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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시작하며

 

존경하는 경기 도민과 국민 여러분, 그리고 새 학기를 맞아 어느 때보다 바쁘실 우리 경기도 선생님들과 활기 찬 학기를 시작한 학생들, 믿음직스런 우리 학부모님들, 모든 교육공동체 가족 여러분, 이번 새 학기에는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활기찬 학교생활을 하시길 바랍니다. 새 학기를 맞아 우리 경기교육가족 모두의 마음에 따뜻한 사랑과 평화가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저는 오늘 우리 교육의 앞날, 초·중등 교육혁신에 대해 간곡한 부탁과 호소 말씀을 하고자 합니다. 지난 번 회견을 통해 저는 초·중등 교육 정상화를 위한 대학입시와 대학구조 개혁 방안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초·중등 교육 개혁방향에 대해서도 그동안 기회가 닿을 때마다 말씀을 드렸습니다. 신학기 최대 현안이 되고 있는 학교폭력 문제만 보더라도 초·중등교육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이젠 정말 교육을 바꾸고 새로운 교육문화를 이뤄 학교를 행복하게 해야 합니다.

 

올해는 대한민국 국가 정책이 결정되는 중요한 한 해입니다. 많은 분들이 우리나라 초·중등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씀하시고, 그동안 많은 논의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근본적인 변화가 없었습니다. 저는 교육자치에서 가장 큰 부분을 맡아 혁신을 이끌어온 당사자로서, 이제 그 개혁을 국민적 과제로 제시하고 함께 실현해나가자는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Ⅱ. 3가지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합니다.

 

경기도교육청은 혁신학교를 통하여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 학부모가 믿을 수 있는 학교, 교사들이 보람 있는 학교, 지역사회와 더불어 살아가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혁신학교에서는 구성원 전체가 단위학교가 당면한 문제를 인식하고 집단지성을 통하여 비전을 만들고, 변화와 혁신의 리더십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우리는 단위학교 구성원들의 힘으로 학교가 바뀔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도교육청의 노력만으로는 한국 교육 패러다임을 전반적으로 바꾸는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교육혁신을 위해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하고 집행하려고 해도 법령과 예산의 제약이 많았습니다. 특히, 교과부 교육정책은 우리 교육의 제 문제를 치유하기보다 오히려 심화시킨 경향이 있었습니다.

 

먼저 교육에 대한 기본적인 시각 전환이 필요합니다. 다 함께 잘 사는 사회, 행복한 학교를 위해 교육을 보는 철학, 그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합니다. 저는 초·중등교육 혁신을 위해 국가적 과제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제안합니다.

 

첫째, 교육비를 개인부담에서 국가부담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합니다.

 

공교육비를 늘리지 않고 사교육비를 줄일 수 없습니다. 무상급식을 넘어 무상교육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유아교육과 고교교육도 의무교육에 포함시켜야 합니다. 학급당 인원수를 줄임으로서 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교육이 가능해지고 학교폭력이 없는 안전한 학교를 만들 수 있습니다. 아이들 교육에 대한 부담을 덜어야 출산율도 높아지고 고령화 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교육에 대한 획기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

둘째, 경쟁교육에서 협력교육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합니다.

과도한 경쟁문화가 초·중등 교육을 질식시키고 있습니다. 다수 학생을 배움으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있습니다. 서로 돕고 존중하는 노력이 수업과 학교생활 전체에서 살아나도록 해야 합니다.

1점이라도 높은 학생을 데려와 한 등 수를 높이는데 급급한 학교가 아니라, 입학생의 자질과 능력, 역량을 끌어올리는 학교를 만들어야 합니다. 학생은 무엇을 아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할 것인가, 왜 그것을 해야 하는가를 인식할 줄 알아야 합니다.

학생의 삶을 살찌워야 하며 살아가는 힘을 줄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다른 학생을 어떻게 하면 이길까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학생과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교육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과정과 수업, 평가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배움은 고통의 과정이 아닌 즐거움과 행복의 과정이어야 합니다. 교육과정 다양화 및 특성화, 수업혁신, 평가혁신이 필요합니다. 학교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로 학생 개개인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셋째, 통제에서 자율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합니다.

