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열린책방> 책 아저씨의 이야기보따리

 

이야기 하나. 시대의 명작, 빅토르 위고 ‘레미제라블’

 

 

【오산인터넷뉴스】<社告> 열린책방 ‘책 아저씨의 이야기보따리’를 개설합니다.

 

책(冊)은 인류문화가 창조해 낸 가장 위대한 유산으로 흔히 마음의 양식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물과 공기처럼 책이 없으면 단 하루도 살 수 없을 만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이에 오산인터넷뉴스는 닉네임 ‘책 아저씨’가 소개하는 <열린책방>코너를 매월 1회 지면판과 함께 고정란으로 개설합니다.

 

※부득이 본인의 익명요청에 따라 닉네임 ‘책 아저씨’로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소개자 ‘책 아저씨는’ 현재 오산에서 <아사달 헌책방>을 운영하면서 자주 찾아와 주신 고마운 오산시민들께 보답하는 의미로 책 소개에 선뜻 응해주셨습니다.

 

그럼 ‘책 아저씨’가 소개하는 책 속으로 여행해 보실까요?

 

 

<엄마와 아이의 행복한 책읽기 - 빅토르 위고 '레미제라블>

 

▲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의 명작

   - 레미제라블(1862년 출간)

 

제 직업은 헌책장사입니다. 책을 사고 파는 일을 업으로 삼다보니 많이 읽히는 책과 좋은 책의 기준을 어림하게 되었습니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을 나름 좋은 책을 판별하는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크게 틀리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제 서점에는 각 학교에서 발표한 권장도서 목록을 들고 찾아오는 엄마들이 많습니다. 겨울방학은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읽히려는 엄마들의 노력이 권장도서 목록이라는 막강한 원군을 맞아 힘을 발휘하는 때입니다.

 

레미제라블은 초등학생부터 중·고교생, 대학생, 그리고 어른들까지 명작을 꼽을 때면 으레 우선순위에 올리는 책입니다. 매년 각 학교의 ‘꼭 읽어야 할 책’ 순위 열 번째를 벗어나지 않는 단골손님인데, 대혁명과 나폴레옹전쟁 직후의 혼란기에 있던 프랑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랑의 대서사시에 독서지도 선생님들의 눈길이 멈추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요.

 

최근에 영화로 재개봉되어 화제가 되고 있는 레미제라블을 오늘의 책이야기 손님으로 맞아봅니다. 레미제라블은 완역본 전집에서 ‘장발장’으로 제목을 바꾼 아동용 요약본까지 많은 판형이 출판되어 있고, 주인공 장발장이 양녀 코제트에게 보내는 사랑은 세상의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보내는 사랑과 다르지 않을 터이므로, 제게 주어진 과제인 ‘엄마와 어린이가 함께하는 책읽기 이야기’의 첫 번째 순서로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레미제라블은 이야기의 폭이 무척 넓은 소설입니다. 때문에 요약이 쉽지 않지만 굳이 무리해서 풀어본다면, ‘가벼운 죄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게 된 장발장이 감옥에서 증오를 키워 나온 후 고상한 인품의 성직자 미리엘 주교를 만나 감화를 받고 속죄의 길을 걷다가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힌 여인 팡틴의 딸 코제트를 양녀로 맞아 아낌없는 사랑을 보낸다’ 정도이겠지요.

 

그 과정에서 법의 대변자인 자베르 경감에게 핍박을 받기도 하고, 양녀 코제트의 사랑을 차지한 청년 귀족 마리우스를 위험에서 구해 주기도 하는 등의 우여곡절이 있지만, 기둥줄거리는 역시 ‘딸바보 장발장이 양녀 코제트에게 보내는 무조건적인 사랑’일 것입니다.

 

주인공 장발장은 거리의 여인 팡틴의 유언을 받들어 범죄자 성향의 여관 주인 테나르디에에게서 팡틴의 딸 코제트를 데려옵니다. 결혼을 해본 적이 없고 이성과의 사랑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장발장에게 홀연 딸이 생긴 것입니다.

 

자신이 돌봐야할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것…… 갓난아기를 품에 안아 본 부모라면 그 심정 잘 아실 것입니다마는, 고독한 범죄자 장발장이 세상의 모든 것을 얻은 양 행복해하는 ‘딸바보 장발장’으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입니다.

 

가뜩이나 속죄의 삶을 보내고 있던 장발장에게 코제트는 사랑의 모든 것입니다. 먹여 주고, 입혀 주고, 가르치고……. 냉엄한 법의 수호자 자베르 경감의 추적을 피해 숨어 사는 어려움 속에서도, 딸바보 장발장은 양녀 코제트에게 모든 것을 주려 듭니다.

