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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괴나리봇짐 추억 삼남길을 가다 - 수원~화성~오산 35km 구간 새롭게 열리다
  • 기사등록 2012-10-29 19:4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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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인터넷뉴스】조윤장 기자 = 짚신 몇 켤레 덩그러니 매달린 괴나리봇짐 짊어지고 투벅투벅 삼남길(三南路)을 걷던 우리네 민초들은 지금 볼 수 없지만, 그저 생각만 해도 풋풋했던 그네들의 삶이 가슴 절절하게 그리운 까닭은 왜일까?

 

▲ 서울 숭례문에서 전라도 땅끝마을로 이어지는 '삼남길' 지리도.

 

조선의 성군 정조(正祖)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모시고 사도세자 융릉(隆隆)을 찾아가던 효심(孝心)의 원행길, 삼남길이 새롭게 열렸다.

 

삼남길은 서울 숭례문(崇禮門)에서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해남), 경상도(통영)로 이어지는 도보길이다.

 

숭례문은 조선시대에 건립된 한양 도성의 남쪽 정문으로 사대문의 하나며 국보 제1호(공식명칭 서울 숭례문)다.

 

사대문은 숭례문과 함께 흥인지문(동대문-보물 제1호), 돈의문(서대문), 숙정문(북대문)이 있다.

 

삼남길은 조선시대 10대 대로(大路)가운데 가장 길었다.

 

▲ 염태영 수원시장·채인석 화성시장·곽상욱 오산시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10월13일 수원시 서호공원 광장에서 삼남길(三南路) 수원~화성~오산 35km 구간 개통식과 함께 걷기 행사를 열었다.

 

개통식은 이날 길을 연 삼남길 최남단으로 오산시맑음터공원에서 하루 전 날 출발한 종주단 100명이 서호공원에 도착하면서 시작됐다.

 

식전행사로 지신밟기, 비나리 공연에 이어 열린 개통식에서 김문수 도지사, 염태영 수원시장, 채인석 화성시장, 곽상욱 오산시장, 엄기영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 등 대표 7명이 도포(선비복)로 갈아 입은 뒤 삼남길 위에 황토를 뿌리며 무사안녕을 기원했다.

 

도민 1천여 명과 종주단 등 참가자들은 개통식을 끝내고 옛 선조들의 발자취를 느끼며 행사장에서 6km 떨어진 수원시 장안구 이목동 해우재까지 동행하며 가을 풍경을 만끽했다.

 

행사에 참여한 도민들은 “우리 도시에 이런 의미깊은 길이 있었는지 몰랐다”며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경기도 삼남길 전체 구간을 꼭 걸어보고 싶다”고 은근히 기대감을 표시했다.

 

▲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참석자들과 함께 삼남길에 황토를 뿌리며 걷고 있다.

 

경기도·수원시·화성시·오산시·경기문화재단이 공동으로 연구·고증하고 (사)아름다운도보여행, 코오롱스포츠가 손잡고 삼남길을 도보길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경기도는 개통된 수원, 화성, 오산 구간에 잔여구간(과천~안양~의왕, 오산~평택)을 내년까지 추가로 개발할 계획이다.

 

또한 삼남길 외에 의주길, 영남길, 경흥길, 강화길, 평해길 등 옛 도보길 개발도 추진할 예정이다.

 

삼남길은 타 광역자치단체도 개발에 나서 향후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최장의 전국 단위 도보로 거듭날 전망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유서 깊고 많은 이야기가 얽힌 삼남길 재탄생은 외지 관광객들은 물론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까지 함께 고려한 프로젝트”라며 “경기도가 조선시대에 구축된 삼남길을 포함, 6대 대로의 중심에 있었던 만큼 도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뒷받침 된다면 경기도 삼남길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도보길로 랜드마크 될 것이다”고 밝혔다.

 

그 옛날 전국 각지에서 보부상들과 과거시험을 위해 한양으로 발걸음 하던 선비들이 바쁘게 오갔을 삼남길.

 

서울에서 출발하면 서울 남태령을 넘어 수원, 화성, 오산을 지나 평택으로 닿는다.

 

평택 소사에서 처음으로 길이 갈라지는데 서쪽으로 뻗은 길은 지금의 보령 땅 충청도 수영으로 향한다.

 

이어 남쪽으로 계속 뻗은 길은 충청도를 지나 삼례에서 두번째로 갈라진다.

 

여기에서 동쪽으로 갈라진 길은 지금의 경남 통영으로 이어지는데 남쪽으로 길을 가다보면 마지막에 전라도 해남 땅끝마을이다.

