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hong 기자
【데스크 칼럼】조윤장 편집국장 = 어떤 일정한 장소에 고인 물은 당연히 탁해지기 마련이다.
이는 물속의 유기물(有機物)을 분해하는 미생물이 증식하면서 산소가 소모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소가 충분하지 못한 고인물은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색과 맛이 변하면서 썩게 되는 것이다.
유기물은 생물을 구성하는 화합물로 탄수화물·단백질·지방·비타민·핵산 등으로 형성된다.
반면 무기물(無機物)은 탄소(C)를 포함하지 않은 양분이다.
가열을 해도 타지 않고 변화도 없는 물·석회·철·소금·구리 등으로 흙이나 돌을 구성하는 광물이다.
그래서 흐르는 물은 산소가 계속 공급되므로 썩지 않고, 고인물은 반대로 썩는 것이다.
경찰청이 내부비리 차단 등을 목적으로 2012년부터 시행에 착수한 이른바 ‘장기근무자 순환인사’제도를 놓고 일선 경관들 사이에서 말이 많다.
김기용 경찰청장은 2012년 경찰 내부의 반부패 및 청렴도 향상을 위해 “장기근무 직원들을 순환시키겠다”는‘경찰 쇄신안’을 발표했다.
쇄신안에 따라 순환인사 대상자는 동일권역 경찰서에서 15년 이상 근무한 경관들로 사실상 경위급 간부들이 주류를 이룬다.
반면 다자녀(3명)를 뒀거나 57세 이상자, 질병자 등 경관들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일선 경찰서 조직은 크게 간부(사법경찰관)와 비간부(사법경찰관리)로 나뉜다.
간부는 총경(서장)·경정(과장)·경감(계장·지구대장)·경위(팀장) 등이다.
비간부는 경사·경장·순경 등이다.
순경→경장→경사로 이어지는 자동승진기간은 통상 5년→6년→7년6월이 소요된다.
이에 동일권역 경찰서 소속 경위급 경관들이 2012년 7월 1차로 전출됐고, 2013년 2월쯤 2차 전보인사를 앞두고 있다.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이미 자리를 옮겼거나 전출이 예정된 경관들은 볼멘소리로 가득하다.
아니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불만의 목소리다.
순환인사에 포함된 경관은 1개 경찰서에서 평균 5명~10명 선에 이른다.
이유는 여기에 있다.
장기근무에 따른 내부비위나 토착비리 차단 등을 목적하는 당초 의도와 부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득(得)보다 실(失)이 더 많다”고 주장한다.
갑작스런 인사로 낯설고 물설은 타 지역에서 최대한 빨리 적응력을 키워야 하기에 치안공백, 내부결속문제 등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순찰 등 외근에 나서는 경관들은 숙지되지 않은 지리를 익히고 어설픈 환경에 적응하느라 한동안 몸과 마음이 고단하다.
비단 이 뿐만 아니다.
무려 15년을 소속 경찰서에 근무하면서 이들에게 집이나 교육 등 생활근거지는 고정돼 있다.
그러나 순환인사는 해당 경관들의 삶을 하루아침에 바꿔 놓았다.
걷거나 자동차로 5분~10분이면 가능하던 출·퇴근 시간이 30분~1시간 정도 늘어나 무엇보다 먼저 경제적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요즘 같은 고유가 시대에 원거리 출·퇴근은 가혹한 처사다.
그렇다고 오랜 세월 삶의 터전으로 살아 온 집을 단박에 정리하고 이사할 수 없는 노릇이다.
정말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혹자는 “장기근무자들은 지역실정을 잘 알고 지리 또한 밝기 때문에 주어진 업무를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다”며“이런 장점은 감안하지 않고 ‘순환인사’명분만 내세우는 방침은 현실과 배치되는 만큼 실효성에 의문스럽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혹자는 “2012년 순환인사에 따라 출·퇴근 자동차 기름값으로 한 달 평균 30만원이 추가로 소요되고 있다”며“주거·교육 등 가족들의 문제가 선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행되는 순환인사는 지금이라도 적극 재고돼야 한다”고 말한다.
지표수(地表水)가 자연의 법칙에 따라 깨끗하게 처리되는 현상을 자정작용(自淨作用- self purification)이라고 한다.
즉 혼탁한 물이 자연의 힘으로 이물질을 스스로 제거하고 맑고 깨끗하게 정화되는 것이다.
자정작용은 크게 3가지 형태로 이뤄진다.
첫째 유해물의 농도를 낮추는 희석(稀釋)·분쇄(粉碎)·침전(沈澱) 등 물리학적 작용이다.
둘째 공기와 접촉을 막아 악취를 제거하고 용존산소(溶存酸素)를 증가시키는 화학적 작용도 있다.
셋째 수생균(水生菌)등 각종 병원균을 억지하는 생물학적 작용이다.
경찰이 천명한 ‘경찰 쇄신안’은 비리와 부패의 고리를 끊어 청렴한 경찰위상을 바로 세우고, 나아가 신뢰받는 국민의 경찰로 거듭나기 위한 조치다.
그렇기에 ‘경찰 쇄신안’에 토를 달거나 왈가왈부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최소한 이들의 가족·교육·경제부담·생활근거지 등이 배려되지 않은 순환인사는 일방통행이다.
제도는 성공할지 몰라도 불이익을 감내해야 하는 당사자들은 절실한 현실 앞에 그저 눈을 감아야 한다.
더 늦기 전에 한번쯤 물(水)의 자정작용을 거울삼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