 

한국교육의 경직성은 관료주의와 중앙집권교육의 특성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학교는 관료조직의 말단 도구로 작동하게 됩니다. 학교는 각종 지침과 공문으로 움직이게 되고, 자율성과 창의성을 잃어버렸습니다. 시·도교육청 정책도 교과부 각종 지침과 공문 한 장으로 무력화될 때가 있습니다. 교과부는 한 쪽에서는 자율을 말하면서도 끊임없이 교육청과 학교를 통제했습니다. 단위학교에게 자율적 실천 공간을 제도적으로 더욱 열어주어야 합니다. 창의성 있는 학교는 통제보다는 자율이 보장될 때 만들어집니다.

 

Ⅲ. 교육혁신을 위해 열 가지 과제 제도화가 필요합니다.

 

제대로 된 교육을 위해서는 수많은 개혁 과제가 실현되어야 합니다. 가계를 위협하는 사교육비, 심화되는 대학서열화 현상, 한계를 명확히 드러내는 문제풀이식 교육, 특목고 및 자사고 확대에 따른 일반계 고등학교 슬럼화 현상, 학교폭력의 심각성, 배움으로부터 도망치는 학생 등을 생각할 때 교육자로서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저는 그 과제 중 가장 우선적으로, 꼭 실현돼야 할 열 개 과제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과밀학급을 없애고, 학급당 인원수를 25명 이하로 만들어야 합니다.

 

교육과정 다양화·특성화, 학생수준에 맞는 개별지도, 학생의 건강한 인격형성을 위한 생활지도를 위해서는 학급당 학생수 감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학령인구 감소로 저절로 학급당 학생수가 감축되기를 기다리는 것은 악순환의 반복입니다. 교육환경을 능동적으로 개선하여 출산율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OECD 학습 환경 지표들을 보면 대다수 국가들이 학급 규모를 15~20명 정도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핀란드 교육문화부는 교사가 학생 한 명에게 투여하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하여 20명이상으로 운영되는 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기 위해 2011년에 3천만 유로(약 457억원)를 투자하였습니다.

‘25’라는 숫자로 상징되는 선진교육으로의 진입 문턱을 이제는 반드시 넘어야 합니다.

 

둘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비율을 증가해야 합니다.

 

최근 중등교육이 당면하는 어려움은 교원의 절대적 부족에 큰 원인이 있습니다. 교사에게 학생 개개인의 욕구와 수준에 맞게 지도하고 상담할 것을 요구하는 기대치는 갈수록 높아지지만 교사가 감당할 수 있는 학생 수는 여전히 많습니다.

 

중등교사의 법정정원 확보율은 2010년을 기준으로 78.6%에 머물고 있습니다. 전체학교에서 전문상담교사 배치율은 4.2%, 사서교사는 4.8%, 보건교사도 57.8%에 머물고 있습니다. 발달단계가 느린 학생의 배움을 지도하기 위한 학습보조 인력 확충도 시급히 필요한 과제입니다.

 

교육에 대한 국민 관심은 높은데 비해서 공교육비가 낮기 때문에 사부담 공교육비와 사교육비가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교육 부담수준이 공교육에서 성패를 좌우하는 상황이어서 국민 모두가 많은 교육비를 부담하고도 성과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낮습니다.

최근 우리사회는 교육공공성 강화를 위해 보편적 교육복지를 확대하자는 담론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현행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을 통해 내국세의 20.27%에 머물고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비율을 상향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셋째, 유아 및 고교무상교육, 국가가 책임지는 무상급식을 실시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학생이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있습니다. 대다수 OECD 국가들처럼 의무교육 연령을 높이고 고교 무상교육 도입을 서둘러야 합니다.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의 자녀들은 고등학교 수업료 및 등록금 지원을 받고 있으나, 경제적으로 더 어려운 도시 영세 자영업자 ·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오히려 고등학생 자녀의 등록금 및 수업료를 부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최근 여야가 모두 당 정강·정책에 `고교 의무교육'을 명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민소득 20,000 달러가 넘는 국격에 맞게 교육기본법 제8조(의무교육)를 개정하여 고교 무상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동시에 유아 무상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유아교육비 부담은 곧 출산율 저하와 연결됩니다. 국공립 보육시설을 과감하게 늘리고, 무상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아울러 지자체가 책임지는 무상급식을 국가가 책임져야 합니다.

