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hong 기자
【오산인터넷뉴스】 이영주 기자 = 7만 개의 새로운 세계가 눈 앞에 펼쳐진다.
그 곳은 이미 가본 세계일 수도 있고 미지의 세계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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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열 대표. 그는 고객 맞춤형 책을 선사할 줄 아는 통찰력을 지녔다. 믿기 힘들다면 한 번 방문해보시길. 금방 의구심이 풀릴 것이다. |
곳곳을 여행하면서 우리는 세상을 보는 눈을 기르고 보았던 세상의 또다른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
독서는 마음의 양식을 쌓는 과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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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만히 귀를 대고 있으면 책의 숨결이 들리는 듯하다. |
또 더없이 좋은 간접 경험의 장이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찬란한 상상력의 날개를 편다.
이렇게 유익한 독서이지만 끝없이 경쟁해야 하는 바쁜 현대인의 일상 속에서 시간 내 서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또 막상 가더라도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 지 쉽게 결정하는 것도 역시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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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세계로 통하는 관문. |
이럴 때 찾아가면 좋은 곳이 있다.
먼 옛날 단군이 정한 도읍지 ‘아사달’의 이름을 가진 곳 ‘아사달 헌 책방’이다.
‘아사달 헌 책방’의 이영열 대표는 해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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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96년 창간된 우리나라 최초의 민영 일간지 독립신문이 보인다. |
“직업이 책방 대표이기에 자연스레 책을 많이 읽게 됐다”는 그의 겸손한 대답에 걸맞게 그에게서는 ‘깊이’가 느껴진다.
7년 전 우연한 계기로 책방을 열게 됐다는 그는 오산 시민들께 매우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거듭 밝혔다.
헌 책방의 특성상 책을 여기저기서 구매해야 하는데 그것을 익명으로 제공하는 시민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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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대한 책의 나라. 마음껏 유영해도 좋다. |
그게 정말 고마워서 인터뷰도 마다 않고 책 소개도 흔쾌히 응했다.
‘아사달 헌 책방’에는 7만여 권의 책이 있다.
“자세히 세어 보진 않았지만 한 7만 권 될 거예요”라고 이영열 대표는 말했다.
‘헌 책방에 읽을 만한 책이 뭐 있겠어?’라고 생각하신다면 당장 그 생각을 바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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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사달 헌 책방'은 7만여 권의 다양한 책을 보유하고 있다. |
‘아사달 헌 책방’은 책방이라기보다는 ‘책의 세계’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릴 만큼 방대한 도서를 보유하고 있다.
세월이 짙게 묻어 있는 조선시대 고서에서부터 예전 대학 교재라고 하는 전문 서적, 국어 대사전, 오산시사, 학생들 참고서, 소설, 자기개발서 등 그야말로 없는 게 없다.
게다가 구미를 당기는 저렴한 가격까지 마음이 넉넉해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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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찾기는 보물 찾기. 책 찾을 일이 걱정이라면 접어두시라. 이영열 대표는 책 찾기의 고수다. |
이영열 대표는 책의 숨결을 달고 사는 사람이다.
그 수많은 책들을 손수 이 곳에 진열하면서 책과 대화하는 사람이다.
그에게 “오산 시민에게 어떤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까?”라고 물으니 단연 ‘어린 왕자’라고 한다.
이어 요즘 극장에서 관객 몰이를 하고 있는 ‘레미제라블’이라고 했다.
“‘어린 왕자’는 순수를 볼 수 있는 눈을 길러주죠. 어른도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장미와 여우와의 대화에서 ‘서로 길들여진다’라는 부분은 가족사회의 유대관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봅니다. 또 길들여진 사람들끼리 정 주고 받을 수밖에 없는 사회라는 것도 잘 보여주고 있죠. ”
이영열 대표는 ‘어린 왕자’를 이렇게 소개했다.
