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골들에게 작두공수를 내리는 이정숙

 작두 위에 오른 이정숙이 오방신장기를 받아 들고 단골들에게 공수를 준다.

 그리고 작두공수를 마친 뒤 작두위에서 내려섰다.

 다음날 9일 화성시 매송면 송라리에 소재한 쌍룡사 굿당.

 이곳에서 역시 고성주의 신딸인 박현주에게 ‘작두물림’이 있었다.

 올 봄 맞이굿에서 두 명의 신딸에게 고성주가 작두물림 의식을 행한 것이다.

 “이제는 이 아이들이 제 신명을 따라 작두를 탈 때가 되었죠.대개 작두물림은 맞이굿에서 전해지는 게 정상적인 물림입니다.그리고 이제 이 두 명의 신딸들이 비로소 제 신명을 이어받은 것이죠.이런 의식은 저희들에게 매우 중요한 의식입니다”

 박현주가 작두 위에 올라섰다.

 순간 일갈을 한다.

 “천년만년 억수같이 불려주마”

 그리고 오열한다.

 그 눈물의 의미는 아무도 모른다.

 작두를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면서 신도들은 눈물을 흘린다.

 작두는 왜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것일까?

 누가 그 서슬 시퍼런 작두 위에 올라서기를 좋아할까?

 어찌 보면 신령의 사람들이라는 징표치고는 너무나 가혹한 듯 하다.

 그런 작두물림을 받았으니 어찌 슬픔이 밀려오지 않을까.

 이제는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신령의 여인이 된 것이다.

 “아버님의 손을 잡는 순간 무언가 뜨거운 기운이 제게로 전해지는 걸 느꼈어요.그리고 머리속이 하얗게 변하면서 ‘아,나는 이제 신령님에게 시집을 가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죠.바람이 불지 않았으면 작두 위에서 내려오고 싶지가 않았어요.”

 부천시 도당동에 거주하는 고성주의 큰 신딸인 이정숙의 말이다.

 수원시 팔달구 교동에 거주하는 작은 신딸이라는 박현주는

▲ 작두를 타고 공수를 주는 박현주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어요.아침까지만 해도 ‘내가 작두를 어떻게 타지’ 하면서 걱정을 했는데 아버지가 손을 잡고 작두를 넘겨준 뒤에는 그런 걱정이 싹 달아 났어요.얼른 작두 위로 올라가고 싶은데 몸이 따라주지를 않았다고 해야 할까요?“

 

 이틀 동안 두 명의 신딸들에게 작두물림을 해 준 고성주는 이렇게 말한다.

 

 “작무물림을 할 때 제 속은 숯검뎅이가 됩니다.작두 위에 제대로 오르기는 할까라는 걱정부터 과연 잘 불리는 기자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죠.작두날을 밟고 서는 것만 봐도 잘 불릴 것 인가를 알 수 있으니까요.”

 

 우리네와는 전혀 다른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

 이틀간 두 명의 여인이 작두신령의 아내가 되었다.

 그 작두신령이 누구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작두물림이라는 의식을 통해 같은 신명을 가진 무한한 힘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이토록 신의 부모와 신의 자식으로 살아간다는 게 정말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고맙다고 큰절을 하는 신딸들.

 모르긴 해도 고성주의 마음은 시집을 보내는 부모의 그것과 같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