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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초. 1 2 3 하면 지나가는 시간이다. 학생에게는 수업 시간에 잠시 조는 시간일 수도 있고 직장인에게는 근무 중 잠깐 넋을 놓는 시간이기도 할 터이다.

  ▲ 초시계 (출처 : 네이버 블로그)
 

물론 짧은 시간이다. 어릴 적 숨참기 놀이를 해본 사람이라면 이 시간이 얼마나 짧은 시간인지 금방 가늠할 것이다. 크게 숨을 들이마신 뒤 '하나 둘 셋'하고 숨을 참기 시작한다. 기자처럼 인내심 없는 사람은 보통 10초 내에 웃음이 터지지만 동네마다 존재했던 독종들은 다르다. 1분이 넘어가고 2분이 가까운 시간에야 '푸우'하고 숨을 내놓는다. 독종들. 이들에게 3초의 숨참음은 우스운 시간이겠지.

 

현대인은 참을성이 부족하다고들 말한다.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서 현대인이 가장 참지 못하는 1위로 컴퓨터 창의 모래시계라고 하니 말이다. 지금이야 발달된 과학으로 클릭함과 동시에 창이 열려 그러한 것이 줄었지만 당시엔 그랬다. 모래시계가 두어 번 뒤집히고서야 원하는 창을 볼 수 있었다. 그 시간이 3초다. 못 견디겠다는 것이다. 답답해 미치는 거지.

 

얼마 전 출근 시간이었다. 주택가 일방 통행로에서 차 두 대가 배터리 충전을 하고 있다. 일명 '점프선'이라 불리는 것으로 한 대가 다른 한 대에게 전기를 내어주고 있었다. 순간 급노했다. '거리의 싸움자'라는 오락 프로그램에서 눈 깜짝할 사이 올라가는 붉은 분노 게이지처럼 노여움이 뻗쳐 올랐다.

 

'왜 저기서 저러고 있을까, 이 시간에 일방 통행 길에서 .. 매너와 개념을 동시에 상실했다' 등 마구 퍼부었다, 아시다시피 속으로. 기다렸다. 그렇게 3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그들은 '수혈'을 마쳤다. 그리고는 매우 미안해하며 차를 비켜 주었다.

 

그 새를 못 참아서 온갖 험담을 쏟아냈던 것이 허탈하고 부끄러워졌다. '조금만 생각을 달리하고 이해했으면 기다리는 2분여의 시간이 노여움으로 가득하진 않았을 텐데'하는 허망함도 들었다.

 

평소엔 순한 양이던 사람이 운전대만 잡으면 폭주한다고들 한다. 너나 할 것 없이 우리네 한국 사람들의 공통된 습성이다. '차'라는 울타리를 쓰고 있으니 마치 무슨 천하무적이나 된 듯한 착각에들 빠지는 모양이다.

 

 자신 차 앞으로 끼어들기라도 하면 사생결판이나 낼 듯이 쫓아가서 그 앞에 가 급브레이크를 밟아야만 직성이 풀린다. 또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채 끼어들라치면 내일 지구가 멸망할 것 처럼 혼(크랙션)을 울려 댄다.

 

비단 운전 할 때 뿐만이 아니다. 혼잡한 시내 스치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백만 볼트의 레이저를 쏘아댄다. 복잡한 걸 어쩌라고? 비좁아 어쩔 수 없이 스치는 것인데. 거기다 발이라도 밟아봐라 이건 한 쪽이 굽신하지 않는 이상 너 죽고 나 죽고다. 여유가 없다.

 

기자 또한 그러하다. 가끔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실은 자주 그렇다. 조그만 것에 열 내고 조급해한다. 우리가 불안하고 조급해하는 것들은 실상 매우 사소한 일일 때가 많다. 나와 연(緣)이 없는 타인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참지 않는다, 단 3초도 내어줄 수 없다 그들에게는.

 

몇년 전 세상의 신기한 일들을 전해주는 모 방송프로그램에서 전신이 마비된 사람이 택시 운전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간신히 손과 발만을 조금씩 움직일 수 있어 가능한 일이다. 승하차를 돕는 것은 부인이다. 출근 할 때는 휠 체어에서 운전석으로 안아 태워 주고 퇴근 시에는 운전석에서 다시 휠 체어로 옮겨 준다.

 

그는 속력을 크게 올리지는 못했다. 규정 속도에 버금가게만 달렸다. 그것을 보고 깨달았다. '아, 차 속에 있는 사람들이 다 온전한 건 아니구나'. 누군가는 계약을 성사하러 가는 긴장 상태일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연인에게 버림을 받은 사람일 수도 있다. 혹여 또 누군가는 취업 시험에서 낙방해 암담한 상황일 수도 있는 거였다.

 

'참을 인(忍) 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말이 있다. 3초만 할애하자. 나를 밀치고 간 사람에게 또는 허락도 없이 내 차선에 끼어들어 기어가는 사람에게 딱 3초만 내어주자. '아, 저 사람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하고 말이다.

 

신년 계획들 많이 세우실 거다. '금연 금주 열공 취업' 등 해나가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고 느끼실 수도 있다. 그러나 잊지 말자. 지나가는 저 많은 사람들도 그들의 할 일을 '너무 많이' 지고 사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그들도 나처럼 바쁘고 숨가쁘게 오늘 하루를 뛰고 있는 이들이란 것을 기억하자, 딱 3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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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2-01-07 14: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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