‘레미제라블’은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가 1862년 출간한 소설로 ‘비참한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이영열 대표는 ‘아아, 무정’이라는 제목의 해석판을 읽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어떤 책이 좋은 책이며 읽을 만한 책인가?’라는 질문에는 “책을 가리지 말고 무조건 많이 읽어야 한다”고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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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중간 즈음 위치한 조선시대 고서. 낡은 종이에서 세월이 물씬 풍겨 보는이를 고취시킨다. |
“요즘은 출판 수준이 높아져서 저질서는 아예 출판을 하지 않아요. 그러면 팔리지 않으니까요. 그렇지만 악서를 읽는 것도 공부라고 봅니다. 그래야 양서를 구분하는 눈이 생기니까요.”
그러니까 어머니는 아이에게 반 강제적으로 책을 권하지 말고 아이가 읽고 싶은 책을 읽게 두라고 조언했다.
세상은 다방면을 두루 아는 인재를 원하고 아이들의 호기심이 책 선택을 다양하게 할 테니까 말이다.
그만큼 이영열 대표는 책에 관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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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 대학교재들. 경제학, 법철학, 애국자 등 이 책들을 보며 공부했던 학도들이 눈에 그려지는 풍경이다. |
세월에도 그러했다. 책을 읽고 짧은 시간 안에 지식이 드러나진 않지만 다독을 한 사람에게서는 깊이와 울림이 느껴진다고 이영열 대표는 말한다.
세상은 놀랄 만큼 다면화 됐고 모든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자신의 분야에서 일류가 되면 된다는 것이 이 대표의 생각이다.
‘아사달 헌 책방’은 보유한 도서만큼이나 풍부한 단골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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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가격대들. 이런 저렴한 가격 덕에 고객들은 본 책을 가지고 오고 다른 새로운 책을 가져가는 '순환 소비' 패턴을 보이기도 했다. |
아이의 참고서를 구매하러 오는 학부모에서부터 교수, 머리가 희끗한 어르신들, 헌 책방의 풍경을 즐기러 오는 사람들까지 다양하다.
그 중 기억에 남는 손님이라면 이 대표가 얼마 전 잠깐 병원에 입원했을 때 빠른 쾌유를 빌던 8살 소녀라고 한다.
소녀는 이 대표에게 손편지를 써 겉봉에 달콤한 사탕 3개를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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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살 소녀가 이영열 대표에게 쓴 편지. 빠른 쾌유를 기원하고 있는 마음이 사랑스럽다. |
그리고는 이를 이 대표가 없는 문에 붙여뒀다.
그 외에도 이 대표가 자리를 비운 사이 10여개의 편지가 문에 붙여져 있었다고 한다.
병문안을 가지 못하는 단골들의 따스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을 것이다.
이영열 대표에 의하면 일본에는 100년이 훌쩍 넘은 헌 책방이 있어 마을 사람들에게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또 영국 어느 곳에는 마을 전체가 헌 책방인 곳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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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산 시사가 보인다. 왼편으로 최신대옥편도 있다. '아사달 헌 책방'은 값어치 있는 전문서적이 많다. |
한국에서 헌 책방의 유래는 근대 해방 후 지식인층의 생계수단이라는 설이 있다고 했다.
이른바 좌우 이념 대립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강호(江湖)였던 것이다.
고도의 산업화가 이뤄지면서 이제 헌 책방의 명맥을 잇는 것도 어려울 만큼 헌 책방 산업은 영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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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돈된 책들 사이를 걷는 것은 잘 깎인 잔디길을 걷는 것처럼 평온하다. |
그렇기에 앞서 언급했던 익명의 책 제공자가 반갑고 더욱 고마운 것이다.
이영열 대표는 이런 고마움을 본지 오산인터넷뉴스 지면으로 표현하고 싶다고 했다.
매월 발간되는 지면판에 책 소개를 선뜻 응해준 것이다.
이 대표는 ‘사장님’이라는 호칭보다 ‘선생님’이라는 부름이 부지불식간에 나올 만큼 깊이 있는 사람이다.
7만 개의 세상과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 그에게 책 한 권 소개받는 것은 맑은 샘물 한 방울을 마시는 것과 같은 기쁨일 것이다.
영혼이 평온해지는 곳, ‘아사달 헌 책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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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사달 헌 책방은 오산시 오산동 540-6번지에 위치하며 오전 10시 30분경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문을 연다. 쉬운 위치설명을 덧붙이자면 오산시청에서 남촌동 넘어가는 지하도 왼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