 

넷째, 자사고를 폐지하고 특목고를 정상화 하며, 혁신학교를 늘려야 합니다.

 

특목고와 자사고 입시성과는 사실상 선발효과에 기인한 것입니다. 혁신학교를 통해 선발효과보다는 학교효과가 더욱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들어온 학생수준과 상관없이 잘 가르치는 학교가 필요합니다. 우리 동네 학교, 바로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를 좋은 학교로 만들어야 합니다.

 

기존 교육과정으로 소화가 되지 않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영재학교 운영은 어느 정도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특목고와 자사고는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어학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목적으로 설립된 외고는 지나치게 입시에 특화되었습니다. 또한, 사교육비를 여전히 많이 유발시키고 있습니다. 자사고를 폐지하고 특목고는 본래 목적에 맞게 학교운영을 정상화해야 합니다.

 

평준화 체제의 학력 하향은 학문적 근거가 없습니다. 전국적으로 평준화 체제를 도입하고, 일반계고등학교나 특성화고등학교의 질적 혁신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교육과정을 특성화하고, 학교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제안합니다. 진로교육의 관점에서 교육과정을 의미 있게 설계하고, 이를 각 대학교에서 편견 없이 봐준다면 질 높은 고교 평준화 체제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은 고교 진입을 위한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전국의 학교를 혁신학교로 만들어야 합니다. 혁신학교는 단위학교별로 4년의 학교운영계획서를 만들고,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발됩니다. 학교혁신 의지가 있는 학교에 과감한 행·재정 지원이 필요합니다. 전국의 11,000개 초중고를 혁신학교로 만들기 위한 정책 플랜을 가동해야 합니다.

 

다섯째,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개선해야 합니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의 목적과 취지는 근본적으로 학습부진학생을 발굴하여 이들을 지원하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수업과 평가 체제를 왜곡하고, 문제풀이 교육을 반복하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의 철학과 가치에 동의하지 않는 교사에 대해 과도한 탄압을 하였습니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전수조사가 아닌 표집조사면 충분합니다. 학습부진학생은 단위학교 교사들이 가장 잘 압니다. 학습부진학생들을 지원할 수 있는 독서멘토링, 학습보조교사 투입, 꿈과 비전 찾기 프로그램, 학습클리닉 등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단위학교와 교육지원청 내에 구축하는 것이 더욱 시급하고 중요합니다.

 

여섯째, 지방교육자치 활성화가 필요합니다.

 

헌법, 교육기본법, 지방교육자치법은 포괄적으로 교육자치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하위 법령 체계인 대통령령, 교과부령, 교과부 행정지침 등이 매우 세부적인 내용까지를 규정함에 따라 교육자치 근본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무상급식, 무상교육, 학생인권조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교원평가, 교원징계, 자율고 지정, 시·도교육청 예산편성 자율권 등의 사안을 거치면서 교육자치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실감하였습니다.

 

중앙정부의 권한 범위를 명확하게 재규정하고 시·도교육청의 권한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초·중등교육에 관한 사항은 교육감 권한으로 기준을 명확하게 한 후 최대한 자율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교육자치권을 강화해야 합니다.

신학기를 코앞에 두고 교과부가 지침이라는 형식으로 단위학교 교육과정 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단위학교 교육과정의 자율성과 다양한 교육활동을 전개할 수 있도록 국가교육과정은 대강화와 유연화를 지향해야 합니다. 대강화된 교육과정을 교육청과 단위학교, 교사가 창의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풍토가 만들어질 때 교육의 다양화는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시·도교육청과 단위학교에 교육과정 자율성을 부여할 때 진로중심교육과정, 역량중심교육과정, 창의지성교육과정 등 역동성과 창의성이 보장된 교육적 시도가 이루어질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우리 교육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습니다.

