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hong 기자
【오산인터넷뉴스】이영주 기자 = 수백 개의 빛나는 눈들이 있었다.
그들은 제각기 원하는 직업을 찾느라 자못 진지했다.
30여개 부스는 자신의 회사를 위해 일할 인재탐색에 분주하다.
발걸음 마다 수많은 생각과 고민이 교차한다.
‘2013 상반기 오산시 취업박람회’ 현장을 가봤다.
▲ 3월21일 오산 시민회관에서 열린 2013 상반기 취업박람회.
취업박람회는 3월21일 오후 2시~5시까지 오산시민회관에서 열렸다.
고용노동부 평택고용센터·오산시·경기도가 공동주최한 취업박람회는 취업정보서비스, 컨설팅관, 건강검진 등 다채로운 일자리 지원행사가 펼쳐졌다.
오산시일자리지원센터는 2010년 1월 첫 박람회를 시작으로 매년 상·하반기에 걸쳐 행사를 갖고 있다.
취업박람회는 말 그대로 '구직·구인'이 목표기에 행사장은 그야말로 북적거렸다.
이날 박람회에 중견유망업체 30개 회사가 구인업체로 참여했다.
▲ 박람회 참석자들이 구직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업체는 참가신청서, 사업자등록증사본을 제출했다.
구직자는 이력서, 자기소개서, 자격증, 주민등록증 등을 지참하고 박람회장에서 구직신청서를 작성해 업체에 제출한다.
업체 쪽이나 구직자 쪽이나 목적은 같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는 것이다.
업체는 자신들의 기업마인드에 적합한 인재가 지원하기를 바라고, 또 입사한 그들이 오래도록 일해 주기를 희망한다.
▲ 진행을 돕는 스테프들.
구직자는 근무요건이 맞는 업체를 갈망한다.
때로는 구직 자체만을 기뻐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나이가 많은 경우다.
'명퇴·조퇴' 등 유행어를 남기며 날아든 조기퇴직 바람은 1997년 글로벌금융위기 이래 더욱 선명해 졌다.
60대까지 정년이 보장되는 회사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고, 일부 대기업은 30~40대에 퇴직을 시키기도 한다.
한 마디로 먹고 살기에 정말 퍽퍽해진 것이다.
▲ 구직자들이 채용공고판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다.
A씨(57·남)는 특별히 원하는 직업이 없다고 한다.
그저 자신을 채용해 일을 하게 윤허(?)해 주고 급여를 주면 좋겠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서 이제 받아주는 데도 없어. 여기 둘러봐도 써 줄지 의문이다”고 말을 남겼다.
이력서와 안내서를 들고 돌아서는 그에겐 반평생을 동고동락하는 아내와 이제는 자신 보다 훨씬 키가 컸을 자식들이 있을 것이다.
B씨(51·여) 또한 사정은 만만치 않다.
A씨와 같은 이유로 취업에 영 자신이 없어하는 기색이다.
“한 번 둘러보고 원하는 곳이 있으면 지원하려 왔어. 나를 써주는 데가 있을까 싶어. 그래도 두드려는 봐야지”하며 힘없이 웃었다.
학생들 발길도 이어졌다.
오산정보고등학교는 3학년 가운데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박람회 참여를 권했다고 한다.
때문에 박람회 곳곳에서 교복차림의 학생들이 친구와 팔짱을 끼고, 혹은 진지하면서도 호기심에 가득찬 눈빛으로 거니는 모습이 보였다.
▲ 오산시 취업박람회 안내도에 시민들이 다가선다.
C양(오산정보고 3)은 “학교에서 가보라고 해서 왔는데 무지 신기하고 많이 둘러보고 싶다. 조건이 맞으면 취업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취업이 다급한 사람들도 많았다.
1년 넘게 집에서 쉬었다는 D씨(30·남)는 취업을 꿈꾸며 박람회장을 찾았다.
그의 아버지는 당신 건물에서 창업하기를 바라고 있단다.
