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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인터넷뉴스】이영주 기자 = 부끄럽지 않은 시의 출산을 위해 밤새 고뇌하고 가슴으로 눈물을 흘리며 각막 안 수정체 손상까지 입은 시인이 있다.    

 

그의 화두는  ‘사랑’이다.     

 

▲ 김선우 오산시인협회 회장.

 

‘살다와 사랑하다의 어원은 같다’라며 생에서 사랑이 없다면 얼마나 척박하고 황폐하겠냐고 묻는 그다. 김선우 오산시인협회 회장이다.

 

김 회장의 지인들은 그를  ‘고희의 소년’이라 지칭한다. 세상일에 귀가 순해진다는 이순(耳順) 즈음 시짓기에 뛰어 들어 그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냈다. 그는 거짓을 모르는 사람이다.

 

그는 속임수를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는 진실, 사랑, 시심, 그의 사람들을 아끼고 귀히 여기는 사람이다. 이런 그의 모습이 그가 낸 6권의 시집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김선우 시인은 얼마 전 6집  ‘그리운 강’을 출간했다. 수록 작품 중  ‘지리봉 가는 길’은 월간 문예사조에서 자진해 전시할 정도로 인정 받은 작품이다.

 

문예사조는  ‘지리봉 가는 길’을 지난 10월26일부터 11월26일까지 서울역에 전시했다. 문예사조 측에서 작품 2개를 보내달라는 요청을 했고 김 시인은 보냈다.

 

 

▲ 김선우 시인의 '지리봉 가는 길'은

   월간 문예사조에서 10월부터 11월에

   걸쳐 서울역에 전시했다.

 

그후 그쪽 편집장이 비용까지 부담하며 전시를 하게 된 것이다.

 

 

 

 

길가로 늘어진 나무 한 가지

 

지팡이로 사정없이 후려쳐

 

처참하게 잘려나갔다

 

그렇게 부러진 나뭇가지는

 

영원히 이어지지 못 한다

 

지팡이로 후려치지 않았다면

 

시원한 바람에 덩실덩실 춤도 추고

 

비 오는 날이면 목욕도 하고

 

아침 이슬과 입맞춤도 했겠지

 

그 나뭇가지

 

모진 바람에 꺾이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나로 인해 무참히 잘려 나갔다는

 

생각을 하니 미안하다, 미안하다

 

내가 후려친 나뭇가지는

 

땅에 떨어져

 

오고 가는 등산객들에게 짓밟힌다

 

그 나뭇가지는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

 

조금 불편해도

 

부러뜨리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못 생긴 나뭇가지가 나무를 지킨다는 사실은

 

진즉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 ‘지리봉 가는 길’ 전문.

 

 

김 시인은 12월6일 문예사조 우수문학상 수상을 확정한 상태다. 지난해 오산 시민대상에 이어 4집 ‘밤하는 별처럼’으로 경기도 문학상을 수상했다.

 

경기도 문학상은 경기도 문인협회에서 수여하는 상이다. 여기서 그의 시집은  ‘사람의 마음을 치유해준다’는 평을 받았다.

 

▲ 꽃집 한켠 마련된 그의 공간. 그는 시에서 이 곳을 '나만의 궁전'이라 지칭하고 '어디에서 이만한 즐거움을 찾을까'라고 했다.

 

김 시인의 시 세계는 시낭송으로도 이어졌다. 그는  ‘여여하니 여여하다’의 저자 김하리 시인과  ‘오늘도 사랑이라 믿어’ 시낭송 CD도 제작했다.

 

나직하고 부드러운 그의 음성이 들려주는 시는 삶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꾸밈없고 솔직한 언어이다.

 

6집  ‘그리운 강’ 작품해설에서 송수권 순천대문예창작과 교수는  “그의 시편들은 언어파괴, 형식파괴, 내용파괴 등으로 폭력적 또는 광기의 언어를 수반하지 않고 있다. 이는 퓨전 식탁에 차려내는 잡식성의 언어가 아니라 파탄이 오지 않은 순수한 감정의 발로라는 점에서 힐링이라는 말을 떠올릴 수 있게 한다”고 평했다.

 

김하리 시인은 김선우 회장과의 첫 만남을 회상하며 이렇게 글을 남겼다.