 

일곱째, 교과부의 시·도교육청 평가는 폐지되어야 합니다.

 

현재 교과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시·도교육청 평가는 지역 특성을 고려한 평가항목과 지표개발이 미흡하여 단위학교의 자율성을 크게 저해하고 있습니다. 교과부에 의한 시·도교육청 평가가 시·군교육지원청 평가 기준을 좌우하고, 시·군교육지원청 평가가 학교평가 기준을 정하는 한 대한민국 교육에서 전시행정은 결코 사라질 수 없습니다.

현재 교과부 시·도교육청 평가지표는 교과부 각 부서 정책 우선순위를 기준으로 만들어 지기 때문에 지표가 아무리 잘 만들어진다고 해도 학교가 변하지 않습니다. 단위학교 구성원이 해당학교가 당면한 문제를 찾아내고 목표를 공유하고 교육과정을 만들고 공동으로 실천하지 않는 한 변화를 만들어 내기는 어렵습니다.

 

경기도교육청에서는 학교평가를 획기적으로 바꾸었습니다. 단위학교 구성원들이 한 해의 교육활동에 대해서 논의를 통해 진단 및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음 학기 내지는 차년도 교육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여덟째, 아동청소년 인권법 제정이 필요합니다.

 

경기도교육청은 교사의 교권과 학생의 학습권이 상호 존중되는 학교 문화를 만들기 위하여 2010년 4월 교권보호헌장을 공표하고, 그해 10월 인권조례를 공포하였습니다.

학생인권은 새로운 학교문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경기학생인권조례는 제정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고, 쉽지 않은 정착과정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긍정적인 효과가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체벌 없이도 교육이 가능함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또한, 교사와 학생 간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학생자치회가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과 사회에서 아동청소년의 인권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능동적으로 책임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한민국 국회는 1991년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하였습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가정과 학교, 사회가 아동의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하도록 하는 포괄적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많은 내용이 사문화되거나 실제로 적용되고 있지 못합니다.

초중등교육법 18조 4항을 보면 ‘학교의 장은 헌법·국제인권규약에 명시된 학생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들 법과 협약은 국내에서도 말 그대로 지켜져야 할 ‘법’입니다. 이런 법적 사항을 확실히 하고 아동청소년 인권이 실질적으로 보호될 수 있도록, 이제는 입법부 차원에서 아동청소년 인권법 제정을 서둘러야 합니다.

 

아홉째, 교장임용제도가 바뀌어야 합니다.

 

교장임용제도는 형식적으로는 승진형과 공모제형으로 나뉘고, 공모제형은 내부형, 초빙형, 개방형으로 나뉩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기존 승진형 임용제도 골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승진 가산점이 높은 교사가 근무평정 점수를 잘 받아 승진하는 제도는 한계가 확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근무평정에 기초한 승진제도와 내부형 공모제도 간 공정한 경쟁을 통해 어떤 제도가 학교를 바꾸는데 유용한가를 철저히 검증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부형 교장 공모제는 자율과 경쟁의 가치에도 부합됩니다.

입법부의 노력으로 교장 공모제에 관한 법적 근거가 만들어졌지만 교과부는 이 제도 시행에 대단히 소극적일 뿐만 아니라 제도의 확장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보다 적극적으로 관점 전환이 필요합니다. 교장은 학교를 혁신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교과부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합니다.

 

열째, 잘 가르치는 교사를 많이 양성하고, 교원 자율성을 존중하는 시스템 정비가 필요합니다.

