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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칼럼] 그대, 바라볼 용기가 없어 - 언론학박사·(사)한국미디어연구소 선임연구원
  • 기사등록 2012-07-25 16:4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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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칼럼】요즘은 ‘꿈’처럼 슬픈 단어가 없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이는 듣는 것 만으로 가슴을 설레게 하는 말이었다.

 

소년 시절 그 것은 희망의 또 다른 언어로 나를 키우는 생명력이었다.

 

그렇게 좋아했던 말, 그 ‘꿈’을 이뤄 주겠다는 대선 후보들의 슬로건에서 잠시 희비가 교차했다.

 

오는 18대 대통령 선거는 ‘슬로건 전쟁’이라 불릴 만큼 예사롭지 않은 언어들을 쏟아내고 있다.

 

정치 슬로건은 역사의 변천과 한 몸이 된 듯 당시 시대상을 잘 담아내고 있다.

 

새마을운동, 군정종식, 민주화, 경제살리기 등 엄격한 단어들을 사용한 예가 적지 않았다.

 

최근 출마를 선언한 대선 후보들의 슬로건은 감성적인 느낌을 준다.

 

때에 따라서 감미롭게 까지 들리기도 한다.

 

먼저 문재인(민주통합당)후보의‘사람이 먼저다’는‘사람이 미래다’라는 기업 슬로건을 떠올리게 한다.

 

손학규(민주통합당)후보의 슬로건은 ‘저녁이 있는 삶’으로 야근을 해결하겠다는 의미다.

 

김두관(민주통합당)후보의‘내게 힘이 되는 나라 평등국가’는 다소 행정적이라는 평이 있다.

 

필자에게 꽂힌 건 박근혜(새누리당)후보의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다.

 

여기서 공약은 국민들과 언약임에도 불구하고 허황된 약속으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논하고자 한다.

 

대한민국이 꿈을 이룰 수 없는 이유는 공식적인 제한 연령과 더불어 더 강한 +α(알파) 요인인 암묵적으로 제한된 연령이다.

 

이미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삶의 도전과 열정, 꿈에 대한 사랑은 괴로움의 시작이다.

 

학창시절에 읽었던 책 한 구절을 소개한다.

 

“원하는 직업에 대한 꿈을 연령 제한이라는 원시적 규정에 걸쳐 시험 한 번 치르지 못하고 김포공항에 침을 뱉으며 고국을 버리게 만든 이유”라고 했다.

 

80년대 중반 일이지만 아직도 한국에서 ‘꿈’이라는 기회는 연령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꿈을 이루는 조건이 어디 연령뿐이겠는가?

 

이는 피상적인 조건일 뿐이다.

 

하루 살거리가 시급한 사람들에게 꿈은 무엇인지 과연 그들은 알까?

 

꿈이라는 말조차 입 밖으로 뱉어 낼 용기가 없는 국민들의 심정을 진정 알고 있는가!

 

귀를 나발통처럼 열어 놓고 처절한 그들의 꿈을 좀 들어 봤으면 좋겠다.

 

그래도 일말의 기대를 건다.

 

이루어 준다지 않는가?

 

설령 꿈을 이루지 못한다고 치자.

 

적어도 꿈이 이뤄질 것 같은 희망이라도 심어 주는 나라를 만들었으면 한다.

 

기대하는 일이 물거품으로 돌아가 국민들이 공허해 지지 않기를 바랄 뿐 이다.

 

서머셋 모옴의 ‘달과 6펜스’에서 꿈은 이랬다.

 

‘머잖아 틀림없이 백합꽃이 필거라 생각하고 열심히 아스팔트 포장도로에 물을 줄 수 있는 것’이라고.

 

몽상가가 아니라면 멀리 있는 달을 쫒지 말고 내 발 밑에 있는 6펜스를 보라는 일침이 담긴 문장이다.

 

적어도 국민들은 달보다 손에 쥐어야 할 6펜스 짜리 일거리가 더 절실하다.

 

한국에서 일자리를 찾는 심정은 마치 썩은 다리를 딛고 서 있는 것과 같아서 꿈을 갖는 것 조차 두렵다.

 

꿈, 그대를 바라 볼 용기라도 있었으면!

 

◆이미숙-오산인터넷뉴스 객원논설위원/언론학박사/(사)한국미디어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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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2-07-25 16:4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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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견(총 2 개)
  • 수원시민2012-07-26 23:40:19

    잘읽었습니다.

  • 오산시민2012-07-25 17:57:06

    '내꿈이 이루어 지는 나라'라고 말한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말이 필자와 같이 마음에 와 닿는다. 시민은 꿈=희망을 가져 국가 발전에 힘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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