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hong 기자
【오산인터넷뉴스】이영주 기자 = 기말고사가 한창이던 화성시의 어느 중학교.
방과후 학교 근처 후미진 곳에서 이 학교 학생 A군이 같은 학교 B군에게 매를 맞고 있었다.
이어 8명이 A군을 에워 쌌다.
A군은 B군에게 얼굴 부위와 다리 등 수십여 차례를 맞았고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지나가다 목격한 학부모에게 A군은 병원으로 옮겨졌다.
A군은 병원 3곳 응급실을 전전했고, 앞니 보정수술까지 받았다.
지난해 12월 학교폭력을 취재하면서 겪은 일이다.
당시 A군은 보복성 폭력을 당한 것으로 보였다.
몇 개월 전 A군에게 폭력을 가했던 C군이 B군을 종용, 폭행이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해당 중학교는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열고 가해학생들에게 권고전학과 교내봉사 등을 결정했다.
이 가운데 가해학생 학부모 몇명은 “처벌이 너무 강하다”며 재심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 이후로도 학교폭력은 줄지 않고 일었다.
폭력 및 왕따로 목숨을 끊는 학생들이 속출했다.
급기야 정부는 지난 2월6일 학교폭력근절종합대책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 대책의 핵심은 학교폭력 생활기록부 기재다.
교육과학기술부 학교선진학과 관계자에 따르면 학교폭력 기재 여부가 변화된 것은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2012.5.1 일부개정) 제17조1항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에서 해당 사항을 학생의 생활기록부에 기록하는 것이다.
즉 위 법령 9개 항목에 해당될 경우 학생의 생활기록부에 조치사항을 기록한다.
9가지 사항은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피해학생 신고·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 △학교에서의 봉사 △사회봉사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특별교육이수 또는 심리치료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퇴학처분이다.
이를 초·중학생은 졸업 후 5년, 고등학생은 10년간 보존하도록 했다.
다만 초·중등 교육법(2012.3.21 일부개정) 제18조 1항 중 '의무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은 퇴학시킬 수 없다'에 의거 초·중학생은 퇴학시킬 수 없으므로 권고전학이 최고 처벌이 될 것이다.
뒤이은 2월14일 경기도교육청은 교육과학기술부에 ‘재고요청’, 지난달 3일은 “국회차원 논의”를 요청하는 서한을 국회의장에게 보내기도 했다.
또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등 일부 시·도 교육감은 지난달 4일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철회’를 요구했다.
교과부는 학교폭력 기재와 관련, 강원·전북·경기도 교육청에 특정감사를 실시한 뒤 김상곤 교육감과 김승환 전라북도교육감을 각각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또 경기도교육청 소속 공무원 75명은 징계요구 내지 고발하기로 했다.
김상곤 교육감은 10월22일 도교육청에서 기자 브리핑을 열고 “중앙권력의 폭력에 맞설 것”이라며 “교과부는 권력과 횡포를 즉시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맞서 교육자치 지키겠다”며 “법령이 허용하는 기준에서 학폭을 기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훈령만으로 기재를 명하는 것은 ‘폭력이고 횡포’라는 것이다.
학교폭력 기재가 인권침해인가?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8월 ‘그렇다’에 손을 들었다.
인권위는 “학교폭력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하는 것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며 이를 수정할 것을 교과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졸업 후 기록 보존 기간은 ‘입시와 취업에 영향을 미치고 사회적으로 낙인이 될 수 있어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 수시입학이 치러졌고 이 와중에 입학사정관제를 시행한 대학도 늘어 학교폭력 기재 결과물이 필요한 고등학교도 늘었다.
한국대학교육협회는 지난달 17일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전국 125개 대학에 학교폭력 미기재 고교 전국 20개교의 명단을 전달했다.
경기도내에서 입학사정관 전형을 운영하는 곳은 가천대, 강남대, 경기대, 단국대, 대진대, 아주대, 안양대, 평택대, 한국항공대 등으로 알려졌다.
교과부 학교선진학과는 도내 8개 고등학교를 제외하고는 학교폭력을 기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도내 333개 고등학교에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린 310개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오산·화성지역 초·중학교는 아직 미온적 반응이다.
화성오산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초·중생의 학교생활 기록부는 2013년 2월 마무리다.
학년이 시작되고 마치는 시기가 학교는 2월말, 3월초다.
따라서 관내 초·중학교는 “도교육청 지침에 의거 웬만해서는 기재하지 않는다”고 교육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담당 장학사 조차도 “갈피를 못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층층 시하에서(교과부, 도교육청) 교육청이 선뜻 결정할 수 있는 것을 찾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기재를 원하는 학생들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부 학생들은 학교폭력 기재가 폭력상황 방지에 효과적일 거라고 말한다.
한 중학교 교사는 “학교폭력 기재가 사실상 학생들 관리에 용이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털어 놓기도 했다.
인터넷카페 온라인 토론에서 한 누리꾼은 “학교폭력 기재로 가해학생이 받는 불이익 보다 학교폭력으로 고통받고 괴로워하는 피해학생의 인권보호가 더 중요하다”며 “우리사회는 학교폭력 가해자에게 온정적”이라고 밝혔다.
순간의 잘못된 행동이 한 사람의 일생을 흔들 수 있다.
가해학생의 기록이 남는다면 그는 사회(혹은 대학) 진출 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그건 그 학생의 (옳지 않고 미숙하더라도)선택이었다.
학우들에게 둘러싸여 피가 터지도록 두들겨 맞은 피해학생.
피해학생 기억 속 고통의 무게를 저울질 했을 때 추는 어느 쪽으로 기울까?
오원춘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처벌이 약하다. 이런 인간은 바다에 버려야 한다. 학창시절에 보면, 사고치는 학생들 보면 겁이 없다. 전학 정도도 우습게 안다. 정말 뉘우치는 자라면, 기록되어 평생 따라 다녀도 괜찮다고 생각해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