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hong 기자
▲ 장군바위에서 내려다본 정경 |
여계산은 오산시 금암·지곶·세교동 중앙에 자리잡은 산이다. 해발 159m의 완만한 산. 짧은 코스를 타면 정상까지 십여 분이 채 안 걸리는 낮은 산이다. 그러나 세 동에 걸쳐 있는 만큼 가볍게 바람 쐬고 싶을 때나 몸을 움직이고 싶을 때 나설 곳으로는 안성맞춤이다. 코스 내 운동할 수 있는 기구들이 설치되어 있어 산책하다 한 번은 몸을 풀 수 있는 곳이다.
▲ 장군바위에서 |
이곳에는 슬픈 전설이 전해온다. 금암동 코스를 타고 중턱 즈음 오르다 보면 두 개로 갈라진 바위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애기바위다. 커다란 두 개의 바위 주변에 작은 바위들이 널려 있다. 바위를 자를 때 생겨난 잔해 같이 보인다.
▲ 옆에서 본 애기바위(가운데 큰 바위가 잘려진 왼쪽 바위) |
금암동은 풍수지리상 길지로 속한다. 임진 왜란 때 왜군이 금암동에 들어와 약탈을 자행했을 때 왜장이 이곳 지형상 큰 인물이 태어날 곳임을 알았다. 이에 왜장은 부하들을 시켜 아기와 어미를 모두 죽이라 명했다. 왜군들은 둘을 찾으려 온 마을을 뒤지며 살생을 저질렀다.
▲ 밑에서 올려다 본 애기바위 |
아기의 어미는 아기를 살리려는 일념뿐이었다. 그래서 아기는 다른 곳에 감쳐두고 바가지를 배에 넣고 다녔다. 하지만 이것을 알아본 왜군들이 칼로 부인의 배를 자르자 바가지와 나왔다. 왜군은 부인을 죽였다. 어미가 살해 된 후 이틀이 지나자 산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 슬픈 전설이 깃든 애기바위 |
왜군들은 산을 뒤졌다. 아기 울음 소리는 큰 바위 밑에서 들렸다. 왜군들이 바위를 치우려 했으나 바위는 움직이지 않았다. 왜장이 바위를 자를 것을 명했다. 톱으로 바위를 자르기 시작하자 아기 울음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얼마 후 바위는 두 동강이 났고 그 안에는 선혈이 낭자한 아기의 시체가 있었다.
▲ 애기바위 |
애기바위를 오르는 길목은 약간의 급경사다. 아이를 안고 그를 살리기 위해 아무도 몰래 달렸을 어미를 생각했다. 그 여인의 절박함…….
▲ 애기바위 부근 길 |
▲ 겨울 하늘 나무 |
봄이면 몽우리를 틔운 꽃들과의 대화도 즐거울 것이다. 봄을 준비하고 있는 겨울산. 그 속의 움틈이 벅차다. 적막 아래 분주한 속닥거림을 여러분은 정녕 들을 수 있는가? 우리네 삶도 이렇게 조용히 준비해야 할 때가 있음을 우리는 가끔 잊는다. 그리고 산을 찾는다. 걸으며 일깨워지는 그 무엇. 그것이 우리가 산을 오르는 이유가 아니었던가.
▲ 한껏 이야기를 담고 있는 몽우리 |
애기바위를 지나 봉우리에서 내리막길로 20여 미터를 가면 장군바위가 나온다. 이 바위는 위에서 보기에는 그저 커다란 바위지만 밑에서 보면 그 크기가 실로 어마어마하다. 아, 여러분 울산바위를 기대하시면 안 된다. 그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동네 산에서 산책을 하다 '어, 저게 뭐지? 정말 큰데!'하고 감탄하실 쯤은 된다. 웅장한 자태다.
▲ 장군 바위 |
▲ 고즈넉한 정자 |
여계산은 화려한 볼거리를 내어놓는 산은 아니다. 그러나 항상 우리 가까이에서 수백 년 전의 이야기를 품고 그 자리에 있었던 산이다. 나서볼까, 지금 환기가 필요하다면 망설이지 마시라. 단언코 특등급의 100% 순수 상쾌한 공기가 여러분의 머리에 감돌 것이다. 그리고 여러분은 깨끗이 정리된 여러분의 내면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런 산이다, 여계산은...
(전설자문협조 : 정정국,최순희 문화해설사)
< 그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