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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저씨의 이야기 보따리 - 제1편-시대의 명작, 빅토르 위고 ‘레미제라블’
  • 기사등록 2013-01-23 22: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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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인터넷뉴스】<社告> 열린책방  ‘책 아저씨의 이야기 보따리’개설합니다.

 

책(冊)은 인류문화가 창조해 낸 가장 위대한 유산으로 흔히 마음의 양식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물과 공기처럼 책이 없으면 단 하루도 살 수 없을 만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이에 오산인터넷뉴스는 닉네임  ‘책 아저씨’가 소개하는 <열린책방>코너를 매월 1회 지면판과 함께 고정란으로 개설합니다.

 

※부득이 본인의 익명요청에 따라 닉네임  ‘책  아저씨’로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소개자   ‘책 아저씨는’ 현재 오산에서 <아사달 헌책방>을 운영하면서 많은 종류의 책들을 기증해 주는 고마운 오산시민들께 보답하는 의미로 책 소개에 선뜻 응해주셨습니다.

 

그럼   ‘책 아저씨’가 소개하는 책 속으로 여행해 보실까요?

 

 

<엄마와 아이의 행복한 책읽기 - 빅토르 위고 '레미제라블'>

 

▲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의 명작

    - 레미제라블(1862년 출간)

 

제 직업은 헌책장사입니다.

 

책을 사고 파는 일을 업으로 삼다보니 손님들의 성향과 많이 읽히는 책, 좋은 책의 기준을 어림하게 됐습니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을 좋은 책 판별 기준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오답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저희 서점은 각 학교에서 발표한 권장도서 목록을 들고 찾아오는 엄마들이 많습니다.

 

겨울방학은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읽히려는 엄마들의 노력이 권장도서 목록이라는 막강한 원군을 맞아 힘을 발휘하는 때입니다.

 

이 가운데   ‘레미제라블’은 초등생부터 중·고생, 대학생, 어른들까지 명작을 꼽을 때면 으레 우선 순위에 꼽히는 책입니다.

 

매년 각 학교의  ‘꼭 읽어야 할 책’ 순위 열 번째를 벗어나지 않는 단골손님이지요.

 

대혁명과 나폴레옹 전쟁 직후 혼란기였던 프랑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랑의 대서사시에 독서지도 선생님들의 시선이 멈추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요.

 

최근 영화로 재개봉 돼 화제가 된  ‘레미제라블’을 오늘의 책이야기 손님으로 맞아볼까 합니다.

 

레미제라블은 완역본 전집에서  ‘장발장’으로 제목을 바꾼 아동용 요약본까지 많은 판형이 출판됐습니다.

 

주인공 장발장이 양녀 코제트에게 보내는 사랑은 세상의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보내는 사랑과 다르지 않을 터이므로, 제게 주어진 과제인  ‘엄마와 어린이가 함께하는 책읽기 이야기’의 첫 번째 순서로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레미제라블은 이야기의 폭이 무척 넓은 소설입니다.

 

때문에 요약이 쉽지 않지만 굳이 무리해서 풀어본다면  ‘가벼운 죄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게 된 장발장이 감옥에서 증오를 키워 나온 뒤 고상한 인품의 성직자 미리엘 주교를 만나 감화를 받고 속죄의 길을 걷다가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힌 여인 팡틴의 딸 코제트를 양녀로 맞아 아낌없는 사랑을 보낸다’ 정도이겠지요.

 

그 과정에서 법의 대변자 자베르 경감에게 핍박을 받기도 하고, 양녀 코제트의 사랑을 차지한 청년 귀족 마리우스를 위험에서 구하기도 하는 등 우여곡절이 있지만, 기둥줄거리는 역시  ‘딸바보 장발장이 양녀 코제트에게 보내는 무조건적인 사랑’이 아닐까요?

 

저는 앞서 언급했듯이 책을 사고 파는 일을 업으로 가진 탓에 책과 관계된 이야기들을 자주 접합니다.

