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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적 경쟁의 사디즘은 사라져야 한다 - 개미지옥에 빠진 20대를 위한 책, ‘88만원세대’
  • 기사등록 2012-05-28 13: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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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인터넷뉴스】이영주 기자 = 16살에 불과한 당신의 자녀가 별안간 동거를 선언하면 어떨까?

 

동원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으로 당신은 분명 자녀의  ‘도발(?)’을 막을 것이다.

 

 

▲ 20대에게 불합리한 경제구조를 꼬집는 책.

    '88만원 세대'.

 

잠시 책 소개를 하자.

 

'88만원 세대'.

 

이 책은 우석훈·박권일이 지었다.

 

우석훈의 말에 따르면  '('말'지 기자였던) 박권일은 철학 전공자로서 경제학에 부족한 철학적 통찰력과 문학적인 상상력을 연결시키는 역할'을 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책의 저자는 같은 경우 유럽과 다른 선진국의 예를 들며  ‘자녀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토론을 거쳐 축복으로 결론난다’고 설명한다.

 

이는 사회·문화적 차이를 넘어 그 나라들과 우리나라의  ‘다른 경제구조’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이어  ‘로미오와 줄리엣’, ‘춘향전’, ‘옛 국모(國母) 데뷔 나이’ 등을 들며 ‘늦춰진 10대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이렇게 10대들의  ‘사랑’이 늦춰진 이유는 그들이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그리고 그들이 그렇게 된 것은  ‘그들에게 가해진 윤리나 규범의 억압’ 때문이고 그 억압은 다시  ‘경제구조’와 맞물린다.

 

즉  ‘10대들에게 갔어야 할 돈이 그 누군가에 의해 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현상은 비단 10대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경제활동에 나선 20대에게 가장 많이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이 책의 제목  ‘88만원 세대’에서 88만원은 비정규직 평균 임금 119만원에 20대 급여의 평균 비율 74%를 곱한 금액이다.

 

작자는 이  ‘88만원 세대’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승자 독식 게임을 받아들인 세대라고 소개한다.

 

지금의 20대 중 상위 5% 정도만이  ‘한전’과  ‘삼성전자’, ‘5급 사무관’ 같은 ‘단단한 직장’을 가질 수 있고 나머지는 비정규직의 삶을 살 거라고 분석한다.

 

▲ 작자는 책에서 여성, 고졸이하 학력자, 지방대학 출신, 전문대 출신 등 '패배한 다수'에 대한 우려도 놓지 않는다.

 

작자는  “지금의 20대는 현실적인 배틀 로열 게임(Battle Royale Game. 학생들끼리 서로 죽여야 산다는 내용을 담은 일본 영화. 2002년작. 후카사쿠 킨지 감독)에 들어 섰고 10대는 대학교 입시를 둘러싼 배틀 로열 게임에 들어서 있다”고 우려한다.

 

이어  “이 소모적 게임, 그저 살아남기 위한 획일성의 경쟁속으로 사람들을 몰아 넣는 이 야릇한 사디즘적인 게임은 즉각 중지되거나 최소한 완화돼야 할 것”이라고 당부한다.

 

사디즘(sadism)은 타인에게 물리적이거나 정신적 고통을 주어 성적 만족을 느끼는 병적 심리상태를 일컫는 정신의학 용어다.

 

그러나 이 책에서의 사디즘은  '(20대가) 경쟁 속에서 상대를 넘어뜨림으로써 얻게 되는 승리감이나 쾌감'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작자는  “극렬한 경쟁속에서 20대가 부딪히는 근본적인 문제는 동기들 끼리의 경쟁이 아닌  ‘세대 간 경쟁’”이라며  “새파란 20대가 관록으로 뭉친 40대와 50대를 무슨 수로 이길 수 있는가? 그것도 비정규직이 대부분인 뻔한 상황에서”라고 덧붙인다.