 

“처음 만난 김선우 님은 내가 생각했던 모습과 비슷하셨다. 이순이 넘으신 연세이신 데도 건강해보이시는 다부진 모습과 천진하시면서도 순수한 외모, 다소 투박하면서도 애교스런 경기도 말씨와 짧은 스포츠머리와 잘 어울리는 분이셨다. 개구쟁이 초등학생 같은 모습도 살짝 보이시는 소년 같으신 웃음으로 만난 김선우 님은 첫 인상으로나 하시는 일을 보나 여러모로 정열적으로 최선을 다 해 사시는 분이셨다.”

 

이처럼 김선우 회장의 순수함과 거짓없음은 보는 사람마다 같게 평가되는 듯하다.

 

▲ 김선우 시인은 "식물도 사람과 같아서 사랑을 주지 않으면 꽃을 피우지 않는다"고 한다.

 

김하리 시인은   “깨끗한 화선지에 먹물 뿌리듯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마음을 김선우 시인에게서 읽었다”고 했다.

 

김선우 시인은 공군 제대, 다시 육군 장교로 임관해 직업 군인으로 제대 후 예비군 중대장으로 정년 퇴직했다.

 

그후 부인이 운영하는 꽃집을 잠시 도와 주다 2007년 4월 오산 새마을지회장으로 부임했다. 이때가 그의 시 운명이 시작된 때이다. 그가 적어뒀던 글들을 모아 책을 냈다.

 

그러다 2008년 문예사조 8월호와 계간 한국작가에서 등단했다. 또 오산화성 재향군인회 회장, 한국작가동인회 경기남부 회장 등을 역임했다.

 

등단 후 펴낸 4집  ‘밤하늘 별처럼’에서는 열병을 앓고 난 소녀의 강인함처럼 서정적 시어 속에 감춰진 시인의 전문성이 꽃을 피운다.

 

그 꽃은 아름답지만 날카롭고 예리하며 서슬퍼렇다. 정갈하게 정제된 그의 언어는 그 옛날 어머니의 품 속으로 가고, 늘 곁을 지키는 아내에게로 가고, 그가 싸웠던 과천청사(오산 재개발 반대 시위)로도 간다.

 

마침내 6집  ‘그리운 강’에서 그는 줄타기에 능한 재인(才人)처럼 심오하고도 깊고 강렬한 시심을 신명나게 다룬다.

 

▲ 그가 펴낸 책들.

 

독자는 그의 시에서 타오르는 열망과 깊은 슬픔을 만나게 되지만 그것은 한여름 뙤약볕으로 다가오는 게 아닌 봄의 햇살처럼 은근하고 뭉근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는 오산에서 태어나 오산을 떠난 적 없는 오산 사나이다.  ‘운암뜰, 밀머리, 황새포’ 등 정겨운 옛 고향 모습을 그는 작품에서 풀어냈다.

 

그는 눈물 머금고 이 같은 기억들을 게워내며 힘겨운 반추를 가볍고도 그립도록 풀어내고 있었다.

 

고희를 바라보는 그의 생애를 작품 속에 올곧게 비춰 보였다. 그의 작품은 삭풍을 기다리는 고목이 아니다.

 

▲ 그는 손끝마다 생명력을 심어내는 힘을 가진 듯 보인다.

 

봄을 기다리는 탱탱한 나뭇가지 안에 움츠리고 있는 생생하고 순결한 새눈이다.

 

 

▲ 김선우 시인 여섯 번째 시집. 그는 이 시집에서 강렬하고도 깊은

   시심을 신명나게 다뤄냈다.

 

그는 그 안에서 조금은 투박하나 진실한 모습으로 그루마다 여리고 아린 열락(悅樂)의 새 생명을 피워낸다.

 

 

 

그 강변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새벽에는

 

은빛으로 깨어나고

 

한낮엔

 

햇살을 감고 굽이치다

 

여울에 떠밀리는

 

세월처럼

 

그 강변에서 멀어진 나는

 

어떻게 그대를

 

그리워해야 하나

 

뭉클뭉클

 

슬픔의 꽃이 환하게 피어난다

 

 

 

     - ‘그리운 강·1’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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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2-11-26 11:5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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