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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를 넘나드는 비극적 사랑 찾아오다 - 오산문화재단, ‘로미오와 줄리엣’ 뮤지컬 공연
  • 기사등록 2013-03-08 21:5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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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인터넷뉴스】이영주 기자 = 공연장 조명이 꺼지고 무대에 배우가 등장할 무렵 적막속에서 박수 갈채가 터져 나왔다.

 

낯익은 친구의 등장에 관중석 곳곳에서 우뢰와 같은 함성도 들려왔다.

 

이어 무대는 신비스런 파란빛으로 물들고 잠자리 날개 같은 드레스를 입은 배우가 천상의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 서로의 신분을 알지 못한 채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두 주인공.

 

3월8일 오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동아일보가 주최하고 한진중공업이 협찬한 청소년 문화예술프로그램 ‘친구야 문화예술과 놀자 - 나도 뮤지컬 스타’가 펼쳐졌다.

 

이는 오산문화재단이 지난 1월부터 진행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으로 오산지역 중·고생 30여 명이 참여해 지난 2달 동안 연습한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을 선보였다.

 

공연은 배우들의 진지한 연기와 더불어 무대 조명과 음향이 어우러져 시종일관 눈을 뗄 수 없는 볼거리를 제공했다.

 

조명 하나만으로도 극의 분위기를 돋워주는 효과를 만들어냈다.

 

▲ 원수 집안이라는 악재를 뛰어넘어 둘만의 결혼식을 올리는 로미오와 줄리엣.

 

로미오가 줄리엣을 향한 세레나데를 읊는 장면은 밤하늘의 별을 따다 놓은 듯한 조명이 백미(白眉)였다.

 

또 슬픈 장면은 잔잔한 곡을, 사랑의 세레나데는 더없이 감미로운 곡조가 흘러나와 관중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이날 공연은 또래 응원단이 다수 참석해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오산지역 10개교 학생들이 관중석을 메워 배우들의 연기에 호흡을 함께했다.

 

원수 집안의 사랑이라는 비극적 소재  ‘로미오와 줄리엣’이지만 극의 사이사이에 코믹스런 요소를 배치, 객석은 소녀들의 싱그러운 웃음소리가 넘쳐났다.

 

남·녀 주인공이 사랑을 맹세하는 장면은 최고의 데시벨을 자랑하는 순수한 함성이 공연장을 메우기도 했다.

 

그러면서 관객들은 극 속으로 점점 빠져들었다.

 

남자주인공 로미오 역을 맡은 배우들은(이 공연은 로미오 역 2명, 줄리엣 역 3명이었음) 강인하고 시원스런 목소리를 뽐냈고, 줄리엣 역을 맡은 여배우들은 가녀리고 사랑스런 음색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줄리엣의 유모 역을 맡은 이수진(성호고 2) 학생은 유쾌하고 조금은 푼수(?)같은 캐릭터를 천연덕스럽게 소화해 눈길을 끌었다.

 

10대 소녀가 40대의 연륜을 필요하는 역할을 제법 훌륭하게 소화해 낸 것이다.

 

▲ 사랑에 빠진 줄리엣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유모.

 

극 중 유모는 14살 나이에 사랑에 빠진 줄리엣의 어렸을 적 모습을 회상하며 그녀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공연 말미, 줄리엣이 패리스 백작과 결혼을 피하기 위해 최면제로 일시적 죽음을 택했을 때 무대 연출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핏빛 붉은 드레스를 입은 줄리엣이 검고 육중한 관 위에 누워 있는 장면은 조명과 음향 마저도 음울하고 장중하게 비춰졌다.

 

2개월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하루 연습시간만 6~7시간에 달했다는 엄청난 노력과 이들을 이끈 서울예술단의 강사진의 지도력도 빛을 발했다.

 

더불어 문화재단의 열렬한 뒷받침도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일조했다.

 

줄리엣 역을 맡았던 성미연(문시중 2) 학생은  “연습하는 동안 힘들었지만 매우 기쁘고 뜻깊은 경험이었다” 며 “공연은 끝났지만 다음 주에도 와야 할 것 같은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성미연 학생을 응원 온 학우들은  “미연이가 제일 예뻤어요. 완전 최고였어요!”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은 이 같은 청소년 공연이 앞으로 계속된다는 것이다.

 

공연에 앞서 곽상욱 시장은  “세마중학교 학생 뮤지컬공연단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관심있는 학생의 참여를 독려했다.

 

간혹 발성이 안되고 스텝이 엉켜도 이들 앳된 배우들은 혼신의 힘을 다 하는 명연기를 선보였다.

 

그들의 눈은 빛나고 있었고 그들을 바라보는 관중의 눈망울 역시  ‘희망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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