 

즉 20대는  ‘경쟁의 범위와 규칙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 무한대의 경쟁 속에 편입돼 있다’는 것이다.

 

‘죄수의 딜레마’라는 것이 있다.

 

이 것은 작자가 책에서 소개한  ‘승자 독식 게임’과 상통한다.

 

죄수의 딜레마란 공범관계의 두 죄수가 눈앞의 이득에 상대를 밀고하는 것을 이른다.

 

공범 관계에 있는 두 죄수를 떼어 놓고 공범의 죄를 밀고하면 형을 감해준다고 할 때 죄수들은 대부분 공모 사실을 털어 놓는다.

 

심지어 없는 죄도 공범에게 뒤집어 씌워 두 죄수는 모두 감옥에 간다는 것이다.

 

작자는 이 룰을 20대간의 경쟁에 대입시킨다.

 

그는  “다른 세대와의 경쟁에서 20대는 서로를 소외시킬 확률이 높은데, 여러 가지 사회적 경험을 공유하면서 뭉치도록 배우고 또 그렇게 살아온 앞의 세대와는 살아온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어  “오늘날 대부분의 조직 인사권을 가진 세대는 유신세대(지금 20대의 부모세대)이지만, 곧 그 권한은 386세대(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 대학에 다니면서 학생운동과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세대)로 넘어갈 것이다. 이 상황에서 별도의 그룹을 만들지 않을 확률이 높은 20대의 아주 일부가 윗세대에게  ‘포섭’돼 대다수의 20대를 소외시키는 일들이 끝없이 반복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는 또 비정규직 여성의 임금 차이를 걱정한다.

 

그는  “남성 정규직 임금을 ‘100’이라 했을 때, 남성 비정규직 임금은 ‘56.3’이고 여성 비정규직 임금은 고작 ‘36.9’였다. 비정규직 대 비정규직으로 비교를 해도 여성 임금이 남성 임금의 65%에 불과한 셈”이고 설명한다.

 

그는  “여성, 고졸이하 학력자, 지방대학 출신, 전문대 출신 등  ‘패배한 다수’도 ‘중층적’”이라며 그들의 경제활동을 ‘개미지옥 게임’이라 명명한다.

 

작자는 승자독식 체제에서 고졸실업과 비정규직의 여성화라는 문제를 아래와 같이 서술한다.

 

 

- 명주잠자리 과의 애벌레를 개미귀신이라 한다.

 

이 개미귀신이 모래땅에 개미지옥을 파놓고 숨어 있다가 그 곳에 미끄러진 개미 등의 작은 곤충을 잡아 먹는다.

 

패자들끼리의 게임은 일단 개미지옥으로 떨어진 상태에서 일종의 자리잡기 싸움에 가깝다.

 

이는 개미지옥 가장 밑바닥에 누구를 밀어 넣느냐, 즉  ‘누가 가장 먼저 잡아먹힐지’를 결정하는 문제다.

 

이 게임에서 운 좋게 이긴다 해도 개미지옥에서 빠진 이상, 잡아먹히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다.

 

잡아먹히지 않고 살아남는 방법도 있다.

 

서로 싸우는 대신 협력해서 개미귀신과 맞서는 것이다.

 

그러나 개미지옥 내부에서  ‘죄수의 딜레마’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모두 목숨을 걸고 개미귀신과 싸워야 이길 수 있다.

 

하지만, 몇몇이 방관할 경우 싸우는 건 명을 재촉하는 일일 뿐이다.

 

결국, 모두들 목숨을 걸고 싸우는 대신 조금 늦게 잡아먹히길 원하게 된다.-

 

 

서로  ‘조금 더 살기 위해 개미귀신에게 상대를 바치는 격’이 된다.

 

 

작자는 책 전반에서 이와 같은 불합리한 경제구조와 사회구조를 낱낱이 짚어내며 비판하고 있다.

 

우리 세대의 사회가 뭔가 잘못됐다고 자각하는 지식인이라면 한 번쯤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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