 

▲ 도민들이 경기지역 삼남길 제1구간 수원 '서호천길'을 건너고 있다.

 

▲제1구간 ‘서호천길’

 

서호천길은 수원시 지지대고개에서 출발, 서호공원 입구까지 이어진다.

 

지지대고개는 정조가 화성(華成)에 능행차를 왔다가 환궁하는 걸음이 못내 아쉬워 자꾸 행차를 늦췄다는 이야기에서 이름이 유래한 곳으로 애틋한 효심을 느낄 수 있다.

 

해우재는 2007년 개장한 화장실문화전시관으로, 추억을 되새기며 화장실 문화를 살펴볼 수 있다.

 

이 곳을 지나 서호천변에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여기산(麗妓山)에서 대규모 백로 서식지를 만날 수 있다.

 

○지지대비(경기유형문화재 제24호)-지지대고개라고 불리는 곳이며 의왕에서 수원으로 넘어 오는 길목이다.

 

지지현(遲遲峴)이라고 표기하는 곳 이지만 본래는 ‘사근현(沙斤峴)’, ‘미륵현(彌勒峴)’ 등으로 불리었다.

 

▲제2구간 ‘중복들길’

 

서호공원을 출발해 수원시와 화성시 경계 배양교까지 이른다.

 

정조가 수원을 신도시로 개발하면서 농업을 장려하기 위해 조성한 인공저수지다.

 

남쪽 항미정에서 보이는 해질녘 풍경은 가히 절경이다.

 

여기를 지나 길을 따라가면 지금은 폐쇄된 옛 수인선 철로가 보이고 수원비행장 서쪽으로 펼쳐진 중복들을 따라 가면 배양교에서 화성시와 만난다.

 

○서호공원(경기도기념물 제200호)

 

수원을 신도시로 계획한 정조가 고민한 문제는 이 지역 생업기반을 어떻게 조성할 것 인가 였다.

 

성을 축조하고 백성들을 이주시키기는 했지만 막상 어떻게 농사를 지어 먹고 살지가 마땅치 않았다.

 

고심 끝에 정조는 수원 인근에 대규모 인공저수지를 만든 것이다.

 

▲제3구간 ‘화성효행길’

 

배양교부터 화성시로 접어 든다.

 

황구지천변 들판을 지나면 용주사에 도착한다.

 

용주사는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 능을 조성하면서 세운 절이다.

 

그리고 남쪽으로 보이는 오산 독산성을 바라보면서 길을 재촉하면 세마교가 보인다.

 

코스는 짧지만 용주사에서 버스를 타고 갈 거리다.

 

○용주사(용주사 동종 국보 제120호)

 

정조가 사도세자 융릉(隆陵, 당시 이름은 현륭원<顯隆園>)을 조성하면서 함께 세운 절이다.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조지훈 시인의 ‘승무’가 태어 난 배경이 됐던 곳이다.

 

▲제4구간 ‘독산성길’

 

세마교를 지나 오르막으로 향하면 독산성(禿山城)과 세마대지(洗馬臺址)가 반긴다.

 

임진왜란 당시 독산성에 주둔했던 권율 장군이 말 잔등에 쌀을 부었다.

 

이유는 성안에 물이 많은 것 처럼 위장해 왜군을 물리쳤다는 일화가 구전될 정도로 군사적 요새다.

 

느릿한 걸음으로 독산성 성곽길을 따라 걸으면 주변 경관이 한 눈에 들어 온다.

 

○독산성 세마대지(사적 제140호)

 

독산성 서울과 삼남지방을 잇는 삼남길에서 가장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였다.

 

▲제5구간 ‘오나리길’

 

오산 도심 복판에 조성된 조용한 산길을 따라 걸으면 약수터를 지나 궐리사(闕里祠)에 도착한다.

 

공자(孔子)를 모신 사당으로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관립 사당이다.

 

오산 시민들이 즐겨 찾는 산책로, 오산천길을 따라 가면 평택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놓인 맑음터공원이 위용을 드러낸다.

 

▲궐리사(경기도기념물 제147호)

 

조선 중종 때 문신(文臣)이자 공자의 64대손 공서린(孔瑞麟,1483~1541)이 낙향, 서재를 세우고 후학들에게 강의를 했던 곳이다.

 

유교진흥에 관심이 많았던 정조가 우연히 이야기를 듣고 이 곳에 공자를 모시는 사당을 세우게 했다.

 

깊어가는 가을, 괴나리봇짐을 추억하며 삼남길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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