 

그 중에 하나를 여담삼아 소개하고, 레미제라블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하루는 서점안 가득히 동화책 읽는 소리가 울렸습니다.

 

앳된 목소리의 여성이었는데,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를 읽는 양으로 대사부분에 감정까지 넣어가며 재미있게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작은 제비야 고맙다’하고 왕자는 기뻐했습니다.

 

제비는 왕자의 칼자루에서 큰 루비를 쪼아 입에 물고 지붕위로 날아갔습니다.”

 

예고없이 열린 동화구연대회(?)에 홀연 초대받은 서점안의 손님들은 조용히 귀를 기울였습니다.

 

“‘제비야, 제비야, 작은 제비야. 하룻밤만 더 나와 지내지 않겠니?’하고 왕자가 부탁했습니다.”

 

그렇게 잠시 즐거운 시간이 지나고 스스로 놀라는 소리와 함께 문득 읽는 소리가 멈춥니다.

 

쉬움속에 소리의 정체를 찾아보니 어떤 예비엄마가 뱃속 아기에게 들려주는 태교였습니다.

 

“제가 또 동화책 소리 내어 읽었죠?”

 

산달이 가까워 보이는 불룩한 배의 예비엄마가 분위기를 직감한듯 겸연쩍은 목소리로 해명을 합니다.

 

잠시 청중으로 즐거움을 누렸던 손님들은 시치미 뚝 떼고 딴청을 부리는데, 예비엄마 혼자 지레 부끄러워 어쩔줄 몰라 하기에 우스개를 섞어 말을 걸었습니다.

 

“재미있게 듣고 있는데 계속하시지 않고……”

 

그렇게 운을 뗀 뒤 이야기를 나누는데 답변이 여간 재미있지 않았습니다.

 

“첫 임신이라 애기 아빠가 태교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그이는 직장에 가서 제가 대신 읽어주다보니…”

 

순간, 서점안 분위기가 숙연해집니다.

 

첫 아이를 임신한 아내의 뱃속 아기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예비아빠라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이란 말입니까.

 

세상 부모들의 사랑은 이런 것 입니다.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에게 책을 읽어주려는 예비부모, 하물며 온갖 풍상을 겪으며 자식을 키워내는 부모의 마음이라면……. 소설 레미제라블에서 주인공 장발장이 양녀 코제트에게 보내는 사랑이 바로 그런 사랑입니다.

 

주인공 장발장은 거리의 여인 팡틴의 유언을 받들어 범죄자 성향의 여관 주인 테나르디에게서 팡틴의 딸 코제트를 데려옵니다.

 

결혼을 해본 적이 없고 이성과 사랑도 경험한 적 없는 장발장에게 홀연 딸이 생긴겁니다.

 

자신이 돌봐야할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것, 갓난아기를 안아 본 부모라면 그 심정 잘 아시겠지만, 고독한 범죄자 장발장이 세상의 모든 걸 얻은 양 행복해하는  ‘딸바보 장발장’으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입니다.

 

가뜩이나 속죄의 삶을 보내고 있던 장발장에게 코제트는 사랑의 모든 것입니다.

 

먹이고 , 입히고, 가르치고……. 냉엄한 법의 수호자 자베르 경감의 추적을 피해 숨어 사는 어려움 속에서도 장발장은 양녀 코제트에게 모든 것을 주려 합니다.

 

그러나 무릇 부모라면 당연히 알겠지만 자식이란 품안의 자식일 뿐 자라면 제 갈길로 가는 법..

 

예쁜 처녀로 자란 코제트가 잘난 청년 마리우스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된 건 어쩔 수 없는 섭리이겠지요.

 

애써 키운 딸이 듣도 보도 못한 남의집 아들에게 끌려 품을 떠나려 할 때 질투 역시 세상의 아빠들 모두가 겪는 공통된 아픔일 터, 장발장 또한 똑같았을 테지요..

 

딸바보 아빠 장발장의 품에서 탈출하려는 철부지 딸 코제트의 연인 마리우스는 우리의 민주화운동시절의 청년들처럼 애국심에 불타는 병아리 혁명가입니다.

