은 질문을 KBS 취재진이 인터뷰에서 헨리히프라이제 박사님께 드렸습니다. 답변은 "이제 시작입니다"였습니다. 울고 싶습니다."

 

註:알폰스 헨리히프라이제 박사(Dr.Alfons Henrichfreise)

독일연방 자연보호청에서 30여 년간(1976~2008) 재직하며 독일 국책사업에 참여해 하천공사 후유증을 조사·예측해 왔다. 

독일의 대형 하천과 그 지천의 하천공사를 다루는 독일 법정에서 한번도 패소한 적이 없는 최고 권위의 하천 전문가.고양인터넷신문/편집장 김송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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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1-07-03 15: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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