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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2012년 사자성어 '擧世皆濁' - 모든 사람이 혼탁한 세상에서 깨어 있기 어렵다
  • 기사등록 2012-12-24 15: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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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홍충선 오산인터넷뉴스 발행인 = 교수신문이 2012년 사자성어로 거세개탁(擧世皆濁)을 선정했다.

 

교수신문은 해마다 지난 1년간 사회전반에 걸쳐 반향된 특징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사자성어를 뽑아 발표하고 있다.

 

거세개탁(擧世皆濁)은 ‘들 거, 세상 세, 다 개, 흐릴 탁’으로 ‘온 세상이 모두 탁해 지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바르지 않아 홀로 깨어 있기 어렵다’는 뜻이다.  

  

초(楚)나라 충신 굴원이 지은 ‘어부사’에 실린 고사성어다.

 

초나라는 중국 주(周)왕조시대 전국칠웅(戰國七雄)의 하나로 세력을 떨치던 제후국(諸侯國·?∼BC 223)이다.

 

고사나 고전에서 유래된 사자성어는 짧지만 강한 메시지를 담아 사회 각 분야에서 전달수단으로 활용된다.

 

기업 최고경영자나 기관장들도 임·직원들에게 경영방침을 짧고 함축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사자성어를 자주 인용한다.

 

또 정치인들은 정국구상이나 현안해법을 언론에 실어 내비치기도 한다.

 

거세개탁이 선정된 이유는 “각종 사회병폐를 해결할 지식인들은 권력에 붙어 개인의 이익만 추구했다”고 교수들은 지적했다.

 

바른 목소리를 내야 할 지식인들과 교수들 마저 정치참여를 빌미로 이리저리 몰려 다니며 당파적 언행을 일삼았다.

 

또 이명박 정부의 공공성 붕괴가 심각한 상황이지만 해법은 잘 보이지 않으며 올 한 해 유난히 강력범죄와 사회적 병리현상이 많았다는 것이다.

 

굴원의 ‘어부사’원문을 소개한다.

 

屈原旣放(굴원기방) 游於江潭(유어강담) 行吟澤畔(행음택반)-굴원이 죄인으로 몰려 추방돼 시를 읊조리며 강가를 방황하는데

 

顔色樵悴(안색초췌) 形容枯槁(형용고고)-얼굴빛은 초췌하고 형색은 수척할세라

 

漁父見而問之曰(어부견이문지왈) 子非三閭大夫與(자비삼려대부여) 何故至於斯(하고지어사)-어부가 굴원에게 묻는다. “삼려대부가 아니오? 어찌하여 여기까지 왔는가?”

 

屈原曰(구원왈) 擧世皆濁(거세개탁) 我獨淸(아독청) 衆人皆醉(중인개취) 我獨醒(아독성) 是以見放(시이견방)-굴원이 대답하기를 “온 세상이 모두 흐려 있는데 나 혼자 맑고 깨끗할 뿐 모두가 욕심에 취해있고, 나 혼자 이성이 밝고 청렴하므로 이를 죄로 몰아 이렇게 쫓겨 이 곳에 왔노라.”

 

漁父曰(어부왈) 聖人不凝滯於物(성인불응제어물) 而能與世推移(이능여세추이)-어부가 말하기를 “성인은 사물에 얽매임 없이 꽉 막히지 않고 세상과 더불어 살아가니

 

世人皆濁(세인개탁) 何不淈其泥而揚其波(하불굴기니이양기파)-세상 사람들 모두가 흐려 악에 물들어 있다면 어찌 뻘속에 함께 있으며 풍파를 일으키지 않으며

 

衆人皆醉(중인개취) 何不飽其糟而歠其醨(하불포이조이철기리)-많은 사람들이 사리사욕에 취해 있다면 그 술 찌꺼기라도 먹고 그 박주(薄酒)라도 마시면서 세인과 더불어 살지 않고 혼자 모나게 하고

 

故深思高擧(하고심사고거) 自今放爲(자령방위)-어째서 깊이 생각하고 고상한 행동을 해 스스로 자신을 원지로 추방당하게 하는가.”

 

屈原曰(굴원왈) 吾聞之(오문지)-굴원이 말하기를 “내 듣자하니

新沐者必彈冠(신목자필탄관) 新浴者必振衣(신욕자필진의)-새로 머리를 씻은 이는 반듯이 관을 털어 쓰고 새로 몸을 씻은 이는 반듯이 옷을 털어 입는데

 

安能以身之察察(안능이신지찰찰) 受物之汶汶者乎(수물지문문자호)-어찌해 맑고 깨끗한 몸으로 저 더러움을 받게 할 수 있겠는가?

 

寧赴湘流(영부상류) 葬於江魚之腹中(장어강어지복중) 安能以皓皓之白(안능이호호지백) 而蒙世俗之塵埃乎(이목세속지진애호)-차라리 상수에 몸을 던져 물고기 뱃속에 장사 지내고 말지언정 결백한 몸에 어찌 세속의 더러움을 뒤집어 쓸 수 있겠는가.”

 

漁父莞爾而笑(어부완이이소)-어부는 빙그레 웃으면서 호의를 표시하고,

 

鼓枻而去乃歌曰(고설이거내가왈) 滄浪之水淸兮(창랑지수청혜) 可以濯吾纓(가이탁오영)-뱃전을 두드리며 떠나면서 노래하기를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고

 

滄浪之水濁兮(창락지수탁혜) 可以濯吾足(가이탁오족) 遂去不復與言(수거불복여언)-창랑의 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씻을 것이다’라고 하면서 마침내 떠나 버리곤 다시 말이 없구나!

 

우리 사회의 혼탁함을 꾸짖고 자성을 촉구한 2012년 사자성어 거세개탁(擧世皆濁)을 되새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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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견(총 2 개)
  • 이화성2012-12-26 10:06:35

    굴원은 너무나 강직한 성품때문에 간신들을 원망하면서 끝내 자살을 합니다.더러운 것을 포용하는 아량이 없었기 때문입니다.완벽하지 못한 사람의 허물과 잘못을 포용하면서 정직을 지키는 和而不同의 정신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 보통시민2012-12-25 06:27:57

    이제 온 국민은 '행동,말 생각을바르게'할 때이다.바르게 살면서 홀로 깨어있기가 쉽도록 해야 할 것이다. 희망이 가득한 계사년이 되도록 함께 뭉쳐 나아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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