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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공간속 버거운 生, 고시텔 - 대다수 비정규직 · 신용불량자 ‘때우기식 삶’
  • 기사등록 2013-02-07 15: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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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인터넷뉴스】이영주 기자 = 짧은 기간에 보증금이나 별도의 가외 돈 없이 내 한 몸을 맡길 수 있는 곳.

 

일명 ‘고시텔(考試TEL)’이다.

 

원래 수험생들이 각종 시험을 준비하는 주거시설로 고시원(考試院)이 등장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언제부턴가 고시텔로 변천했다.

 

비교적 싼 주거비용 탓에 고시텔은 주된 이용자가 학생에서 직장인들로 바뀌었다.

 

도시 빈민층의 불안정한 단신가구 주거지, 고시텔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보통 3개 부류로 나뉜다.

 

첫째는 수험생, 둘째는 독신·직장인, 셋째는 노인·장애인·기초생활수급자·저임금 노동자 등이다.

 

사방 2m 정도 되는 공간에 침대 하나, 책상 하나, TV 하나가 전부인 세간이지만 여전히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은 존재한다.

 

아직 바깥은 춥고 눈은 녹지 않았다.

 

몸 하나 따뜻이 뉘일 공간이 그들에겐 절실했을 것이다.

 

▲ 고시텔 방 내부 모습.

 

여전히 타인들의 의구심은 남아 있다.

 

‘왜 그들은 좁은 공간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을까.’

 

오산에서 수년 째 고시원을 운영하는 A씨를 만나 속내를 들어 봤다.

 

A씨에 따르면 고시원(고시텔)에서 생활하는 연령층은 20~30대가 대부분이다.

 

40~50대는 1~2명에 불과하다.

 

또 이들 가운데 90%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산다’는 비정규직이다.

 

A씨는 이들의 평가에 쓴소리도 서슴지 않았다.

 

‘게으르며 삶에 의욕이 아주 낮은 사람들’이라고 한다.

 

물론 목돈 마련을 위해 2~3년 동안 거주하는 사람도 있다.

 

이 부분도 ‘이해하기는 어렵다’고 그는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고시원 생활은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몸 하나 뉘이면 그만일 좁은 공간이야 둘째치더라도 방음이 안돼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는다.

 

천장에 설치된 중앙 냉난방·환기를 위한 공간이 이유인데 이는 60cm 정도 크기라고 한다.

 

▲ 고시텔 내 복도.

 

그러니까 중앙에서 공급되는 냉·방이 이 배관을 통해 각 방으로 전달되는 형식이다.

 

또 고시텔은 개인공간이 매우 좁다.

 

잠자고 TV를 보는 것 말고는 모두 공용공간을 사용해야 한다.

 

화장실, 세탁, 취사 등. 빨래를 널 때도 함께 쓰는 옥상에 널어 간혹 빨래가 없어지는 경우도 벌어지곤 한단다.

 

기숙사와 유사한 형태지만 보통 같은 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기숙사와 유대감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타인이 함께 쓰는 고시텔은 기본적으로 차원이 다르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럼에도 고시텔에서 생활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직장생활 기간이 불명확할 때 연간 단위로 계약하는 원룸 보다 고시원은 이동이 편리하다.

 

둘째는 저렴한 가격이다. 선불 20~30만원 대를 내면 한 달을 살 수 있다.

 

셋째는 생활비 절감이다.

 

원룸에서 생활하려면 난방비, 전기요금, TV 수신료, 인터넷 사용료 및 가입·설치비 등이 필요한데 고시원은 그런 것이 위 금액 안에 포함돼 있다.

 

정말 몸 하나 뉘일 공간만 있으면 되는 사람들에게는 적합한 곳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들이 평균적으로 고시원에서 머무는 기간은 1~3개월 정도.

 

한 달 머무는 사람은 전체 5%, 3달 머무는 이들은 30%쯤 된다고 한다.

 

거듭 밝히지만 오랜 기간 고시텔에 머무는 사람은 사회심리적으로 온전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A씨는 말했다.

 

이들은 고시텔에 머무는 동안 주로 인력시장을 통해 일감을 얻는다.

 

▲ 고시텔에 부착된 화재예방 안전수칙.

 

인력사무소가 주선하는 하루 일당은 평균 8만원.

 

이들이 하루를 일하고 받는 돈은 수수료 10%와 수송료(일하는 장소까지 태워주는 비용) 3천원~5천원 정도를 제하고 7만원 가량을 손에 쥐고 들어온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김밥 등으로 간단히 끼니를 때우고 받은  돈이 다 떨어질 때까지 논다.

 

그러다 수중에 돈이 떨어지면 다시 인력사무소에 전화를 건다.

 

이들 대부분은 휴대전화가 없다.

 

전화는 고시텔 사무실에서 사용한다.

 

인력사무소는 성실하게 꾸준히 나오는 사람을 선호한다.

 

이들은 하루 벌어 놀다가 돈 떨어지면 다시 나가는 형국이기에 그리 반기지 않지만 파견할 사람이 정작 없을 때는 데려다 쓴다고 한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메우고’있는 것이다.

 

이들의 대부분은 신용불량자라고 한다.

 

카드값 몇 십만원으로 신용불량자가 된 것인데, 이는 남녀 공통사항이다.

 

또 이미 부모·형제와 의를 끊고 지인들과 인간관계도 매끄럽지 않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대다수다.

 

전화는 미리 납부한 일정 금액이 소진될 때까지 통신이 가능한 선불폰(휴대전화)을 쓴다.

 

▲ 근 몇년간 고시텔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다.

 

금액은 5만원 정도며 기기는 중고전화기를 사용한다.

 

이는 통신사와 소비자 모두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라는 점에서 존립이 가능하다.

 

앞서 밝혔듯 이들은 경제적으로나 사회심리적으로나 불온전한 측면이 크기에 사회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자신은 하루 벌어 먹고 살기도 바쁜데 남들은 놀고 먹으면서 좋은 차를 끌고 다닌다고 생각이 닿는 것이다.

 

이 때문에 차를 긁거나 방화를 일으킨다든지 해코지를 하기도 한다.

 

A씨 고시원도 이런 이유로 거주자를 찾아 경찰이 오기도 했었다.

 

잘된 경우도 있다.

 

직장을 다니며 공무원 시험공부를 한다든지 자기의 삶을 미래지향적으로 바라보고 열심히 사는 경우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오산지역 고시원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여성 보다 남성 비중이 높으며, 아웃소싱(인력파견업체)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다.

 

이들은 지방에서 업체 구인광고를 보고 오산으로 왔는데, 오산은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이 많은 까닭에 기업체 재정이 열악하다.

 

결국 근로자를 해고할 수 밖에 없고, 그러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그들은 고시원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즉 고시텔을 탈피할 수 없는 이유가 이 곳에 거주하는 사람들만의 잘못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도 고시텔 거주자들은 미끄러운 길 위를 질주하듯 달려가 하루를 버틴다.

 

그리고 자신만의 온기가 어린 ‘그 좁은 공간’으로 들어가 하루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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