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데스크 칼럼】조윤장 편집국장 = 아주 오래된 기억(?)으로 어렴풋이 가물가물하다.

 

35년, 아니 40년쯤 가까이 됐을까?

 

까까머리 학창시절 필자가 국어시간에 접했던 작가와 작품은 이랬다.

 

우는 아이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오뉴월의 장례행렬, 가난한 노파의 눈물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만월 밤의 개 짖는 소리, 철창 안에 보이는 죄인의 창백한 얼굴, 무성한 나무 위에 떨어지는 백설, 이 모든 것이 또한 우리의 마음을 슬프게 한다.

 

독일의 산문 작가 안톤 슈낙(Anton Schinack·1892∼1973)의 수필집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저자가 대표 수필 「젊은 날의 전설」과「밤의 해후」를 모아 엮은 자전적 에세이 형식의 산문으로 어린 시절, 고향, 자연, 젊음과 사랑, 방랑과 숲의 이야기를 담았다.

 

낭만과 서정을 노래하며 인생을 달관하는 시선으로 채색한 안톤 슈낙의 오롯한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다.

 

‘기쁨’과‘슬픔’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흔히 겪게 되는 감정이다.

 

그래서 기쁨이 많으면 행복하겠지만, 반대로 슬픔이 많다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감내하기 버거운 슬픔이 가득한 사람이라도 나름대로 그럭저럭 삶을 영위해 나간다.

 

뇌(腦)의 ‘망각기능’때문이다.

 

망각(妄覺·forgetting)은 기억에서 아주 사라진 상태를 뜻한다.

 

또 다른 망각(忘却·forgetting)은 전에 경험했거나 학습한 파악이 일시 또는 영속적으로 감퇴·상실되는 현상이다.

 

전·후자는 조금씩 해석을 달리하지만, 아무튼 의미는 별반 차이가 없다.

 

뇌(腦·brain)는 지구상에 생존하는 모든 척추동물과 대부분 무척추동물에서 신경계를 이루는 중추기관이다.

 

척수와 더불어 중추신경계 담당한다.

 

주로 신경세포와 신경섬유로 구성되며 풍부한 혈관조직들과 경막· 지주막·연막 등 3겹의 뇌막으로 둘러싸여 있다.

 

인간의 뇌세포는 대략 140억 개에 달한다.

 

대체로 기억이나 학습기능은 대뇌의 해마가 관여한다.

 

컴퓨터로 치면 CPU(Central Processing Unit-중앙처리장치)에 해당된다.

 

CPU는 컴퓨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명령을 해독하고 산술논리연산이나 데이터 처리를 실행하는 장치다.

 

컴퓨터의 뇌다.

 

우리에게 ‘망각’이란 기능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단 하루도 숨 쉬며 살아가기가 어려울 것이다.

 

기쁘고 즐거운 좋은 기억들은 그렇다 치고, 슬프고 아팠던 기억들이 머릿속에 가득하다면 말이다.

 

우리는 일상의 작은 떨림이나 기쁨을 추억으로 회상하지만, 과거에 경험한 아픔이나 슬픔을 오래도록 지우지 못하며 상처로 간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의 뇌가 발휘하는 망각 기능은 시간과 함께 참으로 놀라운 상호작용을 일으킨다.

 

우주에 존재하는 온갖 사물과 현상, 삼라만상(森羅萬象)조차 시간이 흐르면 변하기 마련이다.

 

1970년대에 유행했던 대중가요(제목-세월이 약이겠지요) 가사를 잠시 소개한다.

 

세월이 약이겠지요, 당신의 슬픔을, 괴롭다 하지 말고, 서럽다 울지를 마오.

 

세월이 흐르면, 사랑의 슬픔도 잊어 버린다, 이 슬픔 모두가 세월이 약이겠지요, 세월이 약이겠지요.(중략)

 

이 노래 2절은 ‘세월이 약이랍니다’로 시작된다.

 

병든 육체는 약을 먹거나 메스로 환부(患部)를 도려내야 치료할 수 있다.

 

그렇지만 머릿속에 생채기로 남겨진 아픈 기억은 그럴 수 없다.

 

세월이 유일한 처방전이다.

 

사랑은 이 모든 것 들을 아우르게 한다.

 

사랑의 힘이다.

 

갈등과 반목은 나와 타인을, 그리고 우리를 슬프게 한다.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13-01-20 16:34:46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현재의견(총 2 개)
  • zz2013-01-22 17:39:30

    해피ㅈ슈스님  뭐가 어떻게 좋은데요....///구체적으로

  • 해피쥬스2013-01-22 15:51:16

    국장님의 칼럼은 항상 좋네요.ㅋ

최근 많이 본 기사더보기
뉴스제보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