 

때는 루이 필립이 치세하는 프랑스 파리, 군주제를 반대하는 시민군의 봉기가 성했고 그 선봉에 병아리 혁명가 마리우스가 있습니다.

 

총탄이 빗발처럼 쏟아지는 난전속에서 시민군의 바리케이드를 향해 정부군의 포격과 돌격이 펼쳐지고, 병아리 혁명가 마리우스는 화약통을 폭파시켜 함께 죽어버리겠다고 위협해 정부군의 퇴각을 부르기도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주인공들은 으레 그렇듯 덜컥 총탄에 맞아 중상을 입게 됩니다.

 

연인 마리우스를 염려하는 코제트가 슬퍼하는 모습을 훔쳐본 딸바보 장발장은 마리우스의 위태위태한 반항 행각을 시종 지켜보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나서서 목숨을 구해줍니다.

 

못 본 척 버려두면 자연스레 딸의 곁을 영원히 떠날 반갑지 않은 백년손님 마리우스를 구하는 딸바보 장발장이 안타깝기만 한 장면입니다.

 

살아가는 이유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딸의 마음을 빼앗아간 괘씸한 청년을 구한 장발장의 자기희생적인 사랑…… 이 소설이 명작으로 평가받는 이유입니다.

 

딸이 슬퍼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 .

 

장발장이 마리우스를 구하는 이유는 이 같이 단순하지만, 그가 갈등을 이겨내기까지 고뇌는 십자가 위의 예수그리스도가 자신을 못 박은 로마 병정을 불쌍해하는 마음에 덜하지 않을 겁니다.

 

“아버지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자신이 하는 일을 모르나이다.”

 

성경 전체를 통해 가장 감동적인 순간의 대사인데, 장발장의 고뇌와 상통합니다.

 

서양 문명은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박애주의(博愛主義)에 기본을 둔다고 하는데, 이 소설만큼 그 정신이 잘 반영된 작품도 드물 것 입니다.

 

식사한 은그릇을 몽땅 훔쳐 도망친 장발장이 순찰경관에게 붙잡혀 끌려왔을 때

 

“이 은촛대는 왜 남겨두고 가셨소? 내가 모두 가져가라고 하지 않았소?”하고 용서 이상을 베푸는 미리엘 주교,

 

자신으로 오인받은 죄수가 재판을 받고 있음을 알게 됐을 때 스스로 법정에 출두해  “내가 진짜 죄인 장발장입니다”하고 형벌을 자청할 때의 장발장,

 

일생의 숙적 장발장에게 목숨을 구함 받은 뒤 자신의 도덕관념을 허물어 빚을 갚은 자베르 경감이 진실한 정의가 무엇인가 고민하며 목숨을 끊는 모습 등이 박애주의의 일례들인데,

 

‘원수를 사랑하라’고 말씀하신 그리스도 예수의 뜻을 가장 잘 표현한 장면입니다.

 

그러나 역시 가장 위대한 순간은 코제트를 양녀로 맞아 감격스러워하는 장발장의 심정을 표현한 장면입니다.

 

내리사랑을 경험해 보신 세상의 엄마들은 아시겠지만, 자식을 갖는다는 건 그 무엇과도 비교될 수 없는 행복한 일입니다.

 

자식을 위해 뼈 빠지게 일했지만 얻은 게 없다고, 그래서 억울한 인생이었다고 불평하는 부모를 보신 적 있습니까?

 

프랑스가 낳은 대문호 빅토르 위고는 이 작품 레미제라블 외에도  ‘노트르담의 꼽추’ , ‘세기의 전설’ , ‘바다의 노동자’ , ‘웃는 남자’ 등 많은 글을 남겼습니다.

 

제가 눈이 밝지 못한 탓으로 대부분 읽지 못했고 어린이용으로 편집된 책도 일부만 접했으나, 작품들의 뜻이 높음은 익히 들은 바이니 아이들과 함께 꼭 읽어볼 만한 책으로 감히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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