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인터넷뉴스】 하주성 기자 = 버스를 타고 가다보면 안내방송이 나온다.
“승객여러분 노약자보호석은 노약자나 장애인들을 위한 자리입니다. 주변에 노약자나 장애인이 계시면 자리를 양보해 주시기 바랍니다.”
▲ 노약자보호석 시대에 맞게 재해석 해야
버스에 노약자보호석은 운전석 뒤편 좌우로 앞쪽에 마련되어 있다. 버스를 타고 불편한 몸을 이끌고 뒤편까지 이동하기가 버거워 앞쪽으로 자리를 마련할 듯하다. 버스를 타고 한 시간 정도 이동을 하다보면 이런 노약자보호석을 양보하라는 안내방송이 두 세 번은 나온다.
아침에 타고 출근을 하는 버스는 늘 사람들로 만원이다. 좌석버스의 경우 통로가 좁아 10여 명만 서 있어도 통로가 비좁다. 그런 곳에 노약자나 장애인이 서있기는 정말 힘든 노릇이다. 특히 몸이 불편한 사람들은 자리에 앉지 않으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노약자보호석엔 젊은 사람들이 졸고 있다
아침 출근길에 버스는 빈자리가 없다. 통로에도 사람들이 가득 차 있는데 앞문으로 몸이 불편한 듯 보이는 남자가 탄다. 마침 버스에서는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잠시 서서 있는데 하필이면 이 남자가 선 곳이 어린 여학생이 앉아있는 자리 앞이다.
“여기 앉으세요.”
여학생은 자리를 양보하고 통로로 가 선다. 운전석 뒤 노약자보호석에 앉은 사람들을 보니 하나같이 젊은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무도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졸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노약자보호석이라는 명판을 붙여놓은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도, 아무도 자리를 비켜주지 않는 노약자석. 과연 이런 자리가 필요하기는 할까?
노약자 지정석 이 시대에 필요할까?
문자 그대로 따지자면 노약자보호석은 노약자, 임산부, 장애인 전용 좌석이다. 지하철 등에서는 가끔 노약자석에 앉았다고 혼을 내거나 실랑이를 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한 마디로 노약자 보호석은 약자와 임산부, 장애인을 제외한 젊은 사람들과 나이 먹은 사람들이 쟁탈을 벌이는 자리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고령화 사회로 치닫고 있다. 내가 거주하는 곳 주변에 있는 경로당에는 나이가 드셨다고 하면 대개가 80세가 넘은 어른들이다. 이 경로당에서는 70세 정도는 어른 축에 끼지도 못한다. 빗자루와 걸레를 들고 청소하시는 분들이 70세가 훨씬 넘었다. 이런 고령화 사회에 과연 노약자의 척도를 어떻게 가늠할 것인가?
늘 폐지론이 불거지고 있는 노약자보호석. 그 자리 때문에 일어나고 있는 볼썽사나운 모습들. 이젠 노약자보호석에 대한 정리를 해야 할 때인 듯하다. 과연 노약자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도 다시 생각해볼 때가 아닌가 한다.
나이가 드신 어른들을 대우하려면 제대로 하던가, 아니면 노약자보호석에 대한 충분한 인지를 할 수 있도록 철저한 교육을 시키던가 말이다. 그리고 고령화 사회에 맞는 노약자보호석의 정의를 다시 해석해야 할 것 같다.