 

그러나 무릇 부모 된 이라면 당연히 아실 일이지만 자식이란 품안의 자식일 뿐 자라면 제 갈 길로 가는 법, 예쁜 처녀로 자란 코제트가 잘난 청년 마리우스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된 건 어쩔 수 없는 섭리이겠지요.

 

애써 키운 딸이 듣도 보도 못한 남의 집 아들에게 끌려 품을 떠나려 할 때의 질투 역시 세상의 아빠들 모두가 겪는 공통된 아픔일 터, 장발장이 같은 유의 고통을 겪음도 당연한 순서일 것이고요.

 

딸바보 아빠 장발장의 품에서 탈출하려 드는 철부지 딸 코제트의 연인 마리우스는 우리의 민주화운동 시절의 청년들처럼 애국심에 불타는 병아리 혁명가입니다.

 

때는 루이 필립이 국왕이던 시절의 프랑스 파리, 군주제를 반대하는 시민군의 봉기가 있고, 그 선봉에 병아리 혁명가 마리우스가 있습니다.

 

총탄이 빗발처럼 쏟아지는 난전 속에서 시민군의 바리케이드를 향해 정부군의 포격과 돌격이 있고, 병아리 혁명가 마리우스는 화약통을 폭파시켜 함께 죽어버리겠다고 위협하여 정부군의 퇴각을 부르기도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의 주인공들이 으레 그렇듯이 덜컥 총탄에 맞아 중상을 입게 됩니다.

 

연인 마리우스를 염려하는 코제트의 슬퍼하는 모습을 훔쳐본 딸바보 장발장은 마리우스의 위태위태한 반항 행각을 시종 지켜보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나서서 목숨을 구해줍니다.

 

못 본 척 버려두면 자연스레 딸의 곁을 영원히 떠날 반갑지 않은 백년손님 마리우스를 구해주는 딸바보 장발장이 안타깝기만 한 장면입니다.

 

살아가는 이유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딸의 마음을 빼앗아간 괘씸한 청년을 구해 주는 장발장의 자기희생적인 사랑…… 이 소설이 명작으로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딸이 슬퍼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 장발장이 마리우스를 구하는 이유는 이와 같이 단순하지만, 그가 갈등을 이겨내기까지의 고뇌는 십자가 위의 예수 그리스도가 자신을 못 박은 로마 병정을 불쌍해하는 마음에 덜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버지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모르나이다.”

성경 전체를 통해 가장 감동적인 순간의 대사인데, 장발장의 고뇌와 상통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서양 문명은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박애주의(博愛主義)에 기본을 두고 있다고 하는데, 이 소설만큼 그 정신이 잘 반영된 작품도 드물 것입니다.

 

함께 식사를 한 은그릇을 몽땅 훔쳐 도망친 장발장이 순찰경관에게 붙잡혀 끌려왔을 때 “이 은촛대는 왜 남겨두고 가셨소? 내가 모두 가져가라고 하지 않았소?”하고 용서 이상의 것을 베푸는 미리엘 주교,

 

자신으로 오인 받은 죄수가 재판을 받고 있음을 알게 되었을 때 스스로 법정에 출두하여 “내가 진짜 죄인 장발장입니다.”하고 형벌을 자청할 때의 장발장, 일생의 숙적 장발장에게서 목숨을 구함 받은 후 자신의 도덕관념을 허물어 빚을 갚은 자베르 경감이 진실한 정의가 무엇인가 고민하며 목숨을 끊는 모습 등이 그것인데, ‘원수를 사랑하라’고 말씀하신 그리스도 예수의 뜻을 가장 잘 표현한 장면들일 것입니다.

 

그러나 역시 가장 위대한 순간은 코제트를 양녀로 맞아 감격스러워하는 장발장의 심정을 표현한 장면들일 것입니다. 내리사랑을 경험해 보신 세상의 엄마들은 아실 것입니다마는, 자식을 갖는다는 것은 그 무엇과도 비교될 수 없는 행복한 일입니다.

 

자식을 위해 뼈 빠지게 일했지만 얻은 게 없다고, 그래서 억울한 인생이었다고 불평하는 부모를 보신 적 있습니까?

 

프랑스가 낳은 대문호 빅토르 위고는 이 작품 레미제라블 외에도 ‘노트르담의 꼽추’, ‘세기의 전설’, ‘바다의 노동자’, ‘웃는 남자’ 등 많은 글을 썼다고 합니다.

 

제가 눈이 밝지 못한 탓으로 대부분 읽지 못했고 어린이용으로 편집된 책도 일부 외에는 접하지 못했으나, 작품들의 뜻이 높음은 익히 듣고 있는 바이니 아이들과 함께 꼭 읽어볼 만하다고 감히 권해 봅니다.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13-01-25 09:42:52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최근 많이 본 기사더보기
뉴스제보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