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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탐방]草澗亭-낚싯대로 바람을잡다 - 하주성 기자의 정자 기행 - 경북 예천 초간정
  • 기사등록 2012-05-19 09: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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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산인터넷뉴스】하주성 기자 = 바람은 어디에서 불어와 어느 곳으로 사라지는 걸까?

 

  나는 늘상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해왔다.

 

  그러다 한낮의 더위를 피해 찾아 간 작은 정자(亭子)에서 흐르는 땀을 씻어주는 바람을 만났다.

 

  그래서 난 정자를  '바람이 머무는 곳'이라고 표현한다.

 

  바람은 정자 곁을 흐르는 물을 따라 불어온다.



   그 물길을 따라오면서 시원한 바람을 만들어 주고, 그 바람은 정자를 치받쳐 오른다.

 

   그렇기에 정자가 더 시원한게 아니었을까?

 

   전국을 답사하면서 만난 아름다운 정자들. 그 정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암벽 위에 걸터 앉은 정자>

    경북 예천군 용문면 죽림리 350 초간정(草澗亭-경북 문화재자료 제143호 / 1985년8월5일 지정)

   

   내를 끼고 선 암벽 위에 지어진 초간정은 멀리서도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당기는 마력을 지녔다.

 

   행여 누가 뒷덜미라도 낚아 챌 것 같아 한 달음에 달려간다.

 

  정자는 아름다운 경관을 필요로 한다.

 

  어디를 가서 보거나 정자들은 주변 경관이 빼어난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정자는 민초들과는 거리가 멀다.

 

  대개 반가의 사람들에 의해서 지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정자를 바라보는 내 시각은 다르다.

 

  그 것을 지은 사람들이 중요한 게 아니고, 어쩌면 이렇게 빼어난 경관을 택했느냐는 물음을 항상 하곤 한다.

 

  그래서 덥거나 춥거나 쉴 수 없는 여정에 만나는 정자가, 더 반가운 게 아닌지 모르겠다.



 <작은 정자의 출입문, 주인의 심성을 닮아>

   정자로 출입하는 문이 작고 좁다.

 

   이 정자를 지은 권문해(1534 ~1591) 선생의 마음을 읽어 낸다.

 

   작은 문으로 겸손하게 들어오라는 뜻일 것이다.

 

   도포자락을 휘두르며 거만 떨지 말고, 두 손 공손히 모으고 다소곳하게 문을 통과하라는 뜻일 것이다.

   양반가 사람들은 어디를 가나 거들먹 거린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에 금력이 있으면, 겸손하지 않기 때문이다.

 

   초간 권문해 선생은 그런 걸 싫어했는지. 작은 문을 만들어 놓고 스스로 심신을 수양하기 위해 초간정을 지었다.

 

   조선 선조 15년(1582년)에 처음 지어진 이 초간정은 그런 마음을 담고 있다.





    안으로 들어가니 화려하지 않은 정자다.

 

    정자의 뒷편과 우측은 절벽이다.

 

    그 밑으로 맑은 물이 감돌아 흐른다.

 

    마루 벽 한편에 문을 내어 난간으로 나갈 수 있게 했다.

 

    난간 밑은 맑은 물이 고여 작은 소를 이루고 있다.

 

    맑고 찬 물애 발을 담그면, 오장육부가 다 맑아질 것만 같다.

  <빈 낚싯대 늘이고 바람을 낚아>

    위를 보니 석조헌(夕釣軒)이란 현판이 걸려 있다.

 

   저녁에 낚시를 하는 마루란다.

 

   이 현판을 보고 무릎을 친다.

 

   정자 주인의 마음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아마 초간 권문해 선생은 아마도 내심 물고기를 잡을 생각은 없었을 것이다.

 

   그저 심신을 단련하기 위해 낚시를 드리우고, 눈을 감고 세상 시름을 끊는 공부를 했을 것이다.

 

   그래서 해가 설핏한 저녁에 낚시를 한 것이 아닐까?



    정자를 둘러보면서 초간 권문해 선생의 마음을 느낀다.

 

    참 소탈하다.

 

    참 그 마음에 자연이 있다.

 

    그런 생각을 한다.

 

    정자문을 나서 새로 놓은 철다리를 건너려는데, 초간정을 감돌아 흐르는 내에서 천렵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참으로 한가한 정경이다.

 

   사람 사는 멋이 바로 저런 게 아니었을까?

   바람이 감돌아 쉬어가는 정자.

 

   그 정자는 사연도 많겠지만, 그 보다는 주인의 심성을 엿볼 수 있어 더욱 좋다.

 

   그래서 바람 길을 따라 나서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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