 

교사가 교육을 바꿉니다. 학교현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교육의 질적 우수성을 담보할 수 있는 우수한 교사양성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교사양성과 교육현장 적합성을 높이기 위해 교사양성 대학과 학교교육 현장과의 연계 강화가 필요합니다. 학교와 교사양성기관이 협력하여 교사양성기관 교육과정 공동개발, 교사와 교수의 팀 티칭 및 공동연구, 교사의 교사양성대학 파견근무제, 교·사대 학생의 교사도우미 제도 등 연계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교와 교원을 바꾸기 위해서 교과부는 다양한 평가 체제를 도입하였습니다. 성과급 평가, 교원능력개발 평가, 근무평정제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성과급제는 도입 취지와 달리 구성원 간 갈등으로 이어지거나 형식적으로 운영되기도 합니다. 학교성과급은 교육활동 전체의 긍정적 변화를 추구하기 보다는 교육활동을 성과지표에만 얽매이게 합니다. 또한 정규직 교사에게만 성과급이 지급됨으로서 비정규직을 차별하고 있습니다. 성과급은 수당으로 전환하고 과감하게 폐지해야합니다.

 

교원능력개발 평가는 교사들의 수업을 개방적으로 바꾸고,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의 특성에 대해 피드백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단위학교의 그 많은 노력에 비해서 도입 초기에 기대했던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장점은 살리면서 단점은 보완할 수 있는 제도 개선논의가 필요합니다.

 

또한 근무평정제를 개선해야 합니다. 근무평정제는 교사들의 승진 및 인사에 결부된 민감한 제도입니다. 그러나 근무평정제는 교장과 교감의 비중이 대단히 큽니다. 이 과정에서 동료평가는 영향력이 미미합니다. 학생과 학부모는 근무평정제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업과 학급운영을 잘하는 교사가 우대받을 수 있도록 근무평정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장기적으로 학교의 여러 가지 평가체제는 하나로 통합되어야 합니다. 여러 평가체제가 난립되어 있고 중복평가 성격도 짙습니다. 중복성 평가항목을 대폭 정리하고, 학교에 존재하는 각종 평가체제를 하나로 일원화해야 합니다.

 

현행 교과별 평가는 교사들의 교육과정 및 수업, 평가에 관한 권한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교과별 평가와 달리 교사별 평가는 특정교사가 책임을 지고 자신이 들어간 반의 평가 체제를 책임지는 방안입니다. 교사별 평가는 교사들로 하여금 교육과정 기획력과 구상능력을 높이는데 유용합니다. 아울러, 단위학교별 교육과정 다양화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교사별 평가는 학교별 교육내용의 표준화·획일화를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사교육이 따라붙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교사와 단위학교의 자율성을 부여하기 때문에 교육과정 다양화 및 특성화에 기여합니다. 나아가 우리나라 고질적인 입시교육 병폐를 완화할 수 있는 대안입니다.

고등학교에서 부담스럽다면 초등학교와 중학교 단계부터 시작함으로써 교사별 평가에 관한 노하우를 축적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사별 평가가 온전히 시행될 때 내신의 질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Ⅳ. 마무리

 

경기도 교육청은 지난 3년간 “생각을 바꾸면 모두가 행복한 교육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는 신념으로 혁신학교를 만들어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혁신학교에서는 존중과 배려의 학교 문화, 참여와 소통을 통한 학교운영, 학습 공동체를 통한 집단지성 구성 등으로 교육과정을 특성화하고 다양화하면서 공교육 혁신의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동안 교육 일선에서 교육혁신을 이끌어온 저의 입장에서 볼 때 이 열 가지 과제들은 대한민국 교육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할 최소한의 일들입니다.

특히 이번 총선에 임하는 분들에게 호소합니다. 여야나 정치이념을 떠나 이 과제를 공약으로 제시하고 제도화를 통한 실현에 적극 동참해 주실 것을 부탁합니다. 제가 제시한 과제는 잘못된 교육으로 인한 학교현장의 고통과 국가발전의 지체가 어느 정도인지를 고민해 오신 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가방을 매고 활기찬 걸음으로 학교를 향하는 모습은 늘 저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교육가족 여러분, 행복한 새 학기를 맞으십시오. 모두가 행복한 경기교육, 행복한 교육공화국을 향해 다 함께 나아갑시다.

 

감사합니다.

 

2012년 3월 6일

 

경기도 교육감 김 상 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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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2-03-06 09:4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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