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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대나무가 머무는 녹색 詩 - 이영주 기자, 담양 대나무숲길 ‘죽녹원’을 찾아
  • 기사등록 2013-02-18 09:3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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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인터넷뉴스】이영주 기자 = 수려하게 뻗은 대나무 사이 흙길을 밟는 느낌이 가뿐하다.

 

댓잎을 살랑이며 흔드는 바람 소리는 일상생활에 지친 마음을 청량하게 한다.

 

‘죽향(竹鄕)’이라 불리는 전라남도 담양군 향교리 ‘죽녹원’이다.

 

▲ 전라남도 담양군 향교리 대나무숲 '죽녹원'.

 

죽녹원은 담양군이 성인산 일대에 조성해 2003년 5월 개원한 대나무숲이다.

 

약 31만㎡의 대나무 정원이 펼쳐져 있으며 총 2.4km의 산책로는 죽림욕을 즐기기에 알맞다.

 

이는 운수대통길·죽마고우길·철학자의 길 등 8가지 주제의 길로 구성된다.

 

▲ 아늑하게 펼쳐진 대나무길.

 

또 생태전시관, 인공폭포, 생태연못, 야외공연장 등이 자리한다.

 

죽녹원에는 대나무잎에서 떨어지는 이슬을 머금고 자란다는 죽로차(竹露茶)가 자생하고 있는 점도 인상 깊다.

 

차나무는 죽죽 뻗은 대나무 사이사이로 흩뿌려진 듯 자라고 있는데 그 모양새가 자연스럽다고 해야 할지 제멋대로라고 해야 할지 자못 망설여진다.

 

군락으로 자생하는 그들 야생의 아름다운 자태가 한 동안 가슴에 머문다.

 

▲ 대나무잎에서 떨어지는 이슬을 머금고 자란다는 '죽로차(밑)'. 사진은 여름 모습.

 

무채색으로 일관됐던 겨울의 시야에서 일순 펼쳐지는 녹색의 향연은 그야말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큰 숨을 한 번 들이쉬고 죽녹원 입구에 들어선다.

 

▲ 울창하게 뻗은 대나무들이 자태를 뽐낸다.

 

그저 몇 걸음 옮겼을 뿐인데 그 안과 밖을 둘러싼 공기는 매우 이질적으로 나그네를 맞는다.

 

십수만 평 대지에서 다가오는 대나무의 향내는 찾은 이를 황홀경으로 인도한다.

 

대나무는 그들만의 이야기를 잠시 멈추고 낯선 이를 맞이한다.

 

그들이 자아내는 초록과 빛나는 하늘, 귓불을 스치는 바람은 한 편의 시가 된다.

 

▲ '힐링 정원' 대나무길.

 

시 속을 거닐며 밤새 달려온 기나긴 여정은 한 조각 먼지로 산화된다.

 

인생의 여로도 이처럼 가벼워지기를 조심스레 소원해보며 대나무길을 걷는다.

 

죽녹원에는 판다 모형이 유난히 많다.

 

아마도 대나무를 주식으로 하는 특성 때문인 듯싶다.

 

▲ 눈 돌리는 곳마다 마주치는 대나무들은 심신을 정화시켜 준다.

 

판다는 중국 서부 해발 2천~3천500m 산지에 서식하며 비교적 비가 많은 습한 곳을 좋아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생김새와 동작이 귀여워 인기를 얻고 있기도 하다.

 

죽녹원 8길을 열어주는 길은 ‘운수대통길’이다.

 

▲ 죽녹원은 총 8가지 테마의 길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 길 초입에 생태체험관이 자리하는데 이 곳에서는 각종 대나무 제품을 관람하고 구입할 수도 있다.

 

생태체험관을 지나 야트막한 길을 오르면 대나무로 둘러싸인 작은 광장이 보인다.

 

여기에서는 투호놀이, 좁다란 대나무 구멍에 동전이 들어가면 1년 내내 운이 좋다는 운수 대통 등을 볼 수 있다.

 

▲ 고요히 휴식이 필요할 때 찾으면 좋을 대나무 정원.

 

또 죽녹원은 영화나 드라마 촬영의 무대가 되기도 했다.

 

1972년 제2차 베트남 전쟁(인도차이나전쟁. 1960~1975년)의 막바지를 배경으로 한 ‘알 포인트’, 이준기 활약이 돋보였던 ‘일지매’ 등을 촬영해 방문객에게 깜짝 반가움을 선사한다.

 

고 노무현 대통령도 이 곳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죽녹원이 매체에 소개된 것은 KBS 예능프로그램 ‘1박2일’이 가장 유명할 것인데 숲길을 걸어 30여 분을 가면 죽향체험마을이 있고 그 곳에 ‘허당 이승기 선생’이 빠졌던 ‘이승기 연못’이 자리한다.

 

▲ 대나무 뿌리.

 

이승기 연못 옆으로는 죽향체험마을이 있다.

 

체험마을에는 박동실 판소리 명창의 무대였던 ‘우송당’에서 판소리 체험, 대나무 이슬만 먹고 자란다는 ‘죽로차’ 다도체험이 가능하다.

 

또 3동의 한옥으로 구성된 ‘한옥체험장’에서는 대나무 숲에서 머물 수 있는 민박도 운영 중이다.

 

▲ 식물도 자신을 해치려는 존재를 인식한다고 한다.

 

아울러 이 부근은 담양군이 야심차게 준비한 ‘힐링 관광지’답게 새로운 한옥식 건물을 짓는 모습도 눈길을 끈다.

 

이 외에도 ‘선비의 길’, ‘철학의 길’, ‘사랑이 변치 않는 길’ 등 다양한 테마를 소재로 한 산책길이 펼쳐진다.

 

▲ '선비의 길' 대나무들.

 

길 중간에서 만나는 물소리는 정원의 인공폭포에서 들려오는 것인데 시원스레 흐르는 물줄기가 보는 이를 즐겁게 한다.

 

▲ 인공폭포 한 켠으로 판다들이 보인다.

 

바람.

 

댓잎 사이를 활공하는 그들이 만들어내는 바람소리는 나그네의 발길을 잡아매고 그리운 이를 떠올리게 한다.

 

▲ 숲길을 걷다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물소리에 이끌린다.

 

하늘과 대나무, 바람이 조우하는 대나무 천국 ‘죽녹원’으로 정화(淨化)의 시간이 필요한 그대를 초대한다.

 

▲ 죽녹원은 연중무휴 운영이며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이다. 요금은 성인 2천원, 청소년·군인 1천500원, 어린이 1천원이며 주차장은 무료이다. 사진은 설연휴 동안 무료 개방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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