D씨는 더 생각해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3개월 전이었고 유예기간은 앞으로 2개월 남았다.
그는 “대학 졸업 뒤 조교생활을 몇 년 했다. 그러다 우연찮게 고깃집에서 일하게 됐는데 적성에 맞다고 판단했다. 이런 이유로 여기에서 서비스직을 구하고 있다. 기업의 브랜드 보다 근무여건이나 복리후생 쪽을 눈여겨 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찬찬한 말투와 친절한 눈빛을 가진 그는 서비스직에 어울릴 것 같았다.
한 아이의 어머니도 구직활동에 열심이었다.
▲ 분주한 박람회장 모습.
E씨(31·여)는 구직 시 아이의 시간에 맞출 수 있느냐가 가장 큰 요건이라고 했다.
“아이가 아직 어리니까 너무 늦게 마치는 곳은 어렵다. 생산직은 밤 9~10시까지 잔업이 다반사여서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육아와 살림, 일까지 병행해야 하는 그녀의 작은 체구는 많이 무겁고 바빠보였다.
과연 그녀가 숨 쉴 틈이 있을까.
장애우들도 구직활동에 참가했다.
오산시 장애인연합회에서 수화통역센터 직원과 구직하려 온 장애우가 한참을 수화로 얘기했다.
그녀들의 손짓은 한 마리 작은 새처럼 경쾌했고 시종일관 웃으며 이야기하는 장애우는 산뜻한 후리지아꽃 같았다.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둘이서 나눴던 이야기는 그녀가 오늘 한 회사에 지원했는데, 근무여건이나 복리후생은 나름 괜찮았지만 계속 서서 일해야 한다고 해서 마음을 접었다는 것이었다.
천사같은 센터 직원은 “장애우에게 편견을 가지거나 두려워하는 분들이 많다. 그냥 똑같은 사람으로 대해줬으면 한다. 아울러 청각장애우는 모든 상황을 눈으로 판단하기에 일의 숙달도가 빠르다”고 했다.
수화통역센터를 통해 취업을 하고 오래 근무하는 장애우도 있다고 한다.
사람의 능력은 겉으로만 혹은 조건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될 일이다.
F씨는 20대 초반의 여성이다.
업체 쪽에서 대부분 경력직을 구하는 경우가 많아 벽을 느낄때가 있다고 한다.
“이번 기회에 취업을 하고 싶다. 처음 와보는 박람회장인데 조금 복잡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산지역 사회적기업 한 임원은 이번 박람회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체계가 다채로우며 잘 꾸며진 부스도 마음에 든다고 한다.
3시간이라는 여유있는 시간, 다양한 지원인 등이 플러스 요인이다.
그는 구인 시 인성을 우선적으로 삼는다고 한다.
업무능력은 교육과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것이다.
또 월등히 높은 스펙을 가진 사람은 회사측의 조건과 거리가 멀기에 조금은 낮은 합격선으로 채용하고 있다고 한다.
덧붙여 첫 인상이 물론 중요하지만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고 판단하고 있단다.
경험상 매우 좋았던 첫 인상에 비해 저조한 업무 실적을 보인 경우와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고 하니 말이다.
아울러 구직자들은 근로조건과 복지, 출·퇴근, 식사 등을 중요 요건으로 꼽는다고 덧붙였다.
또 “브랜드 파워를 가진 회사만 지원하지 말고 요목조목 따져보면 좋은 직장을 가질 기회가 많으니 참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어떤 취업컨설턴트는 취업에 앞서 ‘시간, 거리, 급여, 비전’을 염두하라고 조언했다.
또 다른 컨설턴트는 “모자란 스펙을 열정으로 채워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 박람회장에 마련된 수십개의 부스.
박람회장은 수십여 개의 부스가 설치됐다.
그 네모난 공간안에서 서로의 고귀한 인격체가 원하는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미묘하고도 고도의 심리를 거래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펼쳐진 그들의 길을 그려내고 있었을 것이다.
2013 상반기